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왕의 영어'와 '대통령의 영어' 차이없다

김은영 기자
입력일 2014-10-19 16:47 수정일 2014-10-19 19:31 발행일 2014-10-20 2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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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영국 영어 얼마나 다를까?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 소개

미국이 영국으로부터 독립한 지 250년이 돼가고 있는 현재 사람들은 ‘여왕의 영어(Queen‘s English)’와 ‘대통령의 영어(President’s English)’를 같은 영어지만 상당히 달라진 언어로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고 잇는 것처럼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가 크게 다를까.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최근 두 언어가 많이 달라지긴 했지만 사실은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같으면서 다른 두 나라 언어에 대해 잘못 인식되고 있는 부분을 소개했다. ◇ 발음이 변한 것은 미국 영어가 아니라 영국 영어다

셰익스피어 시대의 발음을 복원해 제작한 CD를 이용해 추정해보면 미국 독립 이후 100여년이 넘도록 양쪽의 발음은 사실상 같았다. BBC같은 곳에서 현재 들을 수 있는 영국 영어 특유의 딱딱 끊어지는 발음이 영국에서 정착된 것은 불과 100여년이 채 안된다. 즉 100여년 전만해도 영국 영어는 현재의 미국 영어와 상당히 유사한 발음 체계를 지녔다는 사실이 여러 논문을 통해 확인되고 있다. 요컨데 영국 발음이 미국에 들어와 변한 것이 아니라 영국 영어는 미 본토에서 그대로 유지되면서 발전한 반면 정작 변한 것은 영국 본토의 발음이라는 설명이다. 고대 로마 시대의 공용어였던 라틴어도 정작 수도 로마에서 쓰는 발음은 크게 변해 현재의 ‘교회 라틴’과 이탈리아 식으로 변했지만 로마제국의 변방이었던 독일이나 영국에서는 율리우스 카이사르 시대의 ‘고전 라틴’이 보존된 것도 이와 비슷하다. 또다른 예로 프랑스 식민지였던 캐나다 퀘벡주에서 쓰이는 프랑스어가 현재 파리에서 쓰이는 표준 프랑스어보다 훨씬 보수적이다.

◇ 영국은 ‘어텀, Autum’ 미국은 ‘폴, Fall’? 같은 뜻이지만 어휘가 다르다?

16~17세기 영국에서 미국으로 간 이민자들이 미국에 살면서 ‘Fall’과 ‘Autumn’이 함께 사용됐다. 각각 앵글로색슨어와 라틴어에서 유래했다. 하지만 영국보다는 농경 의존도가 낮았던 미국 정착자들이 ‘추수’의 의미가 들어간 ‘Autumn’보다는 단음절의 단어를 선호하면서 ‘Fall’이 사용반경을 넓혔다. 하지만 영미권 밖에 있는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두 단어의 사용빈도가 두 나라 사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지는 않는다. ‘Autumn’이라는 라틴어 파생어가 학구적인 뉘앙스가 약간 더 진한 정도로 일상 생활에서 차이를 느낄 정도는 아니다.

◇ 영국에서는 ‘토마토’, 미국에서는 ‘토메이토’?

그렇지 않다. 같은 토마토를 나타내는 단어도 영국 지방별로, 미국 지방별로 발음이 다르다. 일례로 미국에서는 모두 ‘토메이토’로 발음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미국 매사추세츠추의 보스턴 지역에서는 영국식으로 ‘토마토’라고 발음한다.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생각되는 ‘R’ 발음도 미국은 하고 영국은 하지 않는다고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는 것은 옳지않다. 실제로 뉴욕에서는 영국처럼 이 발음을 굴리지 않고 펴서 발음한다. 그래서 ‘New York’을 실제 뉴욕 토박이들은 ‘누역’에 가깝게 발음한다. 반면 영국의 에 일부 지방, 스코틀랜드, 웨스트미들랜드에서는 이 발음을 굴려서 발음한다.

◇영국인들은 노래할 때는 영국식 억양을 쓴다?

영국, 캐나다, 스코틀랜드, 호주 등 미국을 제외한 영어 사용 국가 출신의 가수들이 노래를 부를 때 들어보면 미국식 영어 발음으로 들린다. 미국 악센트가 노래의 리듬과 멜로디 전개에 더 적합하기 때문이다. 수차례 그래미상을 수상한 영국 출신 가수 아델은 라이브 공연을 들어보면 전형적인 런던의 20대 여성의 발음이지만 노래를 들어보면 전형적인 중부 미국인과 발음면에서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김은영 기자 energykim831@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