밖으론 글로벌 도전 넘고 안으론 안정적 경영권 구축해야
이건희 회장의 투병이 길어지면서 ‘이재용의 삼성’ 시대가 본격 개막됐지만 그가 풀어야할 과제는 만만치 않다.
사업구조 개편과 해외 네트워크 강화 등 보수적인 분위기를 벗어 던진 이 부회장의 과감한 실용적 리더십이 이미 국내 안팎에서 다양한 각도로 인정을 받고 있지만 국내외 환경은 녹록치 않은 것.
현재 삼성이 맞서 해결해야 할 가장 큰 과제는 우선 △중국과 애플이라는 큰 산을 넘어야하고 △아버지 이건희 회장으로부터의 승계작업 및 지배구조 개편도 마침표를 찍어야 하며 △재벌에 대한 국민 불신 잠재우기 등도 신경 써야만 한다. 이 가운데 특히 중국으로부터의 도전은 단순히 스마트폰을 넘어 전방위로 다가올 것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들 과제들은 삼성뿐만 아니라 한국 경제사에서도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할 역사적 과제들이다.
◇ 중국과 애플을 넘어서라
중국과 애플은 삼성에 있어서 최대 적이다. 스마트폰에서만 보면 저가폰에서는 중국의 샤오미가, 고가폰에서는 애플 아이폰에 포위당한 형국이다.
그간 스마트폰 실적 악화로 이 분야 사업 한계에 직면한 삼성전자는 최근 ‘이재용폰’이라고도 불리는 갤럭시S6를 새롭게 내세워 사업 반등을 이끌어 내는 데 모든 임직원이 사활을 걸었던 것은 이 같은 삼성 위기감의 자연스런 표출이었다.
삼성은 배울 것은 배우며 극복할 것은 극복해야만 한다.
애플로부터는 문화코드를 배워야 한다. ‘왜 아이폰에 열광하는가? 하드웨어 때문인가?’ 아니다. 프리미엄이라는 상표를 전면에 내세우며 콘텐츠와 그것은 하나의 문화, 트랜드로 역어내는 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마치 애플 아이폰을 가지면 스마트폰에서는 더 이상 어떤 제품도 부러워할 것이 없고 ‘최신 트렌드 리더’가 된다는 그 확신을 소비자들에게 심어주고 있는 것이다.
샤오미도 마찬가지다. 삼성이 없는 방대한 독자 안드로이드 콘텐츠 커뮤니티를 운영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할 수 있느냐 없느냐’보다는 ‘할 수 있는 용기, 혹은 실패할 수 있는가’라는 자신감과 맞닿아 있다.
중국의 도전은 샤오미뿐에 멈추지 않고 있다. 하이얼을 필두로하는 가전업체들은 글로벌 가전시장을 지속적으로 갉아먹고 있으며 프리미엄 전략을 구사하려니 애플이나 구글이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삼성의 전략은 무엇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과감히 실행해야 될 때 라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언제까지 안전위주의 하드웨어 스펙 올리기로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삼성도 이 같은 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애플을 제치고 세계 톱으로 등극하기 위해선 우선 중국에서의 1위 탈환이 필수 과제다. 중국은 갤럭시S6와 갤럭시S6엣지 최대 판매량 달성을 위해서도 반드시 잡아야 하는 시장으로 현재 중국에서 갤럭시S6는 ‘가이러스(蓋樂世)’라는 새 중문 제품명으로 중국 시장 탈환을 꿈꾸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지난 15일부터 갤럭시S6 블루 토파즈 모델과 갤럭시S6엣지 그린 에메랄드 모델을 추가로 출시, ‘완전체 컬러’를 만든만큼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 낸다는 계획이다.
소비자가 제품을 선택할 때 시각적 효과가 80% 이상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에 따라 시각적 효과를 이용한 컬러마케팅에 적극 나선 셈이다.
◇ 지배구조 완성도 ‘마침표’ 필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공식적으로 그룹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속과 지배구조 문제도 마무리 지어야 한다는 게 업계 의견이다.
이 부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의 지분은 현재 0.57% 정도로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해 이건희 회장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3.38%,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상속하는 절차가 남아있다.
이 부회장은 이 지분을 물려 받을 시 상속세만 5~6조원이 지출된다. 이와 관련 지난해 삼성SDS와 제일모직 상장으로 상속자금에 대한 부담감을 확 줄이게 됐다고 금융계는 전했다. 이 부회장은 현재 대주주 보호예수기간이 끝나 삼성SDS 지분을 처분할 수 있지만, 당장 이를 활용하기에는 부담이 클 것이라는 게 업계 분석이다. 특히 최근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불법이익환수법을 대표발의한 것을 고려하면 성급하게 처분하다 여론이 악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지주사 전환에 대한 의견도 흘러 나오고 있다. 지주사 전환은 승계구도 구축에 가장 안정적인 방법이기 때문인 것.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투자회사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투자회사와 제일모직을 합병해 삼성 지주사를 만드는 안이 가장 적절한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특히 현재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의 자사주 매입 관련 지주사전환을 염두에 둔 조처라고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인적분할로 투자회사에 자사주를 몰아주면 의결권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전체 지분의 1.12%를 추가로 매입하는 작업을 끝내면 자사주를 12.21% 보유하게 된다.
그러나 현재 삼성그룹은 아직까지 정확히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삼성그룹의 한 관계자는 “지주사 전환에 막대한 비용이 드는 데다 절차가 복잡하고 까다롭기 때문에 당장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나 기자 okujy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