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원투수 ‘스마트워치’ 보물일까 애물일까

최상진 기자
입력일 2014-09-12 13:23 수정일 2014-09-14 14:52 발행일 2014-09-12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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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애플워치(좌)와 삼성전자 갤럭시기어S(우)

‘2014 IFA’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스마트워치가 과연 포화된 스마트기기 시장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모바일업계는 내년 스마트워치 시장이 300% 성장해 약 2800만대가 판매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 소니 등이 본격적으로 시장 확대에 나선 반면 애플은 스마트워치 출시시기를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풀이된다.

지난 5일~10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된 ‘2014 IFA’에서 삼성전자는 갤럭시기어S, 애플은 애플워치, LG전자는 G기어R, 소니는 스마트워치3 등을 각각 선보였다. 디자인은 상이했지만 스마트폰과의 연계성, 건강관련 정보 수집 등 콘텐츠에서는 유사성을 보였다.

스마트폰 시장의 포화를 체감하고 있는 모바일 업체들은 앞다퉈 웨이러블 기술의 진화와 시장확대 가능성을 역설했다. 신종균 삼성전자 무선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3월 모바일월드콩그레스를 앞두고 “지난해에는 웨어러블 기기의 가능성이 입증됐다면 올해부터는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에 발맞춰 시장조사업체 캐널리스는 내년 스마트워치 시장 규모가 2820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이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업계 관계자들은 많지 않다. 일각에서는 “구원투수(웨이러블)가 경기에 불을 지를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지난 5월 이동통신 전문 리서치회사인 마케팅인사이트가 스마트폰 이용자 3만8021명을 대상으로 스마트워치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체 응답자의 1%만이 스마트워치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스마트워치 이용 의향을 묻는 질문에도 응답자 4명 중 1명만이 긍정적으로 답했다. 얼리어답터가 많은 20대는 21%, 30대는 20%만이 이용의사를 밝혀 다른 연령대보다 낮게 나타났다. 가장 많은 이유로는 ‘스마트폰만으로도 충분하다’가 60%를 차지했다.

애플은 일단 한발 물러섰다. 지난 9일 신제품을 공개하는 자리에서 애플은 미국에서 2년 약정시 아이폰6(16GB) 가격을 약 20만원(199달러)으로 책정했다. 아이워치 가격은 35만원(349달러)부터 시작한다. 애플은 추수감사절과 크리스마스 대목을 앞두고 있음에도 애플워치 출시를 내년 상반기로 미뤘다. 업계는 ‘일단 시장 흐름을 지켜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반대로 삼성전자의 움직임은 바빠졌다. 이미 지난해 갤럭시노트3와 함께 본격적으로 스마트워치 시판에 돌입했다. 1년여 동안 갤럭시기어, 기어2, 기어핏, 기어2네오, 기어라이브 등 다양한 모델을 선보였지만 큰 호응을 얻지는 못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하반기까지 80만대(공급기준)의 스마트워치를 판매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국내 대리점에서는 갤럭시노트3와 기어를 함께 구매할 경우 10~15만원 할인혜택을 제공해도 판매량이 저조했다.

업계는 웨이러블 시장이 확장되리라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지만 규모에 대해서는 쉽게 단정짓지 못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번 IFA를 통해 웨이러블기기에 대한 인지도는 많이 높아졌지만 스마트폰과의 차별성, 가격경쟁력 면에서 아직 갈 길이 멀다”며 “향후 1년 정도는 시장 상황을 더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상진 기자 sangjin8453@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