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發 통화전쟁에 자동차 '최대 수혜'… 전자·조선 '타격 우려'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5-08-12 17:30 수정일 2015-08-12 18:48 발행일 2015-08-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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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2위의 경제대국인 중국이 기습적으로 위안화를 절하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손익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중국에 직접적인 생산기지를 두고 있는 현대기아차 등 자동차 업계는 중국내 판매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업체와 수출 경합 비중이 높은 전자와 조선 업계는 중국의 환율정책을 예의주시하며 대응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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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이틀 연속 위안화 평가절하에 나선 12일 오후 서울 중구 외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서 한 직원이 위안화를 정리하고 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11일 위안화 가치를 1.86% 인하한 데 이어 12일에도 1.62% 추가로 내렸다.(연합)
◇자동차, 원화약세와 중국 수출 증가 기대

현대기아차 등 국내 자동차 업계는 중국 통화정책의 최대 수혜업체다.

핵심 시장인 중국내 판매감소와 엔저, 유로화 약세까지 다중고를 겪는 상황이지만 이번 평가절하로 중국내 판매 증가가 예상된다.

현대기아차는 중국내 대규모 생산기지를 확보한 만큼 중국발 환율변수가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고 오히려 장기적으로는 주춤했던 중국내 판매는 살아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중국정부가 내수 활성화 차원에서 위안화 절하를 추진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경기가 살아나면 자동차 판매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현대차 입장에서는 위안화 절하에 따른 원화약세도 일본 업체와 경쟁해야 하는 북미 등 글로벌 시장에서 나쁠게 없다.

주요 시장인 미국 등에서 인센티브를 확대할 여지가 생겨 엔저를 등에 업은 일본 도요타와의 가격 경쟁이 가능해 지기 때문이다.

현대모비스 등 자동차부품 기업들도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조선업계는 긴장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직접적인 수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전자와 조선업계는 중국의 환율 정책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과 LG 등 전자업계는 주력 제품인 스마트폰과 디스플레이 등이 이미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어 별다른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지만 중국의 IT강자인 화웨이와 샤오미 등의 추격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실제 화웨이는 뛰어난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성능까지 갖추면서 올해 2분기 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을 전년대비 4.0% 포인트 늘려 9.0%를 기록했다. 삼성과 애플에 이어 3위다. 샤오미도 5.8%로 4위를 달성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구도인데, 중국의 이번 통화정책으로 중저가폰을 둘러싸고 중국 업체와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며 “삼성과 LG 등 국내 전자업체들은 향후 프리미엄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누적된 적자로 올해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한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은 이미 일본 업체들의 엔저로 수주경쟁에서 밀린 경험이 있는 터라 또한번의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도 예의주시

중국 현지에 진출한 국내 유통업체들은 위안화 평가 절하가 장기적으로 중국의 내수시장에 가져올 영향 분석에 나섰다.

이와 관련 이랜드 관계자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당장 중국 현지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칠 것 같지는 않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수입품 가격이 인상돼 중국 내수시장이 위축될 것을 감안하면 긍정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현대증권 곽병렬 연구원은 “위안화 절하는 곧 중국 수요둔화를 일정부분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단기 적으로는 중국 소비관련 성장주(화장품, 음식료, 의류)의 약세국면이 나타 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