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재용 VS LG 구본준, '스마트 카' 부품 전쟁 '후끈'

정윤나 기자
입력일 2015-03-12 17:46 수정일 2015-03-12 19:19 발행일 2015-03-13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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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먹거리 스마트카 시장서 전장부품 공급 사활 건 경쟁
삼성과 LG전자가 ‘스마트카’ 시장에서 제2의 전성기를 꿈꾸며 불꽃 튀는 전쟁에 뛰어 들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전자업계 양대 산맥 수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구본준 LG전자 부 회장은 차세대 미래 먹거리를 ‘스마트 카’로 지목하고 전 계열사를 동원해 자사 자동차 부품사업의 핵심 기술 개발 및 사업 확장에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이는 가전과 모바일분야에서 벌어졌던 ‘스마트 전쟁’의 사업 범위를 자동차로 한 단계 더 확장시킨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최첨단 기술을 인정받고 있는 수준의 글로벌 기업”이라며 “이들 기업이 전자 각 계열사로부터 반도체, TV, 스마트폰 등의 다양한 분야를 자동차와 결합시키면서 전세계 ‘스마트카’ 혁명을 주도해나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삼성과 LG의 자동차 전장부품사업을 향한 포석은 최근들어 점차 그 행보를 빨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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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삼성호는 최근 마그나 슈타이어의 배터리팩 사업부문을 인수함으로써 삼성SDI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 역량을 강화시켰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인 BMW에 제품을 납품하게 되는 등의 성과가 첫 번째 신호탄이라는 게 삼성 측 설명이다.현재 삼성전자는 이미 전기차에 내장되는 주요 부품인 전기모터, 인버터, 컨버터 등의 원천 기술을 다수 확보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자동차용 디스플레이를 개발 중이며, 삼성SDI는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어 향후 그룹 내 시너지 효과도 기대는 상황이다.

특히 삼성디스플레이는 독일 자동차회사 아우디에 플라스틱 소재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를 최근 공급했다. 시동을 끈 상태에서는 눕혀져 있다가 시동을 켜면 자동으로 팝업되면서 엔진, 오일, 타이어, 브레이크 등의 상태를 확인해주는 모니터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 늦은 행보를 보였던 삼성SDI 측은 독일 BMW에 독점 공급 업체로 선정되면서, 올해 자동차용 배터리 매출액이 전년 대비 371% 증가한 4080억원 이상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아울러 삼성전기는 눈에 띄는 수익 부문으로 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를 꼽는다. MLCC는 전자회로에 안정적으로 전류를 공급하도록 제어하는 역할을 하는 전자부품으로, 자동차에 쓰는 MLCC는 특히 차량이라는 점을 감안해 고도의 기술력을 필요로 한다.

삼성 측은 “최근 이 부회장이 피아트 지주회사인 엑소르의 사외이사로도 활동 중이며, 세계 유명 자동차기업의 최고경영자들과 친분을 유지하며 자동차 관련 사업 진출에 대해 다양한 전략을 짜고 있다”고 말했다.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구본준 LG전자 부회장 역시 이 분야 사업을 신성장동력으로 점찍고 육성하면서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LG전자는 자동차 부품 분야를 사업본부로 세분화 시켜 조직할 만큼 큰 공을 들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 자동차 부품 관련 조직을 통합해 VC(Vehicle Components) 사업본부를 신설하는 가 하면 인천에는 자동차 부품을 연구, 설계, 시험하기 위한 R&D센터를 세운 게 대표적 사례다.

최근 ‘2015 제네바 모터쇼’에서 모습을 비춘 폭스바겐그룹 자율주행 콘셉트카 ‘제아(Gea)’가 홀로그램 디스플레이와 스마트워치, 후방램프, 카메라 등 LG전자 부품들 총 7개를 탑재하는 성과를 올렸다.

LG전자 VC사업본부 이우종 사장은 “이번 기술 협업은 LG전자가 글로벌 자동차 전문 디자인 회사와 함께 차세대 스마트카 디자인의 미래를 그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현재 제너럴모터스(GM)에 차량용 인터넷(커넥티드카) 서비스를 위한 롱텀에볼루션(LTE) 통신 모듈을, 현대모비스에 내비게이션 부품을 공급하고 있다. LG전자에서 차량용 부품 및 정보기술(IT) 솔루션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1조 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가량 늘었다.

LG화학은 최근 마이크로하이브리드자동차(μHEV)로 삼성의 주요 고객사인 BMW의 관심을 모으는데 한창이다. μHEV는 일반 자동차에서 시동용으로 사용하는 12볼트(V) 납축전지 대신 48V 리튬이온 배터리를 장착해 연비를 개선한 차량.

LG디스플레이는 차량용 디스플레이 시장 세계 1위를 목표로 투명 플렉시블(휘어지는) 디스플레이 상용화 준비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LG이노텍은 지난 2007년 미끄럼방지장치(ABS) 모터, 전자제어파워스티어링(EPS) 모터 등을 자체 개발했으며 조향용 센서와 카메라 등으로 차량용 전장부품사업을 키우는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와 IT의 결합이 ‘스마트 카’의 결정체로 삼성과 LG가 관련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확실한 멍석이 깔린 셈”이라며 “특히 전기차 시대가 빠른 속도로 앞당겨지는 동시에 자동차와 전자 기업 간 경계가 사라지면서, 전자 업계의 자동차 부품 사업 진출은 더 활발해 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윤나 기자 okujyn@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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