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이 700만원…고액보수 받는 금융사 사외이사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03-10 09:31 수정일 2015-03-10 18:45 발행일 2015-03-1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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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하나銀 사외이사 시급 773만원
사외이사 관련 단체에 거액 후원도 잇달아

국내 금융사들의 ‘지배구조 연차보고서’가 공개되면서 사외이사들의 고액 보수가 도마에 올랐다.

10일 금융권이 공시한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전 하나은행 사외이사 시급은 773만원 넘어 시간당 보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3년 3월 하나은행 사외이사로 선임된 사외이사는 지난해 3개월간 근무로 받은 보수는 총 1160만원이다. 당시 그는 1시간30분가량 간담회에 참석하고 이 같은 수입을 올렸다. 보수를 시급으로 환산하면 773만원이 넘는 것이다.

주전산기 교체 사태를 수수방관했다는 비난을 받은 KB금융지주의 사외이사들도 고액 보수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 이사회 의장은 지난해 97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이종천 KB금융지주 사외이사는 8700만원, 김영진·황건호 사외이사는 각각 86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보험사 사외이사들은 회사 특성상 비용이 많이 드는 건강검진을 지원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삼성화재는 사외이사 본인에게 350만원 상당의 건강검진을 제공했다. 또한 배우자에게도 150만원을 지원했다. 동부화재(120만원), 메리츠화재(300만원), KB생명(200만원), 코리안리(240만원) 등 다른 보험사도 본인 및 배우자에게 건강검진을 제공했다.

더 큰 문제는 금융사들이 사외이사와 관련이 있는 단체에 후원했다는 점이다. 이종천 KB금융 사외이사는 한국회계학회 학회장을 맡고 있다. 국민은행은 이 이사가 선임된 2011년 이후 8000만원의 기부금을 냈다. KB금융 사외이사 관련 단체가 받은 돈은 무려 1억8000만원에 달했다.

신한은행은 김기영 사외이사가 광운대 총장으로 있던 2012년에 광운학원에 2억원을 기부했다.

금융사가 사외이사들의 고액 보수와 각종 혜택을 제공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외이사들이 거수기 노릇을 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금융사들은 사외이사들에게 고액의 연봉과 각종 혜택을 제공해 사외이사들을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고 사외이사들은 이사회에서 ‘거수기’ 역할을 충실히 함으로써 이에 보답하는 구조가 정착됐다는 것이다.

금융권의 한 인사는 “금융사 사외이사직은 자리를 희망하는 후보 본인이 적극적으로 인맥을 동원해 추천을 이끌어내는 경우가 많다는 게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금융사 입장에서도 ‘좋은 게 좋은 것 아니냐’는 식으로 정치권이 추천한 인사를 이사로 선임하고 각종 혜택을 제공해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릿지경제 =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