[북한도발] 대피소 옆에서 30년 산 주민도 "여기가 대피소였어?"

이운재 기자
입력일 2015-08-23 18:26 수정일 2015-08-23 18:31 발행일 2015-08-2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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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인사동 소재 ‘ㅌ’빌딩의 민방공 대피소 입구 모습. 대피소임을 알리는 표시를 외부에서 찾기가 쉽지 않다. 

북한의 경기도 연천 포격 도발로 한반도에 위기감이 고조되는 가운데 비상사태 발생 시 시민안전을 지켜줄 민방공 대피소에 대한 관리 및 홍보가 부실해 대책이 시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의 무력 도발로 인한 초긴장감이 고위급 접촉 성사와 회담-정회-재회 등에도 채 가시지 않은 23일 오후 서울 도심 등 시내는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주말을 즐기는 시민들로 넘쳐났지만 막상 비상 시 대피장소를 아는 시민은 극히 드물었다.

서울의 전통거리이자 쇼핑객이 많은 인사동의 경우 두 곳의 민간빌딩 지하주차장이 대피소로 지정돼 있다.

그 중 한 곳인 ‘ㅌ’빌딩의 이모 관리과장은 “빌딩 내 입주자들을 위한 대피 매뉴얼만 존재할 뿐 당국의 별도 지침이나 관리는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빌딩 지하주차장을 확인해본 결과 다른 지하주차장과 차이점을 전혀 발견할 수 없었다.

이 빌딩 옆에서 30년 넘게 매점을 운영했다는 정모(77·여)씨는 “재난 시 어디로 대피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이곳에) 대피소가 있는지도 몰랐다”고 말했다.

정씨는 이어 “정부가 시민들에게 제대로 된 안내를 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따져 묻기도 했다.

서울 종로구에서 가장 유동인구가 많은 곳 가운데 하나인 광화문의 ‘ㄱ’빌딩도 상황은 마찬가지. 지하주차장이 대피소로 지정돼 있지만 실제로 이를 아는 시민은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이날 딸과 함께 도심을 찾은 임모(53·여)씨는 ‘광화문 인근의 대피소를 아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고개를 저었다.

그는 이어 “세월호 사건 이후 (안전문제에 관한 한) 현 정부가 불신의 정부가 되어 버렸다”며 “정부에서 국민의 안전을 위해 실질적인 노력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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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 방산동 일대 대피소로 지정된 청계5가 지하쇼핑센터에서 인형가게를 운영하는 정모(50·여)씨는 “군복무 중인 아들을 통해 상황의 심각성은 알았지만 지금 당장 미사일이 날아 온다면 어디로 피해야 하는지 생각은 안 해봤다”면서 “이곳이 대피소인 것도 이제야 알았다”고 말했다.

심지어 서울 시설관리공단 소속 지하상가 관계자조차 “이곳이 대피소인 것은 몰랐으며 안전 매뉴얼도 따로 구비되어 있지 않다”고 밝혔다.

재난정보센터에 따르면 서울에만 약 4000여개의 민방공 대피소가 지정돼 있으나 화생방 방호 시설을 비롯해 제대로 된 설비가 갖춰져 있는 곳은 전무한 실정이다.

심지어 비상시를 대비한 비상식량, 의료장비 및 식수 등도 전혀 구비돼 있지 않을 만큼 관리가 부실한 것으로 드러났다. 

만약 화생방전이 발생한다면 대피소에 있는 시민 전부가 목숨을 잃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안전처 민방위과 조규석 사무관은 대피소 지정 및 관리 기준을 묻는 질문에 “민방위기본법령 시행규칙 제15조에 따라 비상대피시설을 지정했지만 이를 관리하는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급박한 상황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당국의 적극적 알림 활동이 필요하다는 시민들의 지적에 대해 서울시 민방위관리팀의 강진우 주임은 “(시민들이) 현재 위치에서 대피소를 찾을 수 있는 스마트폰 앱(안전디딤돌)과 정부부처 소식지를 통해 지속적으로 홍보하고 있으며 각 자치센터 관내도에 스티커로 대피소 표시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강 주임은 시민들이 대피소를 찾기 어렵다는 지적에 대해 “(안내표지에 대해)도로교통법을 비롯한 관련 법규 및 조례들을 검토 후 개선 가능한 부분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이운재·박준호 기자 news4u@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