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상 최대 위안화 평가 절하…왜?

권익도 기자,권예림 기자
입력일 2015-08-12 16:19 수정일 2015-08-12 18:16 발행일 2015-08-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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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중국 인민은행은 12일 달러당 위안화 환율을 6.3306위안으로 고시했다. 이는 전날 고시환율(6.2298위안)보다 위안화 가치가 1.62% 하락한 수준이다. 인민은행은 전날 위안화를 1.86% 내렸다. (AP=연합)

중국 당국이 사상 최대의 위안화 평가 절하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 배경의 중심에는 수출 경쟁력 회복이 있다. 중국의 7월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4% 감소했다. 중국 해관총서가 최근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중국의 무역액은 5개월 연속 전년 수준을 밑도는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위안화 실질 실효 환율이 상반기에만 2.95% 상승한 점이 수출 감소에 직접적인 타격이 됐을 거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콩 동아은행(東亞銀行, Bank of East Asia)의 케닉스 레이 외환 투자전략가는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2일 추가적으로 평가절하를 시도한 것은 전날 단행한 평가 절하가 중국의 수출 증대를 꾀할 만큼 충분치 않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중국 젠친(建勤) 그룹 애널리스트 황자쥔(黃嘉俊)은 이번 평가 절하에 대해 “수출을 뒷받침 하는 것이 최대 목표이고 위안화 국제화는 2차 목표라고 본다”며 “제조업의 체감 경기 악화와 증시 급락, 부동산 시황의 장기 침체 등이 더해져 중국의 내수는 신통치 않다. 경기 대책을 위해 해외 수요를 자극하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배경에는 국내와 국외에서 쓰이는 위안화 사이의 가치에 차이가 점점 커지고 있다는 시장의 우려가 작용했다. 중국의 통화는 사실상 두 가지로 나뉘어져 있다. 중국 본토에서 쓰이는 상하이 외환시장의 달러·위안(CNY)과 중국 본토 바깥에서 쓰이는 홍콩 외환시장의 달러·위안(CNH)이다. 이를 둘로 나누는 이유는 중국 정부가 중국 안팎의 자본 흐름을 철저하게 통제하기 위해서다. 비록 둘 모두 화폐 단위는 위안이지만 국외와 국내에서 유통되는 화폐를 따로 관리하기 위해 이 같이 나눠 놓은 것이다. 미 경제전문매체인 마켓워치는 중국이 이번 조치를 단행한 12일 CNY와 CNH 사이의 가치 차이가 지난 6개월 동안 점점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CNH가 CNH보다 거래시 훨씬 더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기 때문에 시장 상황에 훨씬 민감해진 것이다. 중국 정부가 이번 조치를 취하면서 중국 정책 입안자들은 CNY와 CNH 사이의 환율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출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세 번째 이유로는 ‘중국 외환보유고 감소세’가 거론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활용해 위안화 환율 방어에 나서왔다. 하지만 세계 최대 달러 보유 주체인 중국의 외환보유고가 1년 째 감소하고 있다. 이날 마켓워치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전달 대비 430억 달러 감소한 3조 65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러한 가운데 위안화의 약세 압력이 우위에 있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이 자본통제를 완화함에 따라 많은 자금이 중국을 떠나갔다. 이러한 자금 이탈로 중국 외환보유고 감소세는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외신은 전망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위안화의 국제통화기금(IMF) 특별인출권(SDR) 편입 여부’ 때문이라는 분석도 있다. 위안화 평가절하는 IMF가 중국에 환율 시스템 자유화 노력을 기울일 것을 권고한 가운데 이루어졌다. IMF는 지난 4일 보고서를 통해 인민은행 고시환율이 실제 외환시장의 위안화 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면서 중국이 시장 자유화를 더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또 중국이 시장 접근성을 가로막는 제한을 없애지 않으면 위안화의 SDR 편입 결정도 연기될 수 있다고 IMF는 밝혔다.

토미 시에 오버시차이니스뱅킹코퍼레이션(OCBC) 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인민은행은 (환율 변동폭 확대를 통해) 위안화가 시장원칙에 따라 더 움직이게 하면서 국제금융시장에서 통용되는 범위를 늘릴 것”이라며 “이는 위안화가 SDR 바스켓에 편입될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센 요코타 SEB 아시아 전략부문 대표는 “인민은행이 위안화 일일 변동폭을 확대하는 환율 정책을 펼치는 대신 위안화 고시환율을 높이는 방식을 택한 것은 정부가 환율 자율화와 SDR 편입에 정책적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IMF는 이르면 올해 말, 위안화 편입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권익도 기자·권예림 기자 kid@viva100.com·limmi@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