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통화정책 부담 덜었지만…“美 기조 변화에 변동성 확대 가능성”

공인호 기자
입력일 2023-12-14 10:10 수정일 2023-12-14 13:46 발행일 2023-12-15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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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 만에 준공된 한국은행 신축 통합별관<YONHAP NO-4042>
[사진=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기조에 변화가 예상되면서 한국은행의 향후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은으로서는 당장 한-미 금리차에 따른 부담은 줄었지만 시장 변동성 확대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14일 한은은 이날 오전 유상대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어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에 따른 국내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점검했다.

이 자리에서 유 부총재는 “지난 FOMC 이후 미국 물가 지표 둔화, 연준 인사들의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적 발언 등으로 미 국채 금리가 상당 폭 하락하는 등 시장에서 정책 기조 전환 기대가 형성됐다”며 “이번 FOMC 결과로 이러한 시장 기대가 좀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미 연준 통화정책 운용에 대한 관심이 금리 인하 시점에 맞춰질 것으로 보이는데 그 과정에서 금융·외환시장 변동성이 수시로 확대될 수 있다”며 “미국 물가·경기 흐름과 통화정책 기조 변화 등을 예의주시하면서 국내 경제, 금융·외환시장 영향을 잘 점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연준은 13일(현지시간) FOMC 정례회의를 마치고 기준금리 목표 범위를 5.25∼5.50%로 동결했다.

특히 연준 위원들은 점도표에서 내년 기준금리 중간값을 4.6%로 예상했는데, 이는 현 금리(5.25∼5.50%) 대비 세 차례 금리 인하를 반영한 수준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이번 긴축 국면에서 기준금리가 정점이나 그 근처에 도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사실상 금리 인상 중단을 시사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조의 중단 가능성이 점쳐지면서 시장의 관심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에 쏠리는 분위기다. 한은으로서는 양국 금리 격차가 현재 2.00%p보다 더 벌어져 원화 가치 추가 하락과 외국인 자금 유출 등의 압박이 커지는 부담은 줄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한은은 미국의 긴축 기조 탓에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어려운 딜레마에 놓여있었다.

일단, 미국 시장에서는 이르면 내년 1분기 금리 인하 행보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내년 3월 FOMC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80.8%, 동결할 가능성을 19.2%로 보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도 급락했다. 미 전자거래 플랫폼 트레이드웹에 따르면 이날 오후 증시 마감 무렵 미 국채 10년물 수익률은 4.02%로 하루 전 같은 시간 대비 18bp(1bp=0.01%p) 급락했다. 이는 지난 8월 8일 이후 4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금리인하 기대감에 증시도 강세를 나타냈다. 이날 뉴욕증시에서 다우존스30 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3만7000선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 1월 4일의 고점 기록(장중가 기준 36,934.84)을 약 2년 만에 경신했다.

스탠다드앤푸어스(S&P)500지수도 1.37% 오르며 지난해 1월 이후 약 2년 만에 4700선을 회복했으며,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도 1.38% 상승했다.

다만 현재로선 한은이 당장 금리인하에 나서기는 힘들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잡히지 않고 있는 가계부채 증가세도 고민이지만, 여전히 큰 한-미 금리차도 부담이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통화정책 방향 회의 직후 “저를 뺀 6명의 금통위원 가운데 4명이 3.75%로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이라며 금통위원 과반이 0.25%p 인상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소개한 바 있다.

국내 시장 전문가들도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을 내년 2분기 이후로 내다보고 있다.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장은 “소비지출 여력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겠지만 미국은 5∼6월쯤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국은 환율 등 변수가 없다면 연준이 금리를 인하한 뒤인 7월쯤 인하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