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관리의 삼성'에 스타트업 혁명 주도

정윤나 기자
입력일 2015-03-04 18:19 수정일 2015-03-04 19:11 발행일 2015-03-05 1면
인쇄아이콘
20

‘관리의 삼성’이 달라졌다. 

그간 보수적이었던 M&A에 활발히 나서고 있으며 타이젠, 삼성페이 등 독자 플랫폼 구축에도 과감히 뛰어들어 성과를 거두고 있다. 

하드웨어만 잘 만드는 삼성의 조직 안에 이른바 ‘실리콘밸리식 스타트업 혁명’이 빠르고 광범위하게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재용식 혁신경영의 대표적인 사례는 M&A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해 이건희 회장의 공석 이후 10개월간 8건의 크고 작은 M&A를 성사시켰다. 매달 거의 한 번꼴로 기업을 인수한 셈.

지난달 23일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 강화를 위해 오스트리아의 배터리 팩 회사를 사들였는가 하면 그 전에도 루프페이(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셀비(비디오앱 서비스), 콰어어트사이드(공조전문 유통), 심프레스(프린팅솔루션), 프록시멀데이터(SSD), 프린터온(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스마트싱스(사물인터넷) 등을 속속 인수했다.

인수된 회사들은 사물인터넷 플랫폼, 모바일 클라우드 솔루션, 빅데이터 소프트웨어 개발, 모바일 결제 서비스 등 콘텐츠와 서비스를 다루는 인터넷 및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대부분이다.

이러한 M&A전략을 통해 삼성전자는 오랫동안 극복하기 힘든 최대 단점으로 지적됐던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분야의 약점을 일거에 해소할 수 있었다. 동시에 고부가가치 분야에서의 미래 먹거리 창출이라는 회사 전략도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특히 삼성전자가 지난달 19일 인수키로 한 미국계 모바일 결제 솔루션 업체 루프페이는 이 부회장의 내린 M&A 결단 중 가장 큰 규모로 꼽힌다.

루프페이는 마그네틱 보안 전송(MST) 관련 특허 기술을 보유, 미국에서만 1000만여개의 가맹점 체계를 갖고 있는 미국 최대 규모의 모바일 결제 솔루션 기업으로 차후 ‘삼성페이’가 적용되면 ‘애플페이’보다 훨씬 높은 수익이 창출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삼성 측은 설명했다.

이러한 M&A가 갤럭시S6라는 응집된 결과로 나타났다는 게 삼성전자 내외부의 중론이다. 또 인수한 업체들 면면을 보면 매너리즘에 빠져 있던 삼성전자의 기존 직원들에게도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가 이렇듯 M&A에 적극적으로 나서게 된 데에는 이 부회장의 결단 외에 삼성전자의 달라진 위상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의 한 관계자는 “과거에도 지금처럼 자주는 아니지만 수차례 M&A를 진행했으나 다 실패로 돌아갔다. 직원들이 아시아의 한 업체인 삼성에 근무하길 꺼렸기 때문이다.삼성은 직원들이 다 나고고 난 빈껍데기만 인수한 결과가 됐다”고 말했다. 

삼성의 위상이 애플 구글과 어께를 나란히 하고 있는 지금의 삼성은 다르다. 너도나도 가고싶어하는 조직이 됐고 이러한 요인과 적극적인 이재용부회장이 행보가 맡물려 성공적인 M&A전략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비단 M&A뿐만 아니다. 독자적인 OS인 타이젠을 스마트폰을 비롯한 전체 가전에 심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삼성은 예전에도 복수의 표준작업에 광범위하게 참여했다. 퀄컴 등이 주도하고 있는 CDMA기술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예전에는 참여업체 중 하나 정도였다면 지금은 가장 파워풀한 표준 주도자가 됐다는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갤럭시S6와 함께 선보인 삼성페이도 일종의 플랫폼사업, 즉 결제표준 사업이라고 할 수 있다. 애플이 앱스토어라는 장터를 만들어 앉아서 돈을 벌듯이 이제는 삼성이 결제 측면에서의 거대한 장터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 이 부회장, 시진핑 中 주석 만나 

한편 이 부회장은 해외 주요 인사들과 스킨십을 넓히는 데도 한창이다.

그는 지난 7월 방한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데 이어 미국 선밸리콘퍼런스에 참석해 래리 페이지 구글 CEO와 팀 쿡 애플 CEO와 면담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또한 10월에는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과 접촉하는가 하면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 지나 라인하트 호주 로이힐 회장, 조 카이저 지멘스 회장과도 회동한 바 있다. 이어 지난 1월에는 서울 신라호텔에서 왕양 중국 부총리를 만나 중국 사업 확대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 IT 새 트렌드 주도권 잡기 행보 

삼성 측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평소 외부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개방적이고 기업 M&A에 대해서도 유연한 생각을 갖고 있어 최근 가속도가 붙은 것 같다”며 “평소 이 회장이 이 부회장을 상대로 ‘미래 비전을 제시하라’는 주문이 끊이지 않았는데, 최근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이 부회장의 행보는 기존 주력사업의 경쟁력 강화라기보다는 더 나아가 IT 시장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 분야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노력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브릿지경제 = 정윤나 기자 okujyn@viva100.com

issue & iss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