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기고

[브릿지 칼럼] 현세대 위해 그린벨트 풀어야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최근 그린벨트를 풀어서 청년과 서민들을 위해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계획에 일부 시민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그린벨트는 1971년 도입돼 그동안 도시의 무질서한 확산방지와 자연환경 보전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그러나 1998년 헌법재판소에서 그린벨트에 대해 헌법 불합치 판결이 나왔으며, 2003년 서울지방법원에서는 토지개발권 사유제하에서 그린벨트 토지 보상제를 실시하지 않는 것은 모순이라는 판결이 나오는 등 사유재산권 침해논란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린벨트로 묶여 있는 토지를 활용할 수 없어 토지부족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우리나라의 경우 국토가 좁고, 산이 70%로 가용 토지가 적어 토지가격이 부동산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다.서울의 경우 택지고갈로 주택을 공급할 토지가 없기 때문에 주택가격은 매년 상승하고, 청년과 신혼부부 같은 젊은 세대들의 내 집 마련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젊은 세대들을 위한 공공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그린벨트는 이미 김대중 정부에서 외환위기 극복의 일환으로 외국인 투자와 서민 주거안정을 이유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면적을 해제했다. 노무현 정부에서도 두 번째로 많은 654㎢를 해제했으며,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도 각각 75.18㎢, 32.8㎢를 해제했다. 문재인 정부는 3기 신도시 건설을 위해 약 100㎢의 그린벨트를 풀었다.그린벨트를 풀어 공공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부계획에 일부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이유는 미래세대를 위해 그린벨트를 보존하자는 주장이다. 반대로 정부는 현재의 젊은 세대인 청년과 신혼부부들도 미래세대라는 주장이다. 현재의 청년과 신혼부부들도 미래세대로 본다면 그린벨트를 공익적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합리적 방안을 찾아야 한다.미래에는 산업화 시대만큼 토지수요가 많지 않을 수도 있다. 먼저, 미래에는 인구감소로 주택수요가 감소하기 때문에 택지수요도 감소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에서 가장 많은 토지를 필요로 하는 곳이 주택공급을 위한 택지였다. 지금까지는 도시화로 인한 인구집중으로 주택공급을 위한 많은 택지가 필요했다. 그러나 앞으로는 인구감소로 주택수요가 줄고, 택지수요도 감소할 것이다.또한 미래에는 산업화와 고도성장 시대만큼 산업용 토지수요가 많지 않을 수 있다. 산업화의 퇴조와 저성장 시대에는 공단조성과 공장 같은 물리적 시설물의 감소로 이어져 토지수요는 감소할 것이다.지나친 주택가격 급등으로 청년과 신혼부부 등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의 내 집 마련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전월세 부담은 증가하고 있다. 주택가격의 급등 원인이 토지가격의 상승에 있는 만큼 저렴한 토지를 많이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 특히, 주거비 부담으로 고통 속에 빠져있는 젊은 세대들을 위해 그린벨트를 풀어서라도 싼 주택을 대량 공급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그린벨트를 풀어 젊은 세대의 주거문제도 해결하고, 일자리 창출을 통한 국가경쟁력도 강화한다는 공익적 측면에서 적극적으로 활용방안을 찾아야 한다.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2024-09-12 14:19 최현일 한국열린사이버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기본소득은 강제 배급이다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기본소득 도입 관련 주장이 계속되고 있어 논란이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들은 모든 국민에게 정기적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함으로써 경제적 안전망을 강화하고, 사회적 불평등을 줄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러한 주장은 듣기 좋은 말처럼 들리지만, 기본소득이 실질적으로는 단순한 강제 배급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기본소득은 복지제도를 무력화시킨다. 기존 복지 시스템은 보통 개인의 필요와 상황에 맞춘 맞춤형 지원을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는 개별적 요구를 충족시키고, 사회적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등 주어진 예산 하에서 세밀한 조정을 가능하게 한다. 반면, 기본소득은 모든 시민에게 동등하게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보편적인 방식으로 접근한다.이로 인해 기존의 복지제도가 지향했던 세심한 지원과 조정이 무시되며, 결국 복지 제도의 목적이었던 맞춤형 지원을 희생시키고 다양한 사회적 요구와 개별적 필요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 이러한 획일적 접근은 결국 복지 제도의 불균형을 초래하고, 효과 자체를 감소시킬 것이다.기본소득은 강제 배분일 뿐이다. 기본소득 제도는 국가가 모든 시민에게 무조건적으로 자금을 지급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이 과정에서 개인의 선택권과 자율성은 제한된다. 기본소득이 자발적 의사 표현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이 제도는 비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자유를 억압하는 강제적 시스템들이 도출했던 부작용의 심각성은 이미 역사적으로 무수히 증명됐다. 기본소득 제도의 강제 배분적인 형태로는 사회적 비효율을 초래할 위험이 매우 크다.기본소득은 재원이 국민에게 돌아가는 것보다도 더 큰 비용을 초래한다. 기본소득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재정적 자원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세금 인상이나 국가의 다른 재정 자원을 전용해야 할 수도 있다. 이는 국민에게 추가적인 경제적 부담을 줄 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의 안정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세금을 걷는 비용과 다시 배분하는 비용, 그리고 그런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행정조직 비용을 고려하면 우리 사회의 비효율은 더욱 커질 것이다. 또한 국가부채와 세수 부족 문제에 빠진 정부의 현 상황에서 기본소득 도입 시 발생할 혜택보다도 더 큰 재정적 부담 문제에 부딪힐 것은 불 보듯 뻔하다.획일화된 자금 지원정책은 사회적 신뢰를 무너뜨리고 사회 구성원들을 매너리즘에 빠지게 만들 위험이 있다. 실업 급여와 기초수급자 등의 각종 복지정책을 악용하는 사례가 우리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대상들을 선발해 운영하는 정책도 각종 문제가 발생할 위험이 있는 상황에서 국민 모두에게 획일적으로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은 무책임한 정책이 아닐 수 없다.개인의 환경, 특성, 재산 등을 고려하지 않은 무차별적인 지원은 결국 복지 시스템과 경제 전반에 혼란을 야기한다.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다’라는 말처럼, 기본소득이라는 포퓰리즘적인 정책은 실질적인 문제를 회피하는 것에 불과하다. 실제적인 원인을 깊이 분석하고 신중하게 접근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기본소득 제도의 진정한 의도를 살펴보아야 하며, 장기적인 사회적 목표와 경제적 안정성을 모두 고려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태도가 중요하다.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2024-09-11 14:23 최승노 자유기업원 원장

[명의칼럼] 세포충전건강법은 왜 디톡스가 되나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의학의 눈부신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성인병, 대사질환, 관절염 등 만성질환에 시달린다. 잘못된 식단, 운동부족, 누적된 피로와 스트레스가 가장 흔한 요인이며, 이로 인해 세포대사가 원활하지 못해 세포의 에너지가 부족해지는 공통점을 띠게 된다. 세포는 에너지가 없으면 죽는다. 에너지의 기본 단위는 ATP이며 주로 세포내 미토콘드리아 활동에 의해 만들어진다. 생성된 에너지는 산화환원(리독스) 반응에 사용된다. 리독스 반응은 전자를 빼앗기는 방전 과정인 산화와 전자가 보충되는 충전 과정인 환원의 연속이다.세포가 방전되면 혈액은 물론 혈액의 4배가 되는 림프의 순환이 안 돼 세포 안팎에 림프슬러지(림프찌꺼기)가 축적된다. 림프슬러지는 세포 주위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섬유화, 석회화 반응을 초래하는 악순환 고리의 주범이다.세포는 이차전지처럼 충전과 방전을 되풀이한다. 방전이 되면 통증, 만성병을 초래한다. 방전 상태가 오래 지속돼 산화스트레스에 노출되면 난치병인 자가면역질환, 암 발생의 원인이 된다. 특히 병원에서 처방하는 소염진통제, 스테로이드, 수면제 등 약물치료는 림프슬러지를 만드는 하나의 단초가 된다.이들 약이 통증과 염증, 불면을 일시적으로 해소할 수 있지만 어디까지나 대증요법에 불과하며, 세포를 건강하게 만들기보다는 오히려 세포의 전자흐름을 차단해 자연치유를 방해하게 된다.고혈압, 당뇨병, 통풍(고요산혈증)과 같은 대사질환 조절에서 혈압, 혈당, 요산을 낮추는 필수적인 약물치료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들 목적 이외의 약물 장기복용은 세포 및 조직의 기능 저하와 위축을 초래할 뿐이다. 결국에는 자연회복력 또는 면역력이 저하돼 고질병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필자는 지난 20여 년간 4000여명의 전세계 림프부종 환자를 치료해왔다. 주로 유방암, 자궁암, 난소암 수술 후 나타나는 난치성 림프부종의 발생 원인으로 ‘림프슬러지’에 주목했고, 연구가 깊어져 림프슬러지가 만병의 근원이 되고 있음을 터득하게 됐다.림프슬러지를 약물 부작용 없이 분해하여 배출시킬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장기간 고민해서 얻은 성과물이 ‘세포충전건강법’이다. 기존 방식과 다른 신개념 전기치료로 ‘electric cure’의 약자인 ‘엘큐어(ELCURE)’ 세포충전요법이라 명명했다.엘큐어 세포충전요법은 2차전지의 성질을 갖고 있는 인체 세포에 인위적으로 외부에서 전기에너지를 공급해 충전시키는 치료법이다. 세포충전을 위해 1500~3000V의 고전압을 정전기 방식으로 환부에 흘려보낸다. 전압은 높지만 전류의 세기가 마이크로암페어(㎂) 수준으로 낮기 때문에 인체에 안전하며, 고전압이라서 세포 내 전기충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반면 기존 재활의학과나 한의원 등에서 주로 사용하는 경피적 전기신경자극 치료기(TENS)는 동전기로서 전류 에너지가 피하 심부로 침투하지 못하고 세포충전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필자는 세포충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일반 전기 물리치료기기와 다른 전기적 성질을 찾아 기존과 완전히 다른 치료기기를 설계해 ‘엘큐어1000’을 개발했다. 2023년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데 이어 올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 등록을 마쳤다.음전하가 세포 안에 집적돼, 즉 전위가 올라가서 세포가 충전되면 세포막, 세포내 미토콘드리아, 림프계의 순환기능이 점차 정상화되면서 전위 저하로 발생한 만성질환이나 통증이 개선될 수 있다. 아울러 세포 방전으로 정체돼 끈적끈적하게 세포 안팎에 축적된 림프슬러지가 이온분해돼 배출되면서, 림프순환이 향상된다. 전기에너지는 세포의 미세순환을 증가시켜 영양소 보급과 노폐물 제거에 도움을 준다.외부에서 전기에너지를 공급하는 것은 세포에 부족한 ATP를 보충하는 것과 같다. 충전 덕분에 세포의 ATP 생산활동이 휴식기를 얻게 되면 세포의 회복력을 향상시키는 계기를 얻을 수 있다. ATP 공급에 여유가 생기면 손상된 조직의 복구 작업에 필요한 단백질 합성, 세포막의 이온투과율 향상, 세포분열 활성화에 따른 세포재생 등 선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엘큐어리젠요법은 방전된 세포가 전기를 흡수하는 전인현상(電引現象)과 인체에서 나타나는 전기마찰현상(電氣摩擦現象, 정전기현상)으로 세포의 전기충전도를 간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통증유발점의 위치를 찾아낼 수 있고, 통증의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해 위중도를 가늠할 수 있다.엘큐어리젠요법은 만성질환의 근본치료법이자 혈당, 요산, 노폐물에 찌든 인체 세포의 ‘디톡스’(해독요법)이 될 수 있다. 만성질환의 종류, 위중도와 발병기간에 따라 치료 기간과 횟수가 다르지만 필자의 임상경험에 비춰보면 주 1회 20~40분씩, 총 20회가량 반복적으로 세포충전하게 되면 호전되는 사례가 80% 정도에 달했다.다만, 뇌졸중(중풍) 후유증, 신경마비 환자들은 매일 1시간, 불치병인 자가면역질환이나 암환자인 경우에는 세포 전기의 방전 속도가 매우 빨라서 한번에 30분씩 하루 3회 치료를 권장하고 있다.좌골신경통, 족저근막염, 테니스엘보, 골프엘보 같은 근골격계질환의 통증 제어에서 두루 효과가 좋았고 간, 췌장, 위장 질환에서도 치료결과가 준수했다. 엘큐어리젠을 이용한 세포충전 건강법은 세포에 신선한 전기적 자극을 가해 만성질환에서 회복력을 불어넣어주는 기폭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2024-09-10 13:46 심영기 연세에스의원 원장

