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이재웅 창업자 “카카오 탓? 그러면 이민 가!”

조은애 기자
입력일 2014-10-08 18:00 수정일 2014-10-11 12:35 발행일 2014-10-08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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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웅 "국가권력 남용 탓해야지 왜 기업 탓하나"
"정부 탓 맞지만 기업도 사생활 보호해야"
카카오톡 감찰
카카오톡 감찰 논란을 둘러싸고 다음 창업자인 이재웅씨와 시민운동가인 하승창 씽크카페 대표가 페이스북에서 벌인 논쟁.(출처=하승창 씽크카페 대표 페이스북)

카카오톡(카톡)의 사이버 검열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이재웅 다음커뮤니케이션 창업자가 한 시민운동가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이 도마에 올랐다. 함께하는시민행동 사무처장을 지낸 현재 하승창 씽크카페 대표가 지난 3일 카카오톡의 사이버 검열에 대해 “웬만한 주요 그룹들의 카톡방(그룹대화)은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면서 다음카카오 CEO의 태도를 문제삼자 이 창업자가 4일 “국가 권력의 남용을 탓하지 않고 (권력에) 저항하지 않는 시민이나 기업을 탓하는 이런 자세는 정말 구태”라고 지적하고 나선 것. 그러면서 “그러려면 그냥 이민 가셔야죠” 같은 자극적인 표현을 동원했다. 카카오의 대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전제를 달긴 했지만, 국가권력에 의해 어쩔 수 없이 대화기록을 넘겼다는 식의 주장으로 풀이된다.

하 대표가 “(표현의 자유 문제 뿐 아니라 기업 경영과 산업에도 영향을 주는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까지 포함해서) 정부와 검찰이 문제의 근본에 있다는 것 맞다, 사람들이 카톡을 쓰지 않겠다는 것도 그에 대한 대응의 한 형태”라고 반응해 갈등이 번지지는 않았지만 업계 안팎에서는 이 창업자의 발언이 과도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이 창업자가 카카오의 대응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전제를 깔았지만 이번 사이버 검열 논란에 대한 다음카카오의 책임을 그저 정부 때문으로 몰고 가 일반화하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진보네트워크센터 장여경 활동가는 “다음카카오가 오늘에서야 사과문을 올렸지만 이전에 사생활 보호에 대한 조치를 취할 수 있었다”며 “국민의 정보를 요구하는 공권력이 가장 큰 문제지만 다음카카오와 같은 통신사업자도 이번 논란의 책임을 면피할 수는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업계의 한 관계자도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 사용이 늘어나면서 사생활과 보안문제는 과거 어느때보다 중요해졌다”며 “통신사업자의 책임과 역할에 대한 사회적 요구 수준도 더욱 높아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다음이 아고라 등을 운영하며 그동안 국민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 활동해왔다는 점에서 이 창업자의 발언 내용 자체를 문제 삼을 수는 없다는 주장도 있다.

김인성 전 한양대 컴퓨터공학부 교수는 “다음이 지금까지 포털 중에서는 공정성 있는 활동을 해왔기에 이 창업자의 이번 주장을 아무 근거 없는 말로 치부할 수는 없다”며 “하지만 앞으로 사생활 보호 문제에 있어서도 보완을 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다음카카오가 지난해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 요청을 모두 147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카카오는 이날 “카카오톡에 대한 감청 요청은 2013년 86건, 2014년 상반기 61건이 있었다”며 “감청 요청 건수는 앞으로 발간할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주기적으로 공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조은애 기자 sincerely.cho@viva100.com

카카오톡 사이버 검열 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