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CEO 승계는 이렇게”…‘모범관행’ 내놓은 금융당국

공인호 기자
입력일 2023-12-12 15:25 수정일 2023-12-12 15:59 발행일 2023-12-13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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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 은행
[사진=각사]

금융당국이 12일 은행 지배구조 모범관행을 제시한 것은 매년 반복돼온 최고경영자(CEO) 승계 과정에서의 잡음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금감원은 △이사회의 경영진 견제 및 감시 기능 미흡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의 투명성·공정성 결여 △이사회의 집합적 정합성(collective suitability) 부족 등을 후진적 지배구조의 주요 사례로 꼽아왔다.

이날 발표된 모범관행은 사외이사 지원조직 및 체계(6개),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10개), 이사회 구성의 집합적 정합성·독립성 확보(9개), 이사회 및 사외이사 평가체계(5개) 등 4개 주요 테마 관련 30개 핵심원칙을 나열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먼저, CEO 선임 및 경영승계 절차와 관련해 면밀한 평가와 검증이 가능하도록 최소 임기 만료 3개월 전 경영승계 절차를 개시하도록 명문화하고, 단계별 최소 검토 기간을 두도록 했다.

외부 후보군 포함 시 자격요건이나 추천 경로, 절차 등을 명확히 하고, 평가 방법이나 시기가 이들에게 불리하지 않은 방안도 마련하도록 했다.

후보 면접 과정 역시 한 차례의 인터뷰에 그치지 않도록 외부평가기관이나 전문가 참여, 심층 평판조회 및 다면평가 등 다양한 방식을 활용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아울러 후보군 관리·육성부터 최종 선정까지 포괄하는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승계계획을 마련해 문서화하고 CEO 자격이나 평가요건도 공개하도록 했다. 후보군 역시 상시 관리하고, 최소 연 1회 이상 관리실태를 점검해 보완해 부적합 후보는 제외하도록 했다. 다만 잡음이 반복돼 온 CEO 연임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규정하지 않았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를 위한 핵심 원칙도 마련했다. 우선 사외이사 지원조직은 CEO 관할이 아닌 이사회 산하 독립조직으로 설치하고, 업무총괄자 임면도 이사회의 사전동의를 거치도록 했다. 또, 경영진이 참여하지 않는 사외이사만의 간담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절차를 마련한 뒤 적극 활용하도록 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아울러 이사회가 은행 규모나 복잡성, 위험 프로파일, 영업모델에 적합한 집합적 정합성을 갖추고 경영진을 견제·감시하는 독립성을 확보하도록 9개 원칙도 수립했다. 사외이사의 직군, 전문 분야, 성별 등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도록 이사회 역량 구성표(Board Skill Matrix·BSM)를 작성해 후보군 관리 및 신규 이사 선임 시 활용할 계획이다.

모범관행은 또, 사외이사 임기가 현재 획일적인 ‘2+1’ 제를 택해 동일 연도에 임기만료가 집중되고 임기 연장 여부가 경영진에 영향을 받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 적정 임기정책과 장단기 이사회 승계계획을 마련하도록 했다.

이번 모범관행과 관련해 시장에서는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금감원은 ‘자율 개선’을 강조하고 있지만 모범관행 시행 여부를 지배구조 관련 감독 및 검사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키로 한 만큼 사실상 강제 규정에 가깝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번 모범관행이 ‘낙하산 인사’ 등 외부의 인사 개입의 도구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례 상 낙하산 인사의 대부분이 정치권과 금융당국의 입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실효성 여부에도 물음표가 찍힌다. 금융권에서는 30여개 핵심원칙의 대부분이 은행권 자체적으로 마련해 시행 중인 모범규준을 항목별로 나열해 놓은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도 나온다.

실제 국내 금융지주 및 은행들은 내분 사태인 ‘신한사태’ 및 ‘KB사태’ 이후 주요 글로벌 은행들의 지배구조 사례를 참고해 은행권 공동의 모범규준을 마련해 시행해 오고 있다.

승계절차의 경우 각 은행별로 차이는 있지만 최소 한달 이상의 기간을 두고 내외부 CEO 후보군을 물색하고 있으며, 평가의 공정성을 위해 외부 평가기관도 활용하고 있다.

이사회의 독립성 강화 방안의 경우 방향은 바람직하지만, KB사태 사례처럼 경영진 갈등시 이사회가 권력화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