[명의칼럼] 만 나이·뼈 나이 편차 크면 성장호르몬 치료 서둘러야

박혜영 인천힘찬종합병원 바른성장클리닉 이사장성장기 자녀를 둔 부모라면 자녀의 키가 정상인지, 앞으로 얼마나 더 클 수 있는지에 대해 관심을 갖기 마련이다. 보통 출생 후 1년 동안 20~30㎝ 자란 후 두 돌까지 1년간 12㎝, 이후 사춘기 전까지 매년 5~6㎝가량 자란다. 사춘기에 들어서면 급성장기를 겪는데 여아의 경우 11~13세, 남아의 경우 13~15세에 최대 성장한다.자녀가 현재 정상적으로 성장하고 있는지,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 수 있는지를 보다 더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서는 뼈 나이(골 연령)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실제 만 나이를 기준으로 성장 가능 여부를 묻지만 뼈 나이가 성장의 변수가 된다. 뼈 나이는 아이의 성장 발달을 확인하는데 중요한 지표로 X-레이 검사를 통해 측정한다. 왼손의 영상을 확인하는데 손은 뼈의 개수가 많고 어릴 때부터 완전히 성장이 멈출 때까지 지속적인 변화를 보이기 때문에 뼈 나이 판정에 사용된다.뼈 나이를 측정하면 결과에 따라 실제 연령과 비교해 성장 패턴을 추적, 성장 지연이나 가속화 같은 잠재적인 문제를 조기에 식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성장호르몬 결핍이나 성조숙증과 같은 성장 장애를 진단해 적절한 시기에 치료도 가능하다.뼈 나이는 실제 만 나이와 같을 수도 있고 더 어리거나 많을 수도 있다. 같은 년과 월에 태어난 아이들이라도 뼈 나이가 각각 다르기 때문에 키가 크고 멈추는 시기도 다르다. 실제 환자 중에 만 나이가 7세 3개월로 같은 초등학교 아이 두명의 뼈 나이가 한명은 9세 8개월로 더 많았고 한명은 4세 7개월로 크게 어렸다. 뼈 나이와 만 나이의 차이가 12개월 미만이면 정상 범주로 볼 수 있는데 뼈 나이와 만 나이의 편차가 크면 성장장애의 위험이 높다.만약 뼈 나이가 만 나이보다 너무 앞서면 성장이 빨리 멈춰 최종 키가 작을 수 있어 호르몬 억제를 통해 성장 속도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뼈 나이가 만 나이보다 24개월 이상 뒤처지면 성장호르몬 결핍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검사를 통해 성장호르몬 결핍증이 저성장의 원인이면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를 해야 한다. 성장호르몬 결핍으로 인한 저신장일 경우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저신장은 같은 연령, 성별의 키 정규 분포에서 하위 3% 미만을 말한다. 저신장이면서 2가지 이상의 성장호르몬 유발 검사로 확진되고 실제 만 나이보다 뼈 나이가 적은 경우 성장호르몬 치료가 건강 보험이 적용된다.정상적인 뼈 성장을 위해서는 칼슘과 비타민D 등 필수 영양소가 풍부한 식단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것이 좋다. 걷기, 달리기, 줄넘기와 같은 체중 부하 운동도 뼈의 형성을 자극하고 뼈를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자녀가 숙면을 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도 자녀의 바른 성장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박혜영 인천힘찬종합병원 바른성장클리닉 이사장

2024-09-10 07:00 박혜영 인천힘찬종합병원 바른성장클리닉 이사장

[브릿지 칼럼] 딥페이크 근절 대책 서둘러야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딥페이크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특정인의 얼굴과 나체 사진 또는 영상을 합성 조작하는 일이다. 최근 성 범죄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는 가운데 딥페이크 사진·영상을 만들어 유포하는 범죄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인공지능 기술이 빠르게 발전함에 따라 사회·경제·문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인공지능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이를 통해 국민의 삶 전반에 걸쳐 혁신적인 변화가 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은 인공지능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정책들을 담은 법률을 제정하고 있다.한편 인공지능의 기술적 발전은 디지털 양극화, 정보격차 심화, 사생활 침해 등의 잠재적 부작용과 사회적 문제를 동시에 안고 있어 법·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텔레그램 딥페이크 피해 학교 500여 곳이 목록에 실리면서 전국 초·중·고와 대학이 초비상 사태를 맞게 됐다. 여성 군인을 대상으로 한 성 범죄물이 제작·유포된 정황까지 드러나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딥페이크 성범죄의 안전지대가 없다는 것이 큰 문제이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와 교육부, 각 교육청이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지만 피해 사례가 더 나올 것으로 본다. 딥페이크 성 범죄는 제작·유포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청소년이 대부분이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이미 어제와 오늘의 일이 아니다.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7월 딥페이크 성 착취 범죄 신고가 무려 297건이나 접수됐다. 입건 피의자 178명 중 10대가 131명(73.6%)에 달했다. 더 걱정되는 것은 소셜미디어 사용과 사진 공유가 일상인 10대들이 딥페이크 합성물을 만들고 공유하는 것이 범죄 행위라는 인식을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관련 당국은 이런 범죄가 알려지면 온갖 대책 마련에 분주하지만 그때 뿐이다. 딥페이크는 명백한 범죄 행위다. 근본적으로 뿌리를 뽑아야 한다. 하루빨리 종합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솜방망이 처벌만으로는 딥페이크 성 범죄를 차단할 수 없다. 실제로 2020년 이후 지난해까지 딥페이크 성 범죄 관련 판결 71건 중 35건이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고 한다.‘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4조의2(허위 영상물 등의 반포 등)에 따르면 반포 등을 할 목적으로 사람의 얼굴·신체 또는 음성을 대상으로 한 촬영물이나 영상물 또는 음성물을 영상물 등의 대상자의 의사에 반하여 성적 욕망 또는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형태로 편집·합성 또는 가공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돼 있다.이 양형기준부터 대폭 상향할 필요가 있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8월부터 딥페이크 영상 등 가짜뉴스·혐오 표현을 디지털 플랫폼 사업자가 삭제하도록 하는 ‘디지털 서비스법’을 시행하는 등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우리도 AI 산업 발전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여·야·정이 딥페이크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한 종합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22대 국회에서 관련 법안이 발의가 됐다. ‘딥페이크 방지법’으로 불리는 ‘인공지능 산업육성 및 신뢰 확보에 관한 법률’ 안이 12월 10일까지 100일 동안 열리는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2024-09-09 14:02 김동수 원광디지털대 교수

