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에 다시 '돈바람' 분다… 2000년 IT버블과 다를까

김민주 기자
입력일 2015-05-09 19:59 수정일 2015-05-10 18:12 발행일 2015-05-11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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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 거품 붕괴 이후 오랜만에 벤처기업에 돈이 돌고 있다.

지난 2013년 벤처창업 활성화 정책인 ‘5.15 대책’의 결실로 다시 벤처투자 열풍이 불고 있는 것. 이와 함께 몇 년 간 업계의 숙원이었던 크라우드펀딩 법안 통과 등 정책적 개선도 활발히 이뤄짐에 따라 벤처투자에 대한 기대감이 확대되고 있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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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신규 벤처투자 규모(3582억원)는 지난해 같은 기간(2773억원)보다 29.2% 증가했다.

신규 벤처투자금액은 지난 2011년 1조2608억원에서 2012년 1조 2333억원으로 소폭 감소세를 보이다가 2013년에 다시 1조3845억원으로 늘어났다. 지난해에는 1조6393억원을 기록하면서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이러한 증가세는 올해 들어서 더욱 빠르게 불어나고 있는 모습이다. 올 1월 849억원에서 2월 2092억원, 3월에는 3582억원을 기록했다.

이 같은 벤처투자의 활기는 지난 2013년 5월 정부부처가 합동으로 내놓은 ‘벤처·창업자금 생태계 선순환 방안’ 이른바 ‘5.15 대책’의 힘이 컸다.

정부의 벤처투자 활성화 정책과 함께 지난달 28일에는 2년 가까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크라우드펀딩 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그동안 법제화를 숙원 과제로 삼았던 벤처업계는 더욱 고무된 모습이다.

크라우드펀딩이란 아이디어를 가진 창업가가 온라인 펀딩 중개업체를 통해 다수의 투자자로부터 십시일반으로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방식이다. 시장은 크라우드펀딩이 새로운 자금조달 수단으로 자리 잡을 수 있고 스타트업(창업 초기기업)을 키워낼 밑거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회 논의 과정에서 그동안 벤처투자업계에서 손톱 밑 가시로 불렸던 투자금의 1년간 환매제한 조치도 전문투자자에게 매각할 경우 예외로 둔다는 조항이 신설되면서 일정 부분 완화됐다.

아울러 벤처창업·활성화 및 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규제개혁 과제를 내용으로 하는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도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에 대학과 연구기관이 신기술창업회사를 설립할 때 의무화됐던 20%의 주식 보유비율은 10%로 완화된다. 또 국·공립연구원·정부출연연구기관·전문생산기술연구소 연구원에 한정됐던 연구원 창업 휴직 제도는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상의 공공기관 연구원까지 허용된다.

엔젤펀드 참여 자격도 기존 ‘개인’에서 대학·연구소가 설립한 신기술창업전문회사·한국벤처투자조합 등으로 확대됐다. 정책 개선과 더불어 금융권에서도 은행들이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벤처금융에 눈을 돌리면서 벤처업계는 새로운 출자자 기반을 가지게 됐다.

이처럼 벤처투자 성장을 위한 디딤돌이 마련되면서 벤처투자업계에 장밋빛 전망이 드리운 가운데 일각에서는 과거 벤처 거품 붕괴와 같은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지난 2000년에도 한 달에 300~400개씩 벤처기업이 쏟아질 만큼 벤처투자 바람이 불었지만 불과 2년 만에 수 만개의 벤처기업이 무너지면서 수많은 신용불량자가 양산된 바 있다. 이에 이번 벤처투자 붐 역시 거품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업계는 과거와는 투자환경이 달라졌음을 강조하고 있다.

서경훈 한국엔젤투자지원센터 팀장은 “2000년도와 지금의 투자자의 성격은 확연히 다르다”며 “과거에는 IT 버블에 따라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지만, 현재는 투자자 본인이 그 업종에 종사하거나 이를 통해 돈을 번 사람들로, 누구보다 업종에 대한 지식이 많은 사람들이 투자를 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랜만에 부는 벤처투자업계의 훈풍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기업가치를 보고 투자하는 문화가 자리 잡아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경훈 팀장은 “미국의 경우 자신의 분야에서 성과를 거둔 이들이 자신의 업종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아는 만큼 자신 있는 분야에 투자를 한다”며 “건전한 투자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서는 미국 등 선진사례처럼 그 기업의 가치를 함께 키울 수 있는 투자자가 많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민주 기자 stella25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