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점유율 3%서 멈칫…'현지 전략車'로 가속페달 밟아라

천원기 기자
입력일 2014-12-22 16:05 수정일 2014-12-22 17:36 발행일 2014-12-2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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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세계 판매량 1000만대 넘어라] ② 제2의 아반떼를 만들어라
남양연구소 현대디자인센터
남양연구소 현대디자인센터.(사진제공= 현대차)

‘75만대’와 ‘306만대’라는 숫자는 유럽시장에서의 현대차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75만대는 유럽시장에서 지난달까지 현대차(기아차 34만대 포함)의 판매량이고 306만대는 폭스바겐이 유럽에서 팔아치운 자동차 대수다. 현대차는 유럽과 인도 시장이 실용성 위주의 소형 해치백 스타일 모델이 인기라는 공통점 때문에 두 곳 모두에 소형 해치백 i20과 i30을 전략 차종으로 투입했지만 유럽 시장에서는 경쟁 모델에 밀려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기아차를 포함한 현대차의 유럽 시장 점유율은 3%대로 독일 업체 메르세데스-벤츠와 BMW, 아우디가 4% 중후반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그리 나쁜 수준은 아니다. 유럽 시장에서 30% 가까운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폭스바겐을 제외하면 대부분 10%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경쟁모델에 비해 떨어지는 상품성과 브랜드 이미지로 현대차의 점유율은 2009년 이후 3%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월드컵 특수 등으로 유럽 판매량이 확대되긴 했지만 점유율은 제자리 걸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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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혁신을 통해 ‘아반떼’ 같은 전략차종을 만들어내야 할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아반떼는 올해 국내 자동차 모델 최초로 글로벌 누적 판매량 1000만대를 돌파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과 교수는 “현지화를 통한 전략 차종과 아직까지 유럽차에 비해 떨어지는 기술 격차를 해소하고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해야 연간 1000만대 판매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현대차가 유럽 전략차종으로 개발한 i30은 2012년 영국을 비롯해 칠레, 스코틀랜드 등에서 ‘올해의 차’로 선정될 만큼 주목받았지만 판매에 영향을 주지는 못했다. 당시 마틴 빈터콘 폭스바겐 회장이 i30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지만 현대기아차는 작년 유럽 시장에서 판매된 차량 30위권에 단 한 대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뒤늦은 감은 있지만 최근 현대차가 BMW의 고성능차 개발총괄책임자 알버트 비어만을 부사장으로 영입한 것은 품질 향상을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생산기지 쏠림 현상도 문제다. 현대기아차는 해외에 16곳의 생산시설을 두고 있지만 대부분 유럽과 중국, 북미, 인도 등에 집중됐다. 최근 한·베트남 FTA(자유무역협정) 타결로 동남아 진출을 서둘러야 하는데 생산기지가 유럽과 동아시아에 쏠려있다는 것이다.

특히 베트남 인접국인 태국은 자동차 판매량이 연 평균 30% 이상 증가하는 지역으로 글로벌 자동차 회사들의 새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는 동남아 시장을 간과해왔다”며 “FTA가 체결된만큼 베트남을 생산기지로 삼아 동남아 진출을 적극 고려할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가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이집트에서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만큼 아프리카 시장 확대에도 주력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오고 있다.

천원기 기자 000wonki@viva100.com

현대차 글로벌 판매량 1000만대 넘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