[브릿지 칼럼] 한 지붕 두 가족 '키아프리즈'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더이상 서울의 가을은 편지를 쓰는 계절이 아닌 미술의 향연이다. 2002년부터 시작한 키아프(KIAF)는 우리 미술계의 가장 큰 행사다. 2021년부터 세계적 아트페어 프리즈(Frieze)와 협업 중이다. 콜라보 3년차에 접어든 키아프와 프리즈는 천생연분일까? 아니면 불편한 동거일까?올해 키아프에는 22개국 206개(해외 74개) 갤러리가, 프리즈에는 32개국 112개(국내 31개) 갤러리가 참가했다. 각각 350여개, 330여개가 참여했던 2022년, 2023년 상황과 비교할 때 갤러리 숫자는 확연하게 줄었다. 양 보다는 질을 추구하는 가운데 두 페어의 협업은 티켓 공동화에서 확인된다. 행사기간 내내 프리즈와 키아프를 모두 관람하는 티켓은 25만원, 1일 관람권은 4∼8만원에 판매됐다.아트페어는 방문객들에게 수많은 작품들을 선보인다. 고가의 작품을 구매할 경제력이 없어도 아트페어를 찾는 이유는 눈요기에 있다. 하지만 박람회를 뜻하는 페어(Fair)는 기본적으로 상업성을 추구한다. 전시에 방점을 두는 비엔날레(Biennale)와 매매를 추구하는 경매(Auction)의 중간쯤으로 볼 수도 있지만 매출이 없으면 페어(Fair)는 그야말로 Farewell(안녕)일 뿐이다. 키아프는 출범 이후 매년 양적으로 성장하며 한국에서의 미술 대중화에 큰 공헌을 했지만 막상 손에 쥔 손익계산서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못했다. 세계적인 인지도를 자랑하는 미술장터 프리즈와 손잡은 키아프는 소수 컬렉터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해외 큰손 구매자들에게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프리즈를 찾는 해외 컬렉터들이 키아프까지 찾아주기를 기대하면서.하지만 올해 역시 프리즈에만 사람들이 몰리고 키아프는 비교적 한산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키아프가 여러 측면에서 프리즈를 벤치마킹한 흔적이 보인다. 프리즈가 자랑하는 ‘프리즈 마스터즈’를 본따 ‘정통성을 자랑하는 국내외 모던명작을 집결’하는 ‘마스터피스’ 전을 그랜드불룸에서 선보였다. 나아가 참가국적 및 공간·장르적 확장을 키워드로 삼았다. 해외 갤러리에 문호를 더 개방하고 전시 면적을 넓혀 기존의 회화, 조각 위주의 틀에서 벗어나 미디어·디지털·퍼포먼스 등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프리즈 역시 최근 문화예술 분야에서 가장 핫하게 떠오르는 한국으로 영향력을 키우면서 빅샷 아트페어들에 앞서 아시아 영역을 선점하려는 의지가 엿보인다. 프리즈 참가 갤러리 중 63%가 아시아권이며 아시아 색채와 조화를 강조하며 21개 한국 갤러리들에게 첫 참가를 허락했다.그럼에도 키아프도, 프리즈도 서로 원하는 만큼의 시너지를 얻지 못한 듯하다.환상의 콤비는 서로의 약점을 덮고 강점을 돋보이게 한다. 한지붕 두 가족이 적과의 동침이 될지 잉꼬커플이 될지 역시 서로의 강점을 얼마나 돋보이게 하는지에 달렸다. 해외 명품과 신토불이의 콜라보가 성공하려면 각자의 개성을 더 살려야 한다. 이에 프리즈의 아시아화는 다소 아쉽다. ‘키아프리즈(키아프+프리즈)’의 협업 계약은 5년이며 양 페어의 대표는 5년 이후에도 함께 갈 것이라고 공언했다. 하지만 매출 성적표가 이들의 동행을 보증하지 못할 가능성도 다분해 보인다. 관람객, 관심의 증가만으로는 이산가족이 될지도 모른다.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2024-09-08 14:07 이재경 건국대 교수·변호사

[브릿지 칼럼] AI 시대의 지적재산권

전소정 변리사최근 발생한 미성년자들의 딥페이크 성범죄 사건은 우리 사회에 AI 시대의 신종 범죄에 대한 경종을 울리고 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되고 있어 최근 캘리포니아 주는 AI로 아동 성적 학대 이미지와 비디오 제작 행위 자체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딥페이크 법안에 포함시켰다. AI는 인류에게 드라마틱한 편의를 제공하고 있지만, 예상치 못한 범죄들을 너무 쉽게 그리고 광범위하게 양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AI 시대 우리의 지식재산권은 범죄와 불법으로부터 과연 안녕한가?잠시 AI와는 다른 얘기를 해보겠다. ‘얼굴 없는 예술가’로 알려진 영국 그라피티 아티스트 뱅크시의 상표권과 저작권 문제이다. 그의 진짜 이름은 아무도 모른다. 뱅크시는 1990년 정도부터 이름과 얼굴을 숨긴 채 세계 곳곳을 누비며 담벼락 등에 사회 풍자적 벽화를 그려왔다. 그러나 한 연하장 업체가 뱅크시 작품을 이용해 연하장을 만들어 팔기 시작하면서 문제가 시작되었다. 뱅크시는 작품을 공유하자는 것이지 특정인이 사유화하는 것을 허락한 것은 아니었다. 이 과정에서 2019년 영국에서 상표권 분쟁이 제기되었다. 해당 연하장 업체가 뱅크시(페스트 컨트롤)를 상대로 상표권 등록 무효를 주장한 것인데, 유럽연합지식재산청(EUIPO)는 2021년, 연하장 업체의 손을 들어주었다. 이유인즉슨, 첫째, 상표권의 취지는 소비자가 상품 출처를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인데, 뱅크시는 타인의 상표 등록이나 사용을 막겠다는 악의적 이유로 상표 등록을 했다는 것이다. 둘째, 뱅크시의 권리를 대리한 페스트 컨트롤이란 업체가 뱅크시로부터 저작권을 넘겨받았다는 어떤 증명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1월, 항소심 결정에서는 뱅크시의 손을 들어주었는데, EU항소위원회는 페스트컨트롤의 상표권 출원이 상표를 이용할 의사가 없는 행위라는 연하장 업체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기 때문에 뱅크시의 존재와 철학은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뱅크시의 사례가 AI시대의 지재권 문제에 시사하는 바는 무엇일까?뱅크시가 상표권 분쟁에 휩싸인 이유는 그의 ‘익명성’ 때문이었다. 그가 자신이 누구인지를 밝히고 실명으로 활동하면 아무 문제가 될 수 없는 사건이었다. 그럼에도 익명성을 유지하는 존재에게 상표법의 보호를 허락할 것인지가 문제가 된 것이다. 그렇다면 생성형 AI가 저작물을 만들어 냈을 때 법인격을 특정할 수 없는 생성형 AI에게 저작권을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와 연결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결과적으로 뱅크시의 상표 등록과 저작권이 무효가 되었다고 볼 수 없다면, AI가 만들어 내는 저작물이나 디자인에 대한 법적 보호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이다.2023년에 제작된 ‘여명의 자리야’(Zarya of the Dawn)라는 만화는 작가 크리스 카지노가 생성형 AI를 사용해 제작한 만화이다. 이야기와 구성은 인간 작가가 작성했지만 그림의 상당 부분은 AI를 통해 만들었다. 작가는 이 만화에 대한 저작권을 등록하려 했으나, 미국 저작권청은 AI가 그린 그림에 대해서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AI가 법인격을 인정하거나 특정할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에 법적 보호를 해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 이유만으로 AI로 만든 작품에 대한 지재권을 전면적으로 부인하는 것이 가능할까? AI 시대에는 ‘법인격’과 ‘창작’의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의가 필요해질지 모른다. 이 문제에 대해 AI에게 물어보면 뭐라 대답할지 궁금해진다. AI의 대답을 듣기 전에 우리의 치열한 고민이 선행되길 바란다.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2024-09-05 14:10 전소정 인탤런트 특허법률사무소 변리사

[브릿지 칼럼] 전월세 상한제, 단계적 폐지 방안 마련해야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전월세 상한제가 도입된 지 4년이 지났다. 2020년 7월부터 시행된 전월세 상한제는 임차인이 전월세 계약 갱신을 요구할 경우 전월세 가격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제도다. 전월세 가격의 과도한 상승을 억제함으로써 임차인의 주거 안정을 도모하는데 그 취지가 있다. 그러나 전월세 상한제가 오히려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지목되면서 제도 폐지 논의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됐다.최근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전세 가격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 가격은 2023년 5월 넷째 주를 시작으로 2024년 8월 셋째 주까지 66주 연속으로 올랐다. 이 기간 누적 상승률은 7.63%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갱신 계약이 완료된 전세 물량이 시장에 풀리기 시작하면 전세 가격은 더욱 가파르게 오를 수 있다. 지난 4년간 시세만큼 올리지 못했던 집주인들이 신규 계약 체결 시 전세 가격을 한꺼번에 올릴 것이기 때문이다. 또는 향후 4년간 가격 상승분을 미리 반영해 전세 가격을 올려 받으려는 집주인도 있을 것이다. 어느 경우든 전세 가격을 상승시키는 압력으로 작용한다.그 동안 전월세 상한제의 이런 문제점은 여러 차례 지적돼 왔다. 파이터치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전월세 상한제 도입으로 2년간(2020년 6월~2022년 5월) 신규 계약과 갱신 계약의 전월세 가격 격차는 21% 확대되고, 전월세 평균 가격은 8.1%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상한제를 적용받는 전월세 계약(갱신 계약)의 경우 전월세 가격 인상률이 5% 이내로 제한되지만,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전월세 계약(신규 계약)의 경우에는 임대인이 전월세 가격을 직접 설정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후자의 전월세 가격이 큰 폭으로 상승하면서, 전월세 평균 가격은 상한제 도입 전 대비 오히려 상승한다.이 같은 분석 결과를 뒷받침하는 실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일례로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7월 마포구 마포래미안푸르지오(59.96㎡) 전세 계약의 경우 상한제를 적용받는 갱신 계약은 보증금 6억3000만원에 계약됐지만, 상한제를 적용받지 않는 신규 계약은 8억 6000만원에 계약됐다. 최근 2024년 7월에도 동아파트에서 갱신 계약은 6억4000만원에 계약된 반면, 신규 계약은 7억8000만원에 계약된 바 있다. 주목할 것은 전월세 상한제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이 같은 부작용이 단기적인 현상일 뿐 장기적으로는 해소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시행 4년이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발생되고 있다는 점이다.정부가 전월세 가격을 인위적으로 통제하는 전월세 상한제는 이중가격 문제를 발생시키고, 결과적으로 전월세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초래한다. 따라서 전월세 상한제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사항이기도 하다. 다만, 당장 폐지 수준의 개정이 이뤄질 경우 급격한 전월세 가격 상승으로 임차인의 부담이 증가될 수 있다. 그러므로 현행의 5% 상한률을 법 개정 1년차에는 7%, 2년차에는 10%로 완화한 후 3년차부터 완전히 폐지하는 등의 단계적 폐지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타당하다.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2024-09-05 06:09 박성복 파이터치연구원 연구실장

