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주 4일제' 근무 논의 부상··· 수익 감소·업종별 노동생산성 관건

정다운 기자
입력일 2024-04-28 13:22 수정일 2024-04-28 16:24 발행일 2024-04-2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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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전산업 노동생산산성 OECD 회원국 중 29위 하위권
“5인 미만 사업체는 525만곳으로 주 5일 근무도 어려워”
주 4일제 도입 촉구하는 한국노총<YONHAP NO-3199>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이 지난 2월 29일 오전 서울 국회 앞에서 연 ‘주 4일제 네트워크 출범 공동기자회견’에서 참가자들이 손팻말을 들고 있다.(연합)

생성형 인공지능(AI) 등 신기술의 출현으로 주 4일제 근무논의가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대면서비스업 등은 근로시간 감축에 따른 수익감소가 예상돼 업종별 노동생산성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제도·인프라 개선이 먼저 수반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재 정부 차원에서의 주 4일제 근무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세계 각국에서는 정보통신(IT)·금융 등 일부 업종에서 신기술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 노동생산성 향상이 이뤄지며 주 4일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최근 싱가포르는 아시아 국가 최초로 ‘주 4일제’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골자는 오는 12월부터 근로자가 유연근무를 신청하면 모든 고용주가 이를 검토해야 하는 것이다. 회사는 2개월 내 응답해야 하며 거부 시에는 합당한 이유를 제시하는 등 해결방안을 찾도록 권장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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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지난 3월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이 급여 삭감 없는 ‘주4일 근무제’ 법안을 발의하며 미국 내 주 4일제 논의를 촉발했다. 아울러 글로벌 회계법인 KPMG가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미국 대기업의 약 33%는 주 4일·4.5일 근무와 같은 새로운 근무 시스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영국은 주 4일제를 이미 시행 또는 도입을 검토 중이다. 영국에서 주4일제 실험을 의뢰받은 보스턴칼리지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영국의 61개 기업을 대상으로 ‘주 4일 근무제’를 시범 운영했다. 그 결과 1년이 지난 현재 실험에 참여한 기업의 89%(54곳)는 주 4일제를 유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에서는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주 4일제 도입 지원을 선거공약으로 내세우며 화제가 된 바 있다.

다만, 한국에서 주 4일제 시행 시 제조업·대면 서비스업은 근무시간 단축(주 32시간)에 따른 수익 감소가 예상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의 ‘2024 경제전망 시리즈-성장부문’ 보고서를 보면 지난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전산업 노동생산성은 38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중 29위로 하위권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전산업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43.1달러로 OECD 평균인 53.8달러의 80.1% 수준에 불과했고, 초고령화에 진입한 일본(48.1달러)의 89.6% 수준에 그쳤다. 때문에 낮은 노동생산성이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주 4일제가 적용될 경우 글로벌 경쟁력 저하, 임금 삭감 등의 부작용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또 법·인프라·제도 등의 정비 없이 주 4일제의 무리한 추진이 이뤄지면 노동시장 양극화만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우리나라 ‘주 5일제’의 출발은 지난 1996년이지만 본격적으로 정착된 것은 지난 2004년쯤으로 시행부터 정착까지 8년이 소요됐다.

노동부 관계자는 “주 5일제를 정착하는 데 8년이 걸린 만큼 주 4일제 정착을 위해서는 제도·인프라 등을 마련하는 등 구성원들 간의 합의가 중요하다”며 “향후 이 문제는 노사정 사회적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의 일·생활 균형 위원회에서 논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세종=정다운 기자 danjung63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