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결제계좌 허용 추진… 마냥 반기지만은 않는 보험업계

심상목 기자
입력일 2015-03-05 17:49 수정일 2015-03-05 17:49 발행일 2015-03-06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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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사의 결제계좌 허용과 관련해 보험업계가 묘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밥그릇’을 빼앗길 수도 있다는 우려에 은행권에서는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보험사들이 마냥 환영만 하는 것은 아니다. 보험사들은 제도가 시행되더라도 당장 사업에 뛰어들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보험사의 지급결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만약 보험사에서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보험사도 ‘통장’을 발급할 수 있다.

통장 발급이 가능해지면 보험사는 급여이체 뿐만 아니라 카드대금 결제, 공과금 납부, 자동이체 등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 현재 은행 업무 대부분이 가능해진다는 의미다.

이로 인해 은행권에서는 보험사의 지급결제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 보험사로 이탈고객이 생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험사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보험사와 은행 경계가 사라지게 된다”며 “급여통장 등 주거래 고객이 뺏길 수 있어 제도 허용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은행장 10여명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장을 만나 이와 관련한 입법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이에 반해 보험업계에서는 지급결제 허용을 환영하고 있다. 지급결제가 허용되면 보험사의 새로운 수익원이 창출될 수 있어서다.

보험업계는 특히 통장 발급이 가능해지면 연금 등 저축성 상품의 판매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금까지 저축성 상품 가입 고객들은 은행계좌에서 돈을 인출해 보험료를 납입하는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보험사에서 통장발급이 가능해지면 급여이체와 함께 저축성 상품의 보험료 납입이 동시에 이뤄지는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 보험사 관계자는 “연금과 예금을 한 계좌로 관리할 수 있어 고객들에게는 많은 편의가 제공될 수 있다”며 “보험료 납입시 발생하는 수수료를 인하효과가 대표적이다”고 말했다.

그러나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 제도가 허용되더라도 당장 통장발급을 시행하는 것은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고객들에게 통장을 발급하기 위해서는 부수적인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전산망 구축’이다. 보험사가 통장을 발급하기 위해서는 은행과 같은 인터넷 전산망을 구축해야 한다.

해킹이나 개인정보 유출이 심각한 상황에서 전산망의 보안은 매우 강하게 해야 한다. 

이러한 전산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수십억원에서 수백억원의 비용이 발생한다. 

보험업계에서는 전산망 비용을 대체할 수 있는 수익이 발생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전산망 구축으로 발생하는 비용이 매출보다 적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기업계 보험사 관계자는 “급여통장 제공이 보험사 수익 창출에 큰 영향을 미칠지는 내부적으로 더 따져봐야 한다”며 “회사 내부적으로도 결제계좌 허용 사업에 진출할지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브릿지경제 = 심상목 기자 ssm@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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