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코로나, 고용없는 경기회복의 암울한 시작

이정윤 기자
입력일 2020-06-29 15:51 수정일 2020-06-29 17:59 발행일 2020-06-3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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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재성장률 급격 하락…노동기여 20년前 절반 이하
경제활동 감소·투자 지연·인구 변화, 고용회복 제약
고용률 회복에 최소 2년에서 최대 4년3개월 걸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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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고용없는 경기회복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고용없는 성장의 연장이 우려된다.

29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모든 생산요소를 투입해 물가상승 없이 이뤄내는 최대 성장률)은 2001~05년 5.1%에서 2019~20년 2.5%로 떨어졌다.

코로나 이후 잠재성장률은 더 하락할 전망이다. 한은이 이날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경제구조 변화와 우리 경제 영향’ 보고서는 “코로나로 노동·교역·산업 등 경제구조가 변하고 노동·자본 요소 투입이 부진해 잠재성장률 하락 추세가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노동의 기여도는 급격한 하강 곡선을 그렸다. 감염병 확산으로 비경제활동인구가 늘면서 경제활동참가율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생산가능인구 감소가 부른 인구변화는 고용회복의 제약요인이 되고 있다.

한은은 15~64세 경제활동참가율이 2019년 수준일 경우 2030년 경제활동인구는 2019년 대비 198만명(-7.7%)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ICT 기반의 산업 개편도 노동 수요를 외면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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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한국은행)
코로나 이후 성장하더라도,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자동화·무인화로 노동이 자본으로 대체하는 추세가 가속페달을 밟으면서 고용은 뒷걸음칠 수밖에 없다. 더욱이 최근 기업의 신규 채용과 투자 축소·연기, 구직활동 위축 등은 인적자본 축적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한은은 금융위기(2009년 1분기 이후)와 외환위기(1998년 1분기 이후) 노동지표 변화를 적용하면 각각 8분기와 17분기 동안 고용률이 현 수준을 밑돌 것으로 예상했다. 위기 이전의 고용률이 유지됐을 때 취업자 수와 실제 취업자 수 차이(고용손실)는 각각 월평균 -16만명, -96만5000명으로 분석했다.

일자리 미스매치와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심화할 전망이다. 비대면 산업과 재택근무·플랫폼노동·단시간 근로 형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빠른 자동화로 중·저숙련 판매나 기능직 고용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아울러 신기술 일자리에 대한 구인자와 구직자의 미스매치가 커지고, 부문 간 고용·임금 격차는 확대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양극화, 분배악화다. 한은은 위기 이후 대부분 기업들이 투자를 크게 늘리지 않는다고 했다.

생산성 향상과 하락 요인은 공존한다. ICT와 바이오헬스 산업 투자는 잠재성장률 하락 속도를 늦추는 반면, 공공부문 확대와 글로벌 공급망 약화는 생산성 하락을 부추긴다.

이정윤 기자 jyoon@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