[명의칼럼] 건강 상태를 말해주는 소변… 소변검사로 알 수 있는 것

하주형 윌스기념병원(수원) 인공신장센터 원장얼마 전 대중들에게 잘 알려진 인기가수가 교통사고를 내고 달아났지만, 술은 마시지 않았다며 음주운전을 부인한 사건이 있었다. 하지만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소변 감정 결과 ‘사고 전 술을 마신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음주운전이 확인됐다. 보통 음주운전을 확인하기 위해 사람의 날숨을 이용한다. 하지만 음주 후 8시간이 지나면 호흡과 혈액 측정으로는 알코올을 찾기 어렵다. 그런데 술을 마신 지 17시간이나 지나서 경찰에 출석한 이 가수의 음주는 어떻게 밝혀낼 수 있었을까. 이것은 소변을 이용한 ‘음주 대사체 측정’ 때문이다.몸에 들어간 알코올 90% 이상은 간에서 해독된다. 하지만 나머지 10%는 간 해독과는 다른 대사 과정을 거쳐 다른 물질로 바뀌고 땀이나 소변으로 나온다. 음주 대사체 측정은 에탄올이 소화되면서 나오는 부산물을 측정해 음주 여부를 가릴 수 있었던 것이다. 비슷한 예로 얼마 전 치러진 올림픽에 참가한 운동선수들의 금지약물 복용 여부를 확인하는 데에도 소변검사가 활용되기도 한다.기본적인 건강검진 항목에도 꼭 들어있는 소변검사는 시행이 간편하면서도 만성 신부전, 사구체신염 등을 비롯한 콩팥 질환, 당뇨 등의 내분비 질환, 요로 감염 등 여러 질환의 단서를 제공해 줄 수 있는 아주 중요한 검사이다.뿐만 아니라 위 예시와 같이 특수한 상황에서는 알코올, 마약을 비롯한 각종 약물의 복용 여부를 소변에서 나오는 부산물을 측정함으로써 확인할 수 있고, 여성의 임신 여부를 집에서 간단하게 확인할 수 있는 검사 또한 소변을 통해 이루어진다. 소변을 단순히 노폐물의 일부로 생각하기 쉽지만, 우리 몸의 상태를 보여주는 매우 유용한 건강 지표라고 할 수 있다.일반적인 경우 소변검사는 대개 3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색이나 혼탁도 등을 검사자가 직접 눈으로 확인하는 물리적 검사 ▶‘요시험지봉’이라는 가느다란 막대기에 소변을 몇 방울 묻혀서 요당, 요단백, 요잠혈 등을 검출하는 화학적 검사 ▶현미경을 이용해 소변 중의 적혈구, 백혈구, 세균 등을 정밀하게 관찰하는 요침사 검사가 있다.이외 하루 중 배설이 일정하지 않은 호르몬, 단백질, 전해질 등의 농도를 정확하게 측정하고자 할 때는 24시간 소변검사가 필요하며 방광염, 신우신염 등의 요로감염이 의심되는 경우 소변의 세균배양검사를 시행하기도 한다. 일상생활에서 소변의 색, 냄새, 혼탁도, 양 등을 관찰하는 것도 우리 몸에 어떤 이상이 생겼을 때 일찍 알아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건강한 소변은 투명하거나 엷은 황갈색을 띤다. 붉은 혈뇨는 급성 방광염, 요로결석, 요도의 손상, 혹은 흡연하는 고령의 남성이라면 방광암이나 신장암을 의심할 수 있는 소견이다. 장시간 등산이나 마라톤, 행군 후 근육통과 함께 갈색 소변이 나올 수 있는데 이는 근육세포의 파괴로 나타나는 증상이다.소변에 거품 비누를 풀어놓은 듯 거품이 많고, 물을 내려도 변기에서 없어지지 않는 양상을 보인다면 단백질이 소변으로 빠져나온다는 신호일 수 있다.소변이 불투명하고 뿌옇다면 세균에 의한 요로감염이 원인일 수 있다. 또 요즘처럼 무더위로 땀을 많이 흘리면서 적절하게 수분 보충을 해주지 못해 탈수가 오는 경우, 출혈이나 감염 등 쇼크에 의한 저혈압이 장시간 지속될 때는 소변의 양 자체가 줄어들 수 있다.소변검사를 통해 어떤 질환을 의심할 수는 있어도, 정확히 확진을 내리기 위해서는 혈액검사, 초음파 등의 영상 검사가 추가로 요구된다. 따라서 위와 같은 소견이 관찰될 때 다른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병원을 방문하여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중요하다. 하주형 윌스기념병원(수원) 인공신장센터 원장

2024-09-03 07:52 하주형 윌스기념병원(수원) 인공신장센터 원장

[명의칼럼] 코로나19 재유행, 예방 위한 면역력 강화 필수

황문옥 함소아한의원 창원점 원장코로나19가 전국적으로 재유행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코로나19 확진자는 예년 정점 수준과 비슷한 규모로 늘어난 뒤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측된다.이번 유행의 원인으로는 코로나19가 잠잠했던 시기의 낮은 예방접종률, 새로 출현한 변이 (KP.3)의 확산, 여름철 실내 환기 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바이러스의 특성상 여러 변이가 발생할 수 있고 백신이나 자연 감염으로 얻은 면역력은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감소하므로 재유행은 언제든지 다시 일어날 수 있다. 따라서 면역력을 꾸준히 관리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한의학적 관점에서 바이러스 질환 감염은 ‘정기(正氣)’와 ‘사기(邪氣)’의 대립으로 본다. 한의학 고전 ‘황제내경’에는 ‘정기가 충만하면 사기가 침입할 수 없다’는 내용이 있다. 여기서 정기는 우리 몸을 지켜주는 면역력을, 사기는 우리 몸에 침입하는 나쁜 기운, 즉 바이러스나 세균과 같은 질병의 원인을 뜻한다. 수천 년 전부터 이어져 온 한의학적 개념이 현대의 코로나19 상황에도 유사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면역력은 질병의 예방뿐 아니라 질병 후 회복까지 중요한 역할을 하기에 생활 속에서 정기, 곧 면역력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먼저 균형 잡힌 영양 섭취와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찬 음식, 인스턴트 식품, 고열량 음식의 잦은 섭취는 소화 기능을 떨어뜨리고 체내에 노폐물을 생성하여 정기 손상의 원인이 될 수 있어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피로한 상태도 정기를 손상시키고 면역력을 떨어뜨리는 만큼 7시간 이상 충분한 수면을 취하는 것이 좋다. 스트레스 또한 피로의 큰 원인이다. 과도한 스트레스는 호르몬 불균형을 유발하고 수면의 질과 면역기능을 저하시킬 수 있어 스트레스 관리도 중요하다.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코로나19의 재유행으로 외부 활동이 줄고 운동량이 감소하기 쉬운데 이때 마스크를 착용하고 산책이나 가벼운 운동을 하면 혈액순환을 촉진해 면역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 실내에서도 꾸준한 스트레칭으로 혈액순환을 돕는 것이 좋다.한방 치료 또한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한의학에서는 치미병이라 하여 질병 대비를 중시하고 예방과 조기 치료를 위해 정기를 높이고 몸의 기능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한다. 개인의 체질과 오장육부의 허한 상태를 파악하고 원기를 끌어올려 면역력과 신체 회복력을 높이는 데에는 한약 처방이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황문옥 함소아한의원 창원점 원장

