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티팬'도 소중한 고객… 쓴소리 귀 기울일 줄 알아야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4-12-28 16:43 수정일 2014-12-28 17:59 발행일 2014-12-29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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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글로벌 판매량 1000만대를 넘어라]③ 글로벌 기업에 걸맞는 품위 갖춰라

오는 29일 현대자동차가 창립 47주년을 맞는다. 1967년 미국 포드와 합작법인으로 출발한 현대차는 이듬해 최초 생산모델 코티나에 이어 1975년 국산 최초 고유모델 ‘포니’를 출시하면서 자동차 회사로 모양을 갖췄다. 현재는 아시아자동차와 기아자동차 인수로 내수 점유율 70%에 이르는 국내 굴지의 자동차 회사가 됐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8위 자동차 기업으로 성장했고 판매량만으로는 세계 5위다. 올해는 내수와 수출을 합해 모두 800만대 판매를 넘길 것으로 전망되는 현대자동차는 이제 1000만대 판매를 목표로 힘찬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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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옵션으로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하기는 어렵습니다. 변화하고 성정하지 않은 기업에 애정을 기울이기는 힘들어요.”

최근 인기 자동차 블로그인 ‘스케치북다이어리’에는 ‘현대기아차를 둘러싼 불편한 분위기’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현대차가 비판적 의견도 수렴하고 고객들과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이 글에 많은 네티즌이 공감했다. 아이디 PG덴드로는 “현대차는 딱 시험에 통과할 만큼만의 차를 만드는 것 같다”며 “기대를 접은 지 오래”라고 적었고 아이디 비취는 “세세하게 뜯어보면 수출형은 성의 있게 내수용은 대충, 이런 게 눈에 많이 보이니 소비자들의 분노가 쌓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자동차 업계에는 현대차가 이제 ‘품위도 갖춰야 한다’는 생각이 널리 퍼져있다. 글로벌 시장 1000만대 판매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기업 이미지 제고도 반드시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최근 현대차가 온라인에 자사에 대한 부정적 내용을 게재한 안티팬들을 잇따라 고발하고 TV 인터뷰를 통해 자사 자동차에 대해 부정적 의견을 냈다는 이유로 자동차 명장 박병일씨를 고발하는 등의 행태는 소비자들 정서에 배치되는 처사다.

연비 집단소송을 대하는 태도도 글로벌 자동차회사가 보여줄 수 있는 품위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현대차는 지난 8일 열린 1차 변론기일에서 “표시연비가 달라진 것은 회사의 잘못이 아니다”며 국토교통부에 책임을 돌리는가 하면 일부 판매 영업사원들은 연비 부당광고 집단소송에 참여 중인 차주들에게 ‘소를 취하하고 보상금을 받으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모두 안티팬 증가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 자동차 칼럼리스트는 “경영진이 소비자와의 소통 문제를 경시하다보니 집단소송 같은 일에 직면하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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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최근 몇 년 사이 화려한 옵션으로 차 값만 올린다는 지적에도 직면해 있다. 올초 출시한 LF쏘나타가 대표적이다. 자동차 핵심 기술인 엔진과 연비에 대한 기술적 진보 없이 전작 YF쏘나타의 엔진과 일부 구동계통 부품을 그대로 사용하면서 차값만 올렸다는 것이다.

실제로 전작 YF쏘나타는 출시 후 월 1만대 이상 판매되는 등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지만 LF쏘나타는 출시 3개월만에 판매량이 반토막 나면서 예정에 없던 택시 모델까지 급박하게 출시하는 등 판매 부진에 시달려야 했다. 

김평모 동부증권 애널리스트는 “LF쏘나타 이후 무거워진 무게와 정체된 연비 발전으로 인해 현대차의 연비 기술에 대한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

현대차 글로벌 판매량 1000만대 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