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View] 노인일자리 100만개 시대… 여전한 용돈벌이

정다운 기자
입력일 2024-03-20 17:29 수정일 2024-03-20 19:14 발행일 2024-03-21 1면
인쇄아이콘
200억이던 예산 20년만에 2조원대… '노인 빈곤율'은 OECD 압도적 1위
노인일자리 올해 14만개 확대 불구 공공형 일자리 비중 여전히 60%대
2024022901010014709
노인일자리 사업 참여자 강진 반값의 해 홍보 안전 조끼를 착용하고 환경미화에 임하고 있다.(강진군)

정부가 올해 노인일자리를 역대 최고 규모로 늘렸다. 하지만 노인소득빈곤율은 선진국가들의 모임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 중 여전히 1위를 기록하고 있어 투자 예산 대비 효과는 뒷걸음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9일 국무회의에서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위해 노인일자리를 역대 가장 큰 폭으로 확대했다”고 밝혔다.

21_노인일자리

20일 정부에 따르면 노인일자리 사업은 지난 2004년 처음 도입됐다. 유형별로는 공익활동형(공공형)·사회서비스형·민간형으로 구분된다. 정책 기조에 따라 노인일자리 규모는 지난 2017년 47만명에서 올해 103만명 규모로 확대됐다. 이는 지난해와 비교해 14만7000명 늘어난 것으로, 역대 가장 큰 증가 폭이다. 같은 기간 노인일자리 예산도 5231억원에서 2조264억원 규모로 약 4배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한눈에 보는 연금 2023’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한국 노인소득빈곤율(66세 이상)은 40.4%로 OECD 38개 국가 중 1위를 기록했다. OECD 국가 중에서도 레벨이 높은 영국(13.1%), 일본(20.2%), 호주(22.6%), 미국(22.8%) 등과 비교하면 약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한국의 노인소득빈곤율은 지난 2017년에도 45.7%를 기록하며 OECD 국가 중 가장 높았는데 지난 7년간 관련 예산 규모와 일자리 수를 지속해서 확대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차이는 없었다. 아울러 노인일자리사업이 처음 도입됐던 지난 2004년 예산은 212억원으로 올해와 비교하면 약 100배 이상 차이가 났다. 즉 지난 20년간 예산은 큰 폭으로 증가했지만 우리나라 노인들의 평균 소득수준은 향상되지 않았다.

다만, OECD에서 말하는 노인빈곤율의 정의는 ‘중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보다 50% 미만인 비율’을 뜻한다. 빈곤의 기준을 소득으로 보기 때문에 보유 자산을 고려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예컨대 10억원 규모의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어도 가진 현금이 얼마 되지 않으면 빈곤층에 포함될 수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내년도 초고령화 시대(65세 이상 노인인구 비중 20% 이상) 진입을 앞두고 올해 질 낮은 공공형일자리 비중은 줄이고, 비교적 양질의 일자리로 취급되는 사회서비스·민간형 일자리 비중을 늘린다는 방침이다.

실제 공공형일자리 비중은 지난해 68.9%에서 올해 63.5%로 줄어든 대신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 비중을 31.1%에서 36.5%로 늘렸다.

다만, ‘2024년도 노인일자리 현황’을 보면 공공형 일자리는 65만4000개, 사회서비스형·민간형 일자리는 각각 6만6000개, 3만5000개로 나타나 공공일자리가 전체 노인일자리의 63.59%를 차지하고 있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내실화되지 않는 일자리에 대한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민간·사회서비스형 일자리를 늘린다고는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대부분 택배, 설거지 등 공공형일자리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공공형일자리 비중을 줄이고 사회서비스형·민간형 일자리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야한다”며 “숫자만 늘리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정부 지원이 끊기더라도 시장에서 안정적으로 일자리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종=정다운 기자 danjung638@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