2024-09-03 07:15 황문옥 함소아한의원 창원점 원장

[브릿지 칼럼] 차기 한국섬진흥원장에 바란다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한국섬진흥원(이하 한섬원)을 이끌어 갈 제2대 원장의 공모가 지난 22일 마감됐다. 한섬원은 ‘섬발전촉진법’에 의거, 섬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조사·연구·정책수립·진흥을 목적으로 2021년 10월 8일 출범했다.초대 원장은 행정안전부 고위직 공무원 출신이었다. 그는 실사구시적 관점에서 새로운 섬 정책을 개발해 우리의 섬을 ‘살고 싶은 섬’, ‘찾고 싶은 섬’으로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면서 ‘섬 교통체계 혁신방안 연구’ 등 섬 발전을 위한 연구와 신생조직의 안정화, 조직의 외연 확대 등에 주안점을 두고 3년간 조직을 이끌었다. 하지만 섬 주민 실생활의 곳곳에 내재한 불편함을 개선하는 데는 미흡했다는 평가가 나온다.현재 섬에 사는 주민들은 조선 후기에 육지에서 섬으로 이주한 사람들의 후손들이 대부분이다. 당시 육지를 떠나 섬으로 이주한 선조들은 이전보다 나은 삶을 꿈꿨다. 반대로 산업화 이후 많은 섬사람이 육지로, 대도시로 더 나은 삶을 위해 떠났다. 대부분 섬의 인구는 전성기의 10분의 1 수준으로 다운사이징(Downsizing) 됐다.오늘의 섬 환경은 고령화와 인구감소 외에도 무분별한 섬 개발, 기후변화로 인한 바다 생태환경과 농업구조의 변화, 밀려드는 해양쓰레기, 태양광과 해상풍력발전소 설치 등으로 급변하고 있다. 이런 상황 에서 한섬원은 지속 가능한 섬 발전을 모색하기 위해 출범했다.하지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는 말이 있듯이 82만 섬 주민들에게 한섬원이 신뢰와 희망을 주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현재 한섬원의 기능과 역할이 기존 행안부 섬 정책과 연관성이 커서,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이 주관하는 별도의 섬 사업과 조화를 이루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측면도 있다.차기 섬진흥원장은 여러 중앙 부처들로 다변화된 섬 정책을 조율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수행하면서, 당장 섬 주민이 직면한 삶의 질을 향상하는데 주안점을 두었으면 좋겠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 섬을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키워나가기 위해 국회와 정부, 섬 주민, 학계, 섬 단체 및 활동가, 언론 등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체계를 구축해 국민적 관심을 도출해내야 한다.한섬원은 현재 64명의 직원으로 구성된 작은 규모의 신생 조직이다. 그러나 조직의 효율성을 위해 각 분야에 적임자가 배치되었는지, 그리고 이들이 실제 섬 현장에 대해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는 의문이다.섬 방문은 여러 불편함이 따르지만, 현장에서 주민들과 직접 소통하지 않으면 섬의 실질적인 문제를 파악하기 어렵다. 현장 방문을 통해 교통, 의료, 환경 등 육지와는 다른 섬 생활의 취약점들이 명확히 드러난다. 한섬원은 심도 있는 연구와 함께 현장에서 발견한 문제점들, 그리고 ‘콜센터’나 ‘찾아가는 섬 포럼’ 등을 통해 접수된 현안들을 개선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를 위해 현재의 ‘현안대응TF팀’의 위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TF 팀원들이 국회, 중앙부처, 지자체를 적극적으로 방문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일 때, 비로소 섬 주민의 삶의 질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수 있을 것이다.또한 그동안 유인 섬 중심이었던 연구 분야를 무인 섬까지 확장할 필요가 있다. 현재 유인도는 행안부, 무인도는 해양수산부와 환경부 등이 관리하고 있다. 국가 전체의 섬 발전과 무인도의 가치 증진을 위해서는 무인도까지 연구 범위를 넓히는 것이 바람직하다.해외 섬 연구도 강화했으면 좋겠다. 오늘날의 세계적 섬 관광 명소들이 어떻게 생태 섬, 관광섬, 문화예술의 섬들로 도약했는지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국내 섬 정책 입안자들에게 영감을 주었으면 좋겠다.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2024-09-03 06:55 양진형 한국섬뉴스 대표

[시장경제칼럼]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의 시장경제학적 개선방향 고찰

◇ 고유가 시기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우리 경제는 필요한 원유를 모두 수입에 의존하고 있어 국제 유가 변동성에 매우 취약하다. 특별히 고유가 시기 정치권의 ‘국민부담 경감책 마련’ 요구는 매번 반복되고 이에 대응하는 정부의 가장 간단하고 직접적인 수단은 단연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다. ‘개별소비세법’ 제1조 7항에 의거해 우리 정부는 국민경제의 효율적 운용을 위하여 경기 조절, 가격 안정, 수급 조정에 필요한 경우 석유류 제품에 대한 세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 이것이 정부의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조치의 법적 근거다.유가의 가파른 상승은 가계의 가처분 소득을 줄이고 기업의 생산비용을 높여 국민경제에 악영향을 준다. 이에 정부는 이를 사전에 차단하고자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를 취한다고 볼 수 있으며, 2000년대에 들어서만 이를 4차례 시행한 바 있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은 거의 모든 국민에게 영향을 주며, 정부 세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는 측면에서 경제적 파급효과가 매우 큰 정책이라 할 수 있다.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자동차 보유대수는 이미 가구당 1.16대로 사실상 평균적인 모든 가구는 유류비를 지출하고 있으며, 특히 제조업이 발달한 우리 산업구조에서 유류비 인하는 중요한 비용절감 요인이다. 나아가 교통에너지환경세는 국세의 약 5%를 차지하는 중요한 세수로서 단일세목으로는 소득세, 법인세, 부가가치세 다음으로 많은 기여를 하고, 지방재정에서도 교육세와 주행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4%로 적지 않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의 경제학 이론적 검토조세귀착(tax incidence) 이론은 유류세 인하 분이 소비자 가격에 왜 온전히 반영되지 않는지를 설명한다. 경쟁이 덜한 주유소 일수록 유류세 인하 분의 일부를 마진으로 챙기는 것은 시장경제체제에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도리어 공급자가 유류세 인하 분을 소비자에게 선제적이며 온전히 돌려주는 것이야 말로 경제학적으로 합리적이지 않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줄곧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 이후 휘발유 및 경유의 판매가격이 유류세 인하 분만큼 떨어지길 기대하는 경향이 있다.한편,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 관점에서도 따져볼 부분이 있다. 예컨대 고유가로 인한 가처분 소득감소가 저소득층에게 더 크게 나타난다면, 이 정책의 혜택이 저소득층에게 우선적으로 더 배분되도록 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 관점에서 바람직하다. 마찬가지로 고유가에 따른 가처분 소득 감소분이 영업용 차량 운전자에게 더 큰 부담으로 작용된다면, 이들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가도록 선별 지원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에 더 가깝다.요컨대, 경제학 이론의 관점에서 보아도 현재와 같은 방식의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는 개선의 여지가 보인다.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 목표가 “가격 안정”에 있다면, 정부는 조세귀착의 문제가 이를 달성하는 데 장애물이 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나 정책 수단의 전환을 고려해야 한다. 만약 정책 목표를 “경기 조절”에 두었다면, 효율적인 자원배분(경제 주체의 가처분 소득 수준 등을 고려)을 통해 해당 목표를 더 효과적으로 달성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의 개선방향 제언정부 정책은 그 정책의 합리성과 목표달성의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2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정부는 시장의 가격기능 개입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정책 수단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후생경제학 제1법칙을 통해서도 입증된다. 특별히 국내 석유유통시장은 시장메커니즘(가격기능)이 충분히 작동한다는 점에서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다음으로, 정책 수혜자가 처한 상황을 적절히 반영하여 정부는 선별적인 지원책을 설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정부 재원 배분의 효율성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사안이다. 이러한 원칙을 준수해 현행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에 대해 다음 네 가지 개선방향을 제언한다.첫째, 고유가 시기 현행 유가연동보조금의 대폭적인 확대를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에 우선하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선 현행 유가연동보조금 조치는 고유가 시기 국민경제 부담완화라는 동일한 정책 목표를 두고 있다. 비록 보조금 지급은 경제주체의 실질 지불가격에 영향을 미치긴 하나, 명목가격이 주는 가격기능은 왜곡되지 않으므로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보다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현행 유가연동보조금의 혜택은 유가에 따라 탄력적인 수요 조정이 제한된 경제주체에게 우선 배분되므로 자원배분의 효율성 측면에서 기존의 정책보다 개선된 방안이라 할 수 있다.둘째, 고유가 시기 대중교통 이용의 대폭적인 촉진 정책을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에 우선하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대중교통 이용의 촉진 정책 역시 고유가 시기 국민경제의 부담완화라는 동일한 정책 목표를 두고 있고, 석유제품 가격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지 않는다는 측면에서 석유소비의 왜곡을 덜 초래한다. 물론 대중교통에 지급되는 보조금은 대중교통 수요 왜곡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대중교통은 자가용보다 환경적 편익이 크다는 점에서 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보다는 더 바람직하다고 평가할 수 있다.또한 고유가 시기 자가용을 이동수단으로 선택하는 가계가 대중교통을 대체 수단으로 선택하면서 가처분 소득 증진을 도모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고유가 시기 가계가 대중교통 수단을 선택하도록 대중교통 이용의 기대편익을 대폭적으로 키우고, 그에 맞는 재원을 투입하는 것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과 사회적 후생 증진에 더 부합한다.끝으로, 경제 참여자들의 정책 예측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유류세 인하 조치 발동에 관한 가이드라인 마련이 필요하다. 앞선 4차례의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 조치의 배경을 살펴볼 때 정부가 유류세 인하 조치를 결정하는 배경에 특별한 규칙을 찾기 어려웠다. 이것이 유류세 인하가 정치적으로 결정된다는 비판을 받는 이유다.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조치를 발동할 수 있는 조건(예: 직전 12개월 최저치 대비 단기간 30% 이상의 유가상승)을 마련하는 것은 정책 예측가능성을 높이는 데에 도움이 될 것이다. 여기에는 종료시점의 조건도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겠다.현행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을 보다 효율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시뮬레이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수렴 등 다양한 검토가 필요할 것이다. 또한 기획재정부, 산업자원통상부, 국토교통부 등의 주무부처와 지자체 간의 정책 협의도 필요하므로 충분한 논의와 인내심 있는 정책 설계가 필요할 것이다. 다소 험난할지라도 이러한 과정을 통해 우리 정부의 한시적 유류세 인하 정책이 보다 더 합리적이고 더 효율적으로 개선되길 소망한다.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연구위원/실장※ 본 컬럼은 에너지경제연구원 “수송용 유류세 한시적 인하에 따른 경제적 효과 및 정책 개선방안 연구(2023)” 내용의 일부를 요약·가공한 것임을 밝힙니다.

