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위 공직 후보자들 인사청문회… '부동산 벽' 뛰어넘을까

남지현 기자
입력일 2015-03-08 17:12 수정일 2015-03-08 18:46 발행일 2015-03-09 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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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회를 앞둔 고위 공직 후보자들이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문제가 불거졌다.

장관급 후보자 네 명 모두 위장전입을 시인한데 이어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도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고 있다.

4·29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있어 여야의 치열한 공방이 예상되는 가운데 후보자들이 부동산의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 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점차 낮아지고 있는 검증 기준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면서 청문회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다.  

9일부터인사청문회퍼레이드
국회는 9일부터 20일 동안 최대 8개의 인사청문회를 개최할 예정이어서 여야 간 전운이 감돌고 있다. 휴일인 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 유일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 준비가 진행되고 있다.(연합)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는 9일부터 20일 동안 열리는 인사청문회에서 여섯 명의 후보자들을 검증한다.

유기준 해양수산부, 유일호 국토해양부, 임종룡 금융위원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 후보자 등 장관급과 조용구 중앙선관위원, 이병호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청문회가 확정됐다.

박상옥 대법관 후보자, 이석수 특별감찰관 후보자 청문회도 이달 중 개최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행정부의 고위 공직자를 임명할 때 국회는 재산신고 사항, 최근 5년간의 소득세·재산세 및 종합토지세의 납부실적과 체납실적 등을 조사한다.

재산·세금과 관련해 부동산의 비중이 큰 만큼 인사청문회의 단골메뉴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인사청문회는 지난 2000년 6월 16대 국회가 인사청문회법을 제정함으로써 도입됐다.

이때부터 부동산 비리로 후보자들이 줄줄이 낙마해 왔다. 

김대중 정부 시절인 1998년 주양자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일가족 위장전입 의혹으로 장관직을 사임했고 2000년에는 박태준 전 총리가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재임 4개월만에 물러났다.

그 뒤 장상 총리서리가 후보자로 떠올랐지만 지인들과 함께 구입한 경기도 양주군의 땅이 수십 배로 뛰었다는 부동산 투기 의혹과 서울 강남과 목동으로 3차례 위장 전입한 사실이 밝혀져 총리 인준안이 부결됐다.

장대환 국무총리 후보자도 매입한 12건의 부동산에 대해 투기 및 세금탈루 의혹을 받았고 위장전입을 시인하면서 총리 임명이 무산됐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2005년 이헌재 경제부총리가 부인의 위장전입 의혹에 자진사퇴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부동산 문제는 낙마의 중요한 원인이었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이춘호 여성부장관·남주홍 통일부장관·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자를 모두 부동산 투기 의혹 등으로 인사청문 요청을 철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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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에서도 김용준 국무총리와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의 부동산 투기가 문제가 돼 청문회 후 자진사퇴로 이어졌다.

인준에 성공한 공직자들도 부동산 비리 의혹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비교적 흠결이 적었다고 평가되는 김종덕 문화체육부 장관도 지난해 인사청문회에서 아파트 다운계약서로 세금을 탈루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기준시가보다 낮게 신고했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지난달 정가를 뜨겁게 달궜던 이완구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도 부동산 문제는 빠지지 않았다. 

차남에게 증여된 20억원대 분당 땅을 놓고 제기된 투기 의혹부터 타워팰리스 매입자금 관련한 재산 은닉 등은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강병규 안전행정부 장관이나 이성한 경찰청장,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등이 부동산 관련 의혹이 완전히 해소되기도 전에 임명이 강행됐다.

강병규 장관은 위장전입, 이성한 경찰청장은 부동산 투기, 최양희 장관은 다운계약서 작성 등의 의혹이 제기됐지만 결국 임명됐다. 이런 상황에서 인사청문회를 앞둔 공직 후보자들 다수가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고위공직자 후보들의 도덕성을 검증하겠다며 인사청문회를 도입한 정부와 정치권이 스스로 검증 기준을 낮추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시민 유철중씨(57 화성)는 “지난 10년간 위장전입으로 처벌받은 일반인이 5000명이 넘는다는데 고위공직자라고 처벌은 없이 도덕적 책임만 묻는 청문회라면 과연 할 필요가 있냐”며 “우리 사회에 도덕 불감증을 유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브릿지경제 = 남지현 기자 dioguinness@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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