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좌파 집권… 시리자 환호, 유로존 탄식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1-26 16:55 수정일 2015-08-18 13:47 발행일 2015-01-2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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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의 긴축재정 정책에 반대하는 그리스 급진좌파연합 시리자의 총선 압승으로 유럽연합(EU)이 사상 초유의 위기를 맞고 있다. 그리스 총선의 여파가 ‘EU’라는 공동체의 존립 자체를 위협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유로존 불안이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도 총선 결과 발표 직후인 26일(현지시간) 1.11달러선이 깨진 1.1098달러를 기록, 11년여만에 최저치를 다시 갈아치웠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양적완화(QE) 발표 하루 뒤인 23일 1.1115달러를 기록한데 이은 것이다. 영국 로이터 등 주요 외신은 26일 사실상 개표가 끝난 가운데 시리자가 36.3%의 득표율로 정원 300석 중 149석을 확보했다고 보도했다.

[인포]달러대비유로화

현 집권당인 신민당은 득표율 27.8%로 2위를 차지하며 76석을 확보했다. 그 뒤를 극우 성향인 황금새벽당(6.3%·17석), 중도 좌파 성향의 정당인 토포타미(6.0%·16석), 공산당(5.5%·15석) 등이 이었다.

압승을 거뒀지만 과반(151석)을 확보하는데는 실패한 시리자는 확실한 국정 주도권을 쥐기 위해 3위권 이하 정당 중 하나와의 연립정부 구성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중도 성향의 토포타미와 우파 성향이지만 구제금융에 반대하는 그리스독립당 등과 연립정부 구성을 시도할 것이 유력하다.

치프라스 대표는 승리가 확정되자 기자회견을 통해 “그리스 국민이 모든 긴축 정책을 중단하기를 원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며 “그리스 경제를 파멸로 이끌었던 긴축 정책을 뒤로 하고 나아가겠다”고 다시 못박았다. 그는 “EU, ECB 등 트로이카로부터 2400억 유로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그리스 정부가 약속한 긴축 정책을 재검토하고 부채 탕감 조건 등을 협의하겠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리스 빈곤층의 35%에게 복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20억 유로(약 2조4168억원) 규모의 지원책을 시행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리자 집권이 확실시되자 영국, 독일 등 EU 중심국 정부는 그리스 차기 정부에 대한 그간의 우려가 현실로 다가왔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이번 그리스 선거 결과로 유럽 국가 전체에 경제적 불확실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는 경고 메시지를 25일 트위터에 게시했다.

모하메드 엘에리안 알리안츠 수석 경제 고문은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오랜 기간 긴축 정책을 통해 희생한 것에 비해 의미 있는 수확이 없다는 그리스 국민들의 판단이 이번 선거 결과에 반영됐다”면서도 “이번 선거 결과로 인해 그리스 주식시장은 물론 유럽 주식시장과 신용등급이 낮은 유럽 국채 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동안 긴축정책으로 그리스를 압박해 왔던 EU의 맹주 독일은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독일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는 이날 “그리스는 구제금융 프로그램의 원칙을 따를 때에만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그리스 정부가 경제 개혁안을 제대로 따르지 않는다면 지원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밝혔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선거를 앞두고 “그리스 정부는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합의한 사안을 반드시 이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강조하는 성명을 냈었다.

앞서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등도 총선을 앞두고 있다”며 “EU지지율이 떨어지면서 그리스 총선의 영향으로 유럽 연합이 붕괴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도했다. 유로존 재정위기의 시발점이 된 그리스를 비롯해 남유럽 국가들의 EU 지지율이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그리스의 EU 지지율는 2007년 51%에서 현재 23%로 절반 이상 떨어졌다. 한때 유로화와 유럽통합의 ‘모델’ 국가로 여겨졌던 스페인도 같은 기간 EU 지지율이 64%에서 31%로 급락했다.

한편 그리스와 처지가 비슷한 재정 위기국들은 그리스 선거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스페인 좌파 정당 포데모스는 “그리스가 마침내 보다 나은 정부를 갖게 됐다”고 시리자의 승리를 축하했다. 지난해 창당한 신생 정당인 포데모스도 복지 축소 등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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