2024-09-02 08:12 김태환 에너지경제연구원 석유정책연구실 연구위원/실장

[브릿지 칼럼] 정보-행동 역설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기업경영에서 불확실성은 관리하기 어려운 위협요인 중 하나다. 20세기 유명 경제학자인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는 1977년 출판한 ‘불확실성의 시대’에서 현대의 특성을 ‘불확실성’이라 정의했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모든 인간과 기업은 안정적인 환경을 갈구한다.불확실성이 클 때 전략적 방향을 읽어내기란 쉽지 않다. 이에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데이터를 보유하고 그 데이터 속에서 해결책을 찾고자 한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과 기기의 실시간 추적으로 인해 생성된 엄청난 양의 데이터는 단기 행동을 훨씬 더 세부적으로 파악하고 현재를 최적화하며 고객 개개인에 대한 맞춤형 서비스를 실현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실제로는 빅데이터가 미래지향적 사고, 상상력, 전략적 사고를 방해한다. 이 같은 현상을 ‘정보-행동 역설’(information-action Paradox)이라고 한다.그렇다고 데이터를 무시해도 좋다는 건 아니다. 비즈니스에서 데이터는 강력한 역할을 한다. 데이터는 집중과 최적화를 가능하게 하며 점점 더 강력해지는 AI 플랫폼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게 해준다. 하지만 고객 통찰력, 재무 분석, 운영 성과 등의 데이터는 대체로 과거를 기반으로 한다. 물론 과거의 광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특정 패턴을 찾고 예측을 세울 수는 있다. 하지만 이는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온전히 대변하지는 못한다.이에 여전히 비전과 상상력을 갖춘 리더십을 발휘할 인간이 필요하다. 미국 투자 회사 인사이트의 대표인 스콧 D. 앤서니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서 “리더는 의도적으로 방황하면서 불확실성 극복과 방향 설정에 도움이 되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스콧은 변화의 조기경고 신호를 찾기 위해 고객만족도, 영업이익, 매출액과 같은 후행지표에서 순추천고객지수(eNPS)와 같은 선행지표에 초점을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후행지표는 과거의 고객 행동이 기반인 반면 선행지표는 미래의 문제나 기회를 가리킨다. 판매량을 기반으로 한 과거 데이터가 미래의 판매량을 담보하지 않는다. 데이터 기반의 예측은 ‘나’만 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자’도 한다. 시장에서 더 많은 데이터가 널리 제공될수록 다른 사람들이 동일한 기회와 위협을 보고 이에 대응한다. 때문에 경영진은 과거 데이터에 얽매이기 보다는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는 비정형화된 고객의 행동 패턴을 읽어내야 한다.사업을 시작할 때는 경쟁자 분석, 과거의 데이터에서 출발한다. 이런 출발은 매력적인 매출을 달성하기 어렵다. 물론 데이터에서 그런 내용이 보이긴 하지만 문제는 경쟁자도 본다는 것이다.이때 필요한 것이 연상적 사고다. 메릴린치의 창업자 찰스 메릴는 연상적 사고를 발휘해 은행과 슈퍼마켓을 연결해 금융산업의 패러다임을 바꿨다.과거 소수 부유층을 위한 금융 서비스였던 은행을 대다수 사람들이 손쉽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는 슈퍼마켓과 연결해 데이터에서 나타나지 않는, 경쟁자들이 보지 못한 새로운 기회를 포착해 냈다. 그 출발은 데이터에 나타나지 않는 약한 분야를 찾아 기회를 모색하는 것이었다.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2024-09-01 13:12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브릿지 칼럼] 이재명 위협하는 건 삼김(三金)이 아니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정치적 위협이 있을까. 현시점에서 이 대표는 무소불위다.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승리를 거뒀고 역대 민주당 계열 당 대표 중에서 가장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른바 초일극체제를 완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대표의 위기를 거론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대표에 대한 견제 목소리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한 김부겸 전 국무총리, 법적으로 복권돼 언제라도 선거 출마가 가능한 김경수 전 경남지사, 일찌감치 이 대표와 다른 방향을 보였던 김동연 경기지사 모두 성씨가 ‘김(金)’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신삼김(新三金)시대’로 불린다.이전의 삼김과 비교되면서 김 전 총리는 김영삼 전 대통령과, 김 전 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그리고 김 지사는 김종필 전 총리와 연결되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당장은 몰라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신삼김의 파괴력은 이 대표에게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지난 8월 19~20일 실시한 조사(전국1008명 무선자동응답조사 표본오차95%신뢰수준±3.1%P 응답률2.1% 자세한 사항은 조사 기관의 홈페이지 또는 중앙선거여론조사 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에서 ‘민주당 내에서 이 대표의 잠재적 경쟁자로 누가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보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의 21.7%는 김 전 지사를 꼽았다. 김 지사는 20%를 기록했다. 이어 이탄희 전 의원 7.7%, 김 전 총리 7.2%,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 4.4%, 이광재 전 의원 2.2% 등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지지층에서는 김 전 지사 19.8%, 김 지사 19.7%, 이탄희 전 의원 9.4%, 임 전 실장 5.1%, 김 전 총리 4.3%, 이광재 전 의원 1.4% 순으로 나타났다.김 전 총리가 이 대표와 대비되는 ‘유연한 리더십’을 강조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도우미’를 자처했던 김 전 총리는 이 대표를 향해 “유연한 리더십을 보이는 게 오히려 이 대표가 다음 대통령 선거에 나갈 때도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직격하고 나섰다. 이 대표의 초일극체제가 완성된 민주당에 대한 쓴소리도 주저하지 않았다. 민주당이 각종 탄핵안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언제까지 강성 지지층만 바라보며 대한민국 공동체를 책임지겠다고 할 것이냐”며 “탄핵이라는 것은 국민의 강한 매인데, 일상적으로 치면 어떻게 운영하느냐”고 작심 발언을 쏟아냈다. 마치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당을 향해 ‘집단 쓰레기’라고 저격했던 김두관 전 의원과 비슷한 맥락이다. 김 전 총리는 김 전 지사에 대한 평가도 내놓았는데 “김 전 지사 자체가 민주당 역사의 한 부분이다. 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의 가장 신뢰받는 참모였다”며 “경남지사 때 보여준 도정 운영 등을 보면 충분히 민주당의 큰 동량이 될 것”이라고 극찬했다. 이 대표는 견제하면서 같은 ‘신삼김’에 포함된 김 전 지사는 좋은 인물로 끌어올리는 모양새다.‘이재명 초일극체제’에 강력한 대항마가 될지도 모를 ‘신삼김’이라는 신조어가 등장한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지도부 구성도 이 대표의 입김이 전당대회에서 강하게 작동했을 정도로 대동단결된 조직이다. 그런데도 김 전 총리, 김 전 지사, 김 지사가 이 대표의 대항마로 거론되는 까닭은 바로 ‘외연 확장성’이다. 아무리 정당과 당원을 강력한 영향력으로 묶어 놓더라도 근본적으로 중요한 과제는 바로 먹고사는 문제다. 이 대표에게 앞으로 결정적 위협이 될 존재는 그래서 ‘삼김’이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 바로 ‘민생’이다.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2024-08-29 14:05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

[브릿지 칼럼] 경영자 됨됨이를 보고 투자하라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지금 곤욕을 치르는 상장기업들이 더러 있다. 오너 경영자 구속이 잦은 일은 아니지만, 투자를 하다 보면 일어나는 일 중의 하나다. 대개는 본업으로 하는 일이 잘 된다고 해, 닥치는 대로 사업을 벌이는 사례에서 많이 나온다. 오너가 재판을 받고 있지만 카카오그룹의 성장기를 보면서 그런 우려를 먼저 받았었다. 마치 만물상회 같은 인상을 주었다. 지금도 계열사가 엄청나다.기업의 잘잘못은 법이 가리겠지만, 투자전문가로서는 해당 기업들이 승승장구하는 국면에서 종종 나오는 오너 경영자들의 거친 숨결과 가쁜 호흡에서 후일의 과오 우려를 보기도 한다. 김우중 회장의 대우가 성장기에 그러했고, 정주영 회장의 현대도 한동안 그런 기류가 있었다. 결국 현대는 구조조정을 겪었고 대우는 사라졌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도 자초하는 분란이 하나 둘이 아니다.대체로 잘 되는 사업의 상당 부분은 ‘운’이다. 사업 운이 찾아온 시기에 자칫 오너 경영자의 과도한 오판이 차고 넘치면 미래는 곤란해진다. 젊은 기업가 중에 연타석 창업 대박으로 터트린 이도 있다. 최근 어느 지급결제 시스템 회사에서 비롯되어 국민적 피해로 사회문제가 된 모 기업의 지급불능 사건도 그런 사례다. 앞선 회사에서 대박을 내고 또 급히 만든 새 회사에서 이런 사단이 일어난 것이다.요즘 대박 창업가 중에는 해외 공부와 해외기업 근무 경력자가 꽤 많다. 그런 기업을 들여다보면 회사 내용 외에 해외에서 주로 일하다 온 오너 경영자의 면면이나 인간적인 성장사와 인품은 잘 알 수가 없다. 가상화폐 사건으로 본국 소환을 앞둔 모 기업의 대표도 그렇다.상품을 직접 만들고 제공하는 사람들이 결국은 해당 기업의 투자가치 생성을 좌우하는 본질요소이다. 인공지능도, 메타버스도, 비트코인도 사람들이 만들고 사용하는 전략적 지식자산이다. 기업가치에서 사람이 항상 중요한 이유다. 특히 경영자는 예리한 지성과 현명한 판단, 탁월한 재무역량 등을 잘 갖추는 것이 더욱 중요한 자질이다.돈을 추구하는 자세에서 간혹 과도한 탐욕을 가진 경영자들의 일탈적 실수를 자주 본다. 우리는 재정 추구에서 탐욕의 정도가 낮은 편이다. 반면 서구식 재무관을 배운 사람 중에 재무실적 일변도와 수익 극대화 경향이 도드라지는 경우를 더러 보게 된다. 해외 투자사이트의 대화방을 보면 수익 추구 일변도의 기조가 강하다. 그래서 우리 청년들은 직설적인 해외 토론방의 참여에 상당한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미국 대통령 선거가 다가온다. 인신공격이 난무해 대통령을 뽑는 게 아니라 정권을 탈취하는 선거 내전으로 변질되고 있다. 주식시장도 등락폭을 보면 전투적 경향이 강하다. 지금 세계는 돈이든 권력이든 갈수록 탈취와 점령의 의도가 선명하다. 자기 의도나 욕심을 나타냄에 있어 주의나 주저함이 갈수록 없어진다.한 사람의 중요한 경영자는 그의 행동과 선택으로 인해 전체 투자자의 이익을 뒤흔든다. 중요한 자리의 임원이나 경영자 행동이 투자성과에 얼마나 중요한지는 갈수록 선명해진다. 4분기로 접어들면 임원들이나 경영자들이 자리를 옮긴다. 관심을 둔 기업이 있다면 그런 소식들을 예의 주시해야 한다. 투자의 명인 찰스 다우는 생전에 신문의 인물란 동정을 보고 투자 팁을 얻었다고 회고했다.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2024-08-28 14:03 엄길청 국제투자분석가/국제투자리서치포럼 회장

