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읽기 들어간 ELS 사태, 금노 법률원 역할 ‘눈길’

공인호 기자
입력일 2023-12-17 10:53 수정일 2023-12-17 17:21 발행일 2023-12-18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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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지수 ELS 피해자 집회<YONHAP NO-3236>
[사진=연합뉴스]

내년 상반기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의 대규모 손실 사태가 우려되는 가운데, 금융노조 산하 법률원의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지난 7월 금융노조 산하에 법률원을 출범시킨 바 있다.

금융노조 산하에 법률원이 개설된 것은 한국노총 가맹조직 가운데 첫 사례로, 10만 금융 노동자를 위한 전문적 법률지원을 목적으로 한다.

그동안에는 ‘직장내 갑질’ 등의 개별 상담에 주력해 왔는데, 향후 홍콩H지수 ELS의 손실이 현실화되고 관련 소송이 확산될 경우 법률원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

앞서 금융노조도 성명서를 통해 “ELS 손실 우려로 수개월째 불안감에 시달리는 조합원들을 위해 직원 인권·고충상담 핫라인 개설과 근로조건감찰단 활동 등 직원 보호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해당 법률원은 KPI(핵심성과지표) 등 금융산업의 특성에 맞춘 전문화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에서, 내년 초 본격화될 수 있는 ELS 관련 소송 과정에서 법률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커 보인다.

금융노조와 마찬가지로 금융당국도 이번 홍콩H지수 ELS 사태의 주된 원인을 KPI 등 과도한 실적 압박에서 찾고 있다.

다만, 홍콩H지수 ELS의 추정 손실 규모가 워낙 큰 데다 대다수 은행들이 관련 문제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과거 사모펀드 사태처럼 각 은행별 대응이 현재로서는 유력해 보인다.

법률원의 인력 구조도 한계로 작용할 수 있다. 현재 금노 법률원은 초대 원장인 문성덕 변호사(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부원장)와 상근직인 ‘직장내 괴롭힘’ 전문인 9년차 공인노무사, 은행원 출신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변호사가 일주일에 두 차례 출근 중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법률원은 현재 조합원(은행원)들에게 필요한 노무 및 법률상담을 지원 중”이라며 “ELS 소송과 관련해 법률원이 직접적으로 상담을 진행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11월 말 기준 8개 은행(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SC제일·씨티·제주) 홍콩H지수 판매잔액은 총 14조7828억 원으로 집계됐다. 가입고객 수는 16만3418명이다.

이 가운데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제기된 80대 이상 초고령층의 홍콩H지수 ELS 가입자 수는 1676명, 판매잔액은 2877억 원이었다. 90대 이상도 35명(136억 원)이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4조7489억 원, 50대가 4조4971억 원으로 전체의 62.5%에 달했다. 이어 70대(2조993억 원), 40대(2조641억 원), 30대(6816억 원), 20대(3234억 원) 순이었다.

이미 ELS 가입자 상당수가 공동 대응에 나선 상태다. 이들 가입자들은 지난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금융감독원 앞에서 집회를 열고 “홍콩 H지수 ELS의 불완전 판매로 인한 피해 금액에 대해 원금 전액을 보상해달라”고 촉구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