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풀릴 벤처펀드’…은행들 발 벗고 나선다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05-10 18:07 수정일 2015-05-10 18:07 발행일 2015-05-11 3면
인쇄아이콘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활발하게 벤처펀드를 조성하고 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당국이 벤처펀드와 관련한 규제를 개혁할 예정이어서 펀드 조성은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그룹 소속인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지난해 7월 ‘스타트업 윈윈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에 두 은행은 100억원을 출자했으며 SK텔레콤 100억원, 성장사다리펀드 200억원, 컴퍼니케이파트너스 20억원 등 총 420억원이 모였다.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 주도로 만들어진 이 펀드는 지난해 게임사인 ‘폴리곤게임즈’에 20억원을 투자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은 자금지원뿐만 아니라 경영, 세무, 제무상담과 함께 금융상품 우대 조건도 제공하고 있다.

우리은행은 올해 3월 한국투자파트너스와 손잡고 기술가치평가 투자펀드를 조성했다. 1500억원 규모의 이 펀드에는 우리은행과 한국투자파트너스가 후순위로 각각 300억원, 100억원 규모로 참여했다. 두 금융사가 후순위로 참여한 것은 선순위 투자자인 기업들을 배려하기 위해서다.

신한은행 역시 올해 하반기에 벤처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펀드 규모와 시기는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6~7월 정도에 운용사 선정에 들어갈 방침이다.

이렇게 조성된 펀드는 기술력이 좋은 기업에 투자된다. 주로 재무건전성은 좋지 않아도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 자금이 투입되는 것. 재무건전성이 양호해도 기술력을 갖추지 못했다면 투자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 은행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기술력은 주로 외부 기술평가기관(TCB)에서 우수한 등급을 받은 것으로 판단한다. 은행들이 펀드를 통해 투자된 자금은 지분확보로 이어지거나 기업가치를 끌어올려 상장하게 되면 지분가치가 올라 수익을 올리게 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벤처펀드는 기술력이 좋아 미래 성장 가능성이 높은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안으로 활용된다”고 말했다.

은행권에서는 벤처펀드 설립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이와 관련한 규제를 완화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모험자본 활성화 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 방안에는 은행이 벤처투자조합이나 사모펀드(PEF) 등에 투자할 경우 혁신성 평가의 모험자본 출자항목 배점을 높여줄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은행의 건전성 규제와 관련한 규제도 완화될 것으로 보여진다. 은행들이 현재 기술력이 좋은 기업에 지분을 투자하거나 펀드에 출자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 400%를 적용받았다. 10억원을 투자했다면 40억원의 위험에 대비한 자본을 마련해야 했던 것. 그러나 이 규제가 당국에 의해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은행 관계자는 “벤처펀드 투자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당국의 규제 완화가 이어지면 투자는 더욱 활성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