[명의칼럼] 여름에 잘 걸리는 요로결석, 소변 참지 말고 수분 섭취를

고서연 인천힘찬종합병원 신장내과 과장무더위가 그친다는 절기상 처서가 지나면서 이른바 ‘처서 매직’을 기대하는 분위기지만 날씨는 여전히 덥고 습하다. 이런 환경에서는 세균 번식이 활발하게 이뤄져 여러 질병에 쉽게 노출된다. 그중 급성 신우신염은 신장과 신우가 세균에 감염돼 생기는 질환으로 주로 여성에게 많이 나타난다.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급성 신우신염 환자 수는 16만4225명인데 이 중 여성이 14만1036명으로 전체의 약 86%를 차지하고 있다. 급성 신우신염은 세균이 방광에서 신장으로 거슬러 올라가 발생하는데 해부학적으로 여성이 남성에 비해 요도가 짧고 질, 항문과 가까워 요로 감염이 쉽다.변비나 요실금, 소변을 참는 경우 상대적으로 급성 신우신염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 주로 세균 감염으로 생기지만 방광염이 반복되거나 요로에 막힘이나 기형이 있는 경우, 당뇨 등 만성질환을 앓거나 면역력이 저하됐을 때도 신우신염에 걸리기 쉽다. 월별 환자 수 추이를 보면 2023년 기준 8월이 2만1199명으로 가장 많았고 9월은 2만279명, 7월이 2만44명으로 더운 날씨에 더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초기에는 감기와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 감기약을 복용하고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 사이 염증은 더 심해져 신장을 손상시킨다. 신장에는 인체 총 혈액량의 25%가량이 흘러 들어가기 때문에 신우신염을 오래 방치하면 패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외에도 방광농, 신장 또는 신장 주위의 농양, 기종성 신우신염 등의 합병증이 발생할 수 있다.신우신염은 고열과 오한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도 있지만 피로가 점점 심해지고 피로감으로 인한 식욕저하, 어지럼증과 구토, 신장이 부어서 옆구리에 강한 통증이 생기는 증상을 보인다. 이 통증은 사타구니로 번지기도 하며 한쪽으로 집중된 심한 요통이 발생하기도 한다. 배뇨 시 통증이나 소변 후 잔뇨감이 있거나 소변의 색이 콜라색으로 변한 경우에도 신우신염을 의심해야 한다.증상이 있다면 소변·혈액검사, 소변균 배양 검사로 진단할 수 있다. 초기라면 충분한 수분 섭취와 항생제 등 약물 치료로 증상이 호전된다. 그러나 요로 폐쇄가 있거나 고름이 동반된 신우신염은 합병증 발생 가능성이 높아 초기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특히 급성 신우신염을 제때에 발견하지 못해 치료가 늦어지면 만성으로 악화되고 각종 합병증을 일으킬 수 있어 증상이 나타나면 빨리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신우신염 예방을 위해서는 하루 8잔 이상의 물을 마시고 소변을 자주 봐 세균이 방광에 머물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같은 이유로 소변을 오래 참지 않고 바로 가는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하다.고서연 인천힘찬종합병원 신장내과 과장

2024-08-27 07:00 고서연 인천힘찬종합병원 신장내과 과장

[브릿지 칼럼] 건강한 디지털 시장 환경 만들자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온라인플랫폼 사업자인 티몬과 위메프의 입점 판매자에 대한 대금 정산 지연으로 인해 발생한 소비자 피해가 날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 19일 오전 9시 기준 1372소비자상담센터에 접수된 큐텐 그룹 관련 상담 건수가 1만1615건에 이르고, 여행·숙박·항공권에 대한 한국소비자원의 집단분쟁조정 신청 건수도 9000여 건을 훌쩍 넘겼다.지금껏 온라인플랫폼 거래에서 나타난 대부분의 소비자 피해가 소비자와 판매자 또는 소비자와 중개 서비스를 제공하는 온라인플랫폼 사이에서 발생한 것이었다면, 이번 사태는 두 계약 당사자인 판매자와 온라인플랫폼 간 정산 문제가 고스란히 대규모 소비자피해로 전가된 초유의 상황으로 관련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통계청에 따르면 2023년 국내 온라인쇼핑 규모는 228조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국민 10명 중 7명이 디지털 기반의 소비생활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함께 전자상거래 소비자피해도 매년 크게 증가하고 있지만, 관련 소비자피해 규모를 추산하는 주요 자료는 여전히 한국소비자원의 전자상거래 관련 피해구제 접수현황 정도뿐이다. 다시 말해 그간 전자상거래 분야의 피해 경험률, 금전적 피해 규모 등을 추계한 데이터가 거의 없었다.이에 한국소비자원은 올해 상반기 최신 OECD 자료를 토대로 국내 소비자 3000명이 체감한 전자상거래 소비자피해 수준과 금전적 피해 규모를 최초로 측정·발표했다. 특히 OECD 조사항목 외에 한국형 거래 유형별 피해 경험률과 소비자교육 참여 효과 등도 추가로 조사했다. 조사 결과, 국내 전자상거래 소비자피해 경험률은 40%로 OECD 13개국 평균 50%보다 10%포인트(p) 낮게 나타났다. 그동안의 정부 정책과 기업의 자율규제 노력이 시장에서 잘 작동한 것으로 보인다.다만 금전적 피해 규모 측면에서 분석했을 때 1인당 피해 금액 자체는 10만1134원으로 OECD 평균보다 낮지만, 환불이나 교환 등 보상 이후 소비자가 느끼는 잔존피해 금액은 오히려 높게 나타났다. 이제는 단순 보상의 개념에서 벗어나 국내 소비자의 체감 만족도 제고를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거래 유형별로는 소비자 4명 중 3명인 75.8%가 쿠팡, 11번가 등 종합 온라인쇼핑 플랫폼에서 구매 활동을 하는 가운데, 피해 경험률 또한 종합 온라인쇼핑 플랫폼(64.1%)이 가장 높았고, 그 다음으로 해외직구 플랫폼(48.9%) 등의 순이었다. 피해 경험률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교육 참여 경험이 있는 경우 전자상거래 이용 시 가격·배송조건을 꼼꼼히 확인하거나 문제 해결을 위한 조치, 보상 청구 등의 소비자행동 수준이 높은 것으로 확인돼 소비 취약 계층을 위한 역량 강화 정책의 필요성도 매우 유의미한 것으로 나타났다.오늘날 우리의 디지털 시장 환경은 상당 기간의 성장통 시기를 거쳐 왔으나 아직은 혁신적인 선순환 구조로 거듭나고 있다고 보기엔 부족한 면이 많다. 이번 티메프 사태와 유사한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플랫폼의 기본 원칙인 상생과 혁신, 그리고 공정 경쟁이 시장의 중심축으로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를 점검해보고, 동시에 소비자 역량 강화와 소비자정책 개선을 지속 추진해 나감으로써 건강한 디지털 시장 생태계를 만들어가도록 다 함께 노력해야 할 때다.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

