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조정‧구제금융 연장 둘다 불발 땐 '2월의 시한폭탄'

김효진 기자
입력일 2015-01-26 14:16 수정일 2015-01-26 18:57 발행일 2015-01-2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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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현지시간) 실시한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인 시리자당의 승리가 확실히되자 지지자들이 아테네시내에서 그리스 국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지고 있다.(연합)

“이번엔 진짜 안녕, 메르켈 총리(Das ist eine wirklich Gute Nacht, Frau Merkel).” 그리스 총선 기간 중 지지자들이 외친 구호다. 가혹한 긴축정책을 강요해온 독일에 대한 그리스 민심을 대변하고 있다.

25일(현지시간) 치러진 그리스 총선에서 급진좌파연합 시리자가 압승을 거두면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에 파장이 본격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은 현재 ‘그렉시트(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여부와 ‘그리스 구제금융 조건에 관한 재협상’이라는 과제에 직면한 상태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 등 주요 외신은 “그리스의 체 게바라로 불리는 알렉시스 치프라스가 유로존에 도전장을 내던진다”며 “시리자가 3200억 유로(약 390조원) 규모인 국가채무의 절반을 탕감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세우며 유로존에 갈등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고 26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시리자가 정권을 잡더라도 ‘그렉시트’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분석된다. 곧 총리에 취임할 치프라스 시리자 대표가 총선 유세에서 “그렉시트는 없을 것”이라고 수차례 공언했고 시리자 지지세력도 유로존 탈퇴는 원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도 “그렉시트 논의를 통해 유로존 이탈을 압박한 뒤 그리스가 구제금융 조건 재협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려는 전술을 내세우고 있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빌 머리 IMF 대변인은 지난 22일 “그렉시트는 불가능할 것”이라며 “어떤 정부가 선출되더라도 유로존과 충분히 협력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도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은 위기가 최고조였던 2012년보다 훨씬 낮다”며 “결코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지 않더라도 구제금융 완화 관련 재협상 과정이 남아 있다. 시리자는 현재 “채권단 트로이카(유럽중앙은행, 국제통화기금, 유럽연합)와의 재협상을 통해 부채를 탕감받고 상환 조건을 완화시키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치프라스 대표는 “그리스는 사실상 국내총생산(GDP)의 175%에 달하는 채무를 갚을 능력이 없고 상환 조건이 너무 가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그리스가 채무 상환을 거부하거나 트로이카가 채무 탕감을 받아들이면 유럽 경제 전반은 물론 세계 경제에도 타격이 있을 것으로 주요 외신들은 전망하고 있다.

현재 EU는 그리스의 채무를 조정할 경우 이탈리아 등 국가채무 비율이 높은 다른 회원국도 연쇄적으로 탕감을 요구하는 등 유로존이 해체 위기에 놓일 수 있어 강경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트로이카는 치프라스를 ‘유럽에서 가장 위험한 남자’라고 경계하며 “채무 탕감은 절대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유럽 최대 경제국이자 ECB 최대 주주인 독일은 엄격한 재정규율을 강조하며 그리스의 주장에 완강히 맞서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새로운 그리스 정부가 채권단과 긴축 정책 폐지를 합의한다면 아일랜드와 포르투갈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이 경우 다른 국가들도 EU 조약에 규정된 재정적자 목표치 조정에 재량권을 달라는 요구가 빗발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리스 총선을 계기로 스페인 포데모스를 포함해 유로존 내 여러 정당들도 긴축 정책에 반대하는 움직임을 가시화할 수 있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올해 말 있을 총선을 의식해서였는지 파블로 이글레시아스 포데모스 대표는 아테네에서 있었던 이번 치프라스의 선거 유세에 동참했다.

독일 분데스방크의 옌스 바이트만 총재도 “그리스 새 정부는 이미 이룬 성과와 앞으로 예상되는 결과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기를 바란다”며 유로존의 분열을 경계했다.

한편 다음달 말까지 그리스 새 정부가 트로이카와 협상을 타결하지 못하거나 구제금융 프로그램 종료 시한을 연장하지 못할 경우 ‘우발적 그렉시트’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리스에 지원한 자금 회수도 어려울 뿐더러 다른 국가의 유로존 추가 이탈 가능성 등으로 유로존 경기 침체가 더 확대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김효진 기자 bridgejin10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