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횡재세 논쟁 , "은행권 건전성 확보에 악영향"

공인호 기자
입력일 2023-12-07 14:53 수정일 2023-12-07 17:54 발행일 2023-12-0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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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전성 확보 방안도 함께 논의돼야”…“사회적 합의 선행돼야” 지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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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등이 참여한 가운데 '은행권 고수익 논란, 횡재세가 답인가?' 주제로 횡재세 토론회가 열렸다.(사진제공=금융노조)
 

은행권의 ‘과도한’ 이자수익으로 촉발된 횡재세 논란이 2조원 규모의 ‘상생금융’ 추진으로 일단락되는 모양새지만, 언제든 유사한 논란이 반복될 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조세제도 개혁 등의 제도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횡재세 강행시에 은행들의 건전성 확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감도 표출됐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배진교 정의당 의원 등과 함께 ‘은행권 고수익 논란, 횡재세가 답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금융사의 순이자수익이 최근 5년 평균 대비 120%를 초과할 경우 초과이익의 40% 내에서 ‘상생금융 기여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해 입법에 나선 바 있다.

이와 관련 정부 여당과 금융감독당국은 ‘반시장적’이라는 이유로 횡재세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횡재세 입법 추진에 대해 ‘거위의 배를 가르자는 것’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이날 토론자들은 은행권의 상생금융 확대에는 공감을 표하면서도 횡재세의 입법 추진 및 세부 절차에 대해서는 일부 시각차를 드러냈다.

노광표 금융산업공익재단 이사는 “제한적 경쟁구도에서 이익을 내는 은행업의 특성상 초과이익 회수의 정당성과 함께 ‘관치금융’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은행의 팔을 비트는 방식은 효과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다”며 “횡재세 입법 시도 역시 인기영합적 대응으로 보여, 보다 근본적인 구조개편 및 조세제도 개혁 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노 이사는 특히 “내년 총선을 앞둔 짧은 시점에 횡재세 도입은 쉽지 않아 보인다”면서 “입법 의도와 달리 법 시행 과정에서 형해화될 가능성도 커 보인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이 추진 중인 횡제세 법안의 경우 5년 평균 120%를 넘는 순이자수익 중 최대 40% 이내로 기여금을 부과하되 구체적인 수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했는데 이를 ‘0%’로 하면 사실상 무효화 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내년 국내 경제의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점에서 국내은행의 건전성 확보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국내 4대 은행의 9월 말 기준 무수익여신은 2조8988억원으로 지난해말(2조2772억원) 대비 27% 가량 급증했다.

노 이사는 “은행권의 무수익여신은 가계대출보다 기업대출에서 더욱 심각하다”며 “횡재세 논의와 함께 건전성 확보 방안도 같이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횡재세 도입에 앞서 이해관계자들 간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하익준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최근 은행업의 고수익이 시장금리 상승에서 비롯됐고 국민 대다수가 높은 대출이자 부담에 노출돼 있다는 점에서 은행 이익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자는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러나 횡재세의 취지가 약탈적 금융에 대한 징벌적 성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주식회사인 은행 이익의 처분 권한은 기본적으로 주주총회에 있기 때문에 조세든 부담금이든 처분에 대한 정당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며 “주주자본주의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고민해야 불필요한 사회적 논쟁을 줄이고 정책 유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 연구위원은 특히 “횡재세 도입 강행 시 당초 취지와는 다르게 경영진의 판단에 따라 효과를 회피하거나 오히려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며 “향후 정책금리가 인하될 경우 은행 마진은 현격히 줄어들 가능성이 크고, 경기악화에 따른 부실자산이 많아지면 이익도 현저히 감소할 수 있는 만큼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더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