2024-08-26 14:09 이경아 한국소비자원 정책연구실장·경영학 박사

[시장경제칼럼] 최저한세, 합리적인 수준으로 조정해야

황상현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최저한세제도는 조세특례제한법 제132조(최저한세액에 미달하는 세액에 대한 감면 등의 배제)에 따라 기업이 각 사업연도의 소득에 대한 법인세를 계산할 때 세액공제 등 각종 조세감면을 적용받은 후의 세액이 ‘최저한세액’에 미달하는 경우 그 미달하는 세액에 상당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조세감면을 배제하여 최소한의 세금을 납부하게 만든 제도이다. 각 기업의 최저한세액은 과세표준에 최저한세율을 곱하여 계산되는데, 최저한세율은 다음과 같이 기업규모에 따라 차등 적용된다. 현재 최저한세율은 일반기업(대·중견기업)의 경우 과세표준이 100억원 이하 부분은 10%, 과세표준이 100억원 초과 1천억원 이하 부분은 12%, 과세표준이 1천억원 초과 부분은 17%로 적용되지만,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일괄적으로 7%(최초로 중소기업에 해당하지 아니하게 된 연도부터 3년 이내에는 8%, 그 다음 2년 이내에는 9%)로 우대하여 적용되고 있다. 즉, 최저한세제도는 기업에게 조세감면을 해주더라도 세부담의 형평성과 재정확보 측면에서 최소한의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여 1991년부터 시행되어 왔다.한편, 기획재정부의 “2024 경제정책방향”에 따르면, 정부는 민간 투자의 조기 반등을 위하여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올해까지 연장하고 RD 투자 세액공제율을 한 해 동안 한시적으로 상향하는 등 세제지원을 하고 있다. 지난해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여 기업들은 반도체·백신·2차전지·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시설에 대하여 투자할 경우 15~25% 세액공제 혜택이 받게 되었고, 정부는 이를 연장하고 투자 확대를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리고 대통령은 올해로 끝나는 국가전략기술 투자세액공제를 법의 효력을 더 연장해 앞으로 계속해 나갈 것을 강조했다. 또한 정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기업들이 설비투자를 할 경우에 투자 증가분에 대한 10%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재도입했다.그러나 기업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의 이와 같은 세제지원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조세특례제한법 제132조 상에서 기업들이 최소한 납부해야 하는 세금으로 규정된 최저한세액이 이미 높기 때문에 기업들의 투자효과가 떨어진다는 것이 꾸준히 지적되고 있다. 예를 들어, 기업 A는 과세표준이 2조원,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가 2,000억원이라고 가정하자. 간략히 세액을 계산한다면, 이 기업에 대하여 법인세 최고세율 24%를 적용하여 산출세액은 4,800억원이고 시설투자 세액공제액 차감 후 세액은 2,800억원이 된다.하지만 이 기업에 대하여 최저한세율 17%을 적용하면 최저한세액은 3,400억원이 되어 이는 최종적으로 납부할 세액이 된다. 따라서 이 기업은 시설투자 세액공제액 2,000억원 중에서 600억원(= 3400억원 - 2800억원)의 감면 혜택을 가질 수 없게 된다. 정부가 반도체·백신·2차전지·디스플레이 등 국가전략기술 관련 시설투자 세액공제 적용 기간을 연장하여 투자하는 기업에 대하여 세금을 낮추어 주어도 이미 높은 최저한세로 인하여 투자효과가 감소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실제로 최저한세를 적용받는 기업들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추세이며 최근에는 최대 규모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 통계자료 분석결과, 최저한세 적용 기업 수는 일반기업(대·중견기업)의 경우 귀속분 기준 2019년, 886개 → 2020년, 952개 → 2021년, 1024개 → 2022년, 1188개로 증가하였고, 중소기업의 경우에는 2019년, 27,277개 → 2020년, 38,070개 → 2021년, 50,539개 → 2022년, 66,084개로 더 크게 증가하였다(매일경제, 2024.01.22.).법인세 세율은 지난해 모든 과세표준 구간에 대하여 1%p 인하되었을지라도, 최저한세율은 2009년 이후 계속 증가하여 현재 가장 높은 수준으로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가 반도체 등에 대한 시설투자 세액공제를 연장하더라도 투자효과가 적기에 나타나려면 최저한세율을 하향 조정하여 최저한세액을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어 기업들이 공제 혜택을 제대로 받을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황상현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2024-08-26 11:15 황상현 상명대학교 경제금융학부 교수

[브릿지 칼럼] 미 비포 유(Me before you)를 통해 본 삶과 죽음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미 비포 유(Me before You)라는 영화를 얼마 전 다시 보게 됐다. 책을 먼저 읽었는데, 영화도 마음에 깊은 울림을 준다. 미래가 창창하던 부잣집 청년 윌이 오토바이 사고로 사지마비가 되어, 순수한 시골 아가씨 루이자를 만나 사랑하게 되지만 결국 스위스로 가서 존엄사를 선택하면서 세상과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한다는 내용이다.제목인 미 비포 유는 어떤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을까? 사랑하는 당신보다는 내가 먼저라는 뜻일 수도 있고, 당신을 만나기 이전의 나라는 뜻으로도 볼 수 있고, 그저 당신 앞의 나라고 해석해 볼 수도 있겠다.영어로 ‘죽다’라는 표현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죽다(die)라는 단어가 있다. 좀 더 예의를 차려서, 돌아가다(pass away) 라는 표현도 많이 사용한다. 양동이를 걷어찬다(kick the bucket)라는 표현도 있는데, 양동이를 밟고 올라가서 목을 매달고는 그 양동이를 걷어찬 이후, 죽음을 맞았기에 나온 표현이라고 알려져 있다.데이지 꽃을 밀어서 나오게 하다(push up daisies)라는 표현도 있다. 아무 곳에서나 잘 자라는 데이지꽃이 유난히 무덤가에서 잘 자라는 것을 두고 나온 말이다.동전의 양면처럼 삶의 뒷면에 그 누구도 피할 수 없는 것이 죽음이다. 언제 어떻게 죽음을 맞이하는 것을 안다면,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도 하고 주변 정리도 하겠지만, 우리의 삶이 그렇듯이 아무런 준비 없이 갑자기 죽음을 맞이하게 되는 경우도 왕왕 있기에, 바쁜 삶 속에서도 가끔씩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영화, 미 비포 유에서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겼음에도 청년 윌은 존엄사를 선택한다. 존엄사, 또는 안락사를 논하려면 ‘죽음의 의사’로 불렸던 미국의 의사, 케보키언이 떠오른다. 케보키언은 1980년대부터 말기 환자들의 ‘죽을 권리’를 주장하면서 실제로 90년대에 많은 환자들의 조력자살을 도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루게릭병을 앓던 50대 환자의 안락사를 도우면서, 비디오 촬영을 해, 그 과정을 TV 방송을 통해 공개했다. 덕분에 살인죄로 긴 기간의 실형을 선고 받았으나, 이후 가석방됐고, 그가 사망하기 전까지 전 세계 언론의 관심을 많이 받았다. 미국은 1994년 오레건주에서 존엄사법을 통과시켜, 의사조력자살을 허용했고, 이후 10여 개 주가 존엄사를 허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국인에게도 조력자살을 허용하는 나라는 현재 스위스가 유일한 것으로 알고 있다.존엄사는 너무나 무거운 주제이기에 섣불리 입에 올리기가 조심스럽다. 그러나 반드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문제이다. 생명의 존엄성과 환자로서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품위 있는 삶의 마감에 대한 최소한의 기준점은 어디인지, 회복이 어려운 환자가 지킬 수 있는 마지막 품위와 인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인들이 이들에게 배려해 줄 수 있는 최소한의 타협점은 어디인지, 모두 함께 생각해 볼 문제이다. 삶의 시작이 선택이 아니듯이, 죽음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죽음 앞에서 최소한의 품위를 지킬 수 있는 제도적 장치에 대해 사회가 함께 고민해 볼 필요가 있겠다.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2024-08-25 13:41 오세준 평택대학교 교수.

[브릿지 칼럼] 예술·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디즈니 테마음악 작곡가로 유명한 그레고리 스미스는 청소년 음악 교육에 관련된 다양한 작품을 썼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장애인 올림픽 개막식 음악을 담당하기도 했던 그의 대표적인 곡이 바로 ‘오케스트라 게임’이다.‘오케스트라 게임’은 ‘가장 큰 소리 내기’ ‘가장 낮은 소리 내기’ 등의 종목을 통해 각 악기의 특성과 음색의 특징을 스포츠 경기처럼 소개한다. 해설자 역시 중계방식으로 곡을 소개하면서 관객들이 박수치며 선수들을 응원할 수 있도록 독려한다. 곡에 등장하는 여러 종목 가운데 하이라이트 경기는 마라톤이다. 바이올린, 트럼본, 클라리넷이 경주하는 가운데 바이올린과 트럼본이 넘어진다. 그대로 경기가 진행되면 클라리넷이 승자가 되는 상황에서 클라리넷은 넘어진 두 악기를 일으켜 함께 결승선에 들어오며 곡은 훈훈하게 마무리 된다.개막식부터 다양한 화제를 모았던 파리 올림픽이 얼마전 막을 내렸다. 이번 올림픽에서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오케스트라 게임’에 나온 것 같은 미담이 가득했던 점이다. 올림픽마다 화제가 되는 순간들이 연출되곤 한다. 하지만 이번 파리 올림픽만큼 배려의 미덕이 유난히 돋보인 대회가 있었을까 싶다. 스포츠 명장면 사이사이 뭉클해지는 순간이 여러 번 있었다.펜싱의 오상욱 선수는 사브르 남자 개인전 결승전 중 우승을 결정짓기 바로 전 상대선수가 뒷걸음질하다 넘어지자 칼을 내리고 손을 내밀어 상대를 일으켜 세웠다. 그의 매너에 관중과 전 세계의 네티즌들이 환호했고 그의 ‘금빛 매너’는 금메달보다도 더 빛났다.‘삐약이’ 신유빈 선수는 탁구 여자 개인 동메달 결정전에서 아쉽게 역전패했다. 그러나 신유빈은 하야타 선수에게 다가가 미소로 포옹하며 축하했고, 일본 감독에게도 인사를 건넸다. 일본 감독은 신유빈의 인사에 허리까지 숙여 정중히 답례했다.태권도의 박태준은 결승전에서 우승이 확정된 뒤 승리의 세리머니 대신 쓰러진 마고도예프 선수에게 다가가 무릎을 꿇고 상태를 살폈다. 그리고 시상식에 입장할때 마고도예프는 박태준 선수에게 기대고 박태준은 그를 부축하면서 다시금 흐뭇한 장면을 연출했다. 미국 체조의 전설 바일스 선수는 이번 올림픽에서 금3, 은 1개를 땄다. 마루 종목에서 아쉽게 금메달을 놓쳤지만 바일스는 아쉬움 대신 시상대에서 금메달리스트 레베카를 축하하는 퍼포먼스를 펼쳤다.배드민턴 안세영 선수와의 결승전에서 져 은메달을 딴 중국의 허빙자오 선수는 시상식 당시 준결승에서 기권한 스페인 선수를 위해 스페인 국기 배지를 들고 올라와 뭉클함을 자아냈다.사람들이 공연장과 경기장을 찾는 것은 결점 없는 완벽한 연주, 세계 신기록 경신의 순간만을 함께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아티스트와 선수들이 흘려온 지난 시간의 땀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숭고한 인간미를 보기 위해 그 자리에 앉아 있다.완벽한 기술보다는 그들이 보여주는 노력의 진정성, 서로를 배려하며 함께 나아가는 하모니와 팀워크, 나아가 경쟁자까지도 포용할 수 있는 아량을 통해 인간다움의 깊이를 느끼는 것이야 말로 우리가 예술과 스포츠에 열광하는 진정한 이유일 것이다.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

2024-08-22 14:14 이미란 롯데문화재단 마케팅팀 수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