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노조 “금감원장의 ELS 발언, 유체이탈 화법”

공인호 기자
입력일 2023-11-30 15:15 수정일 2023-11-30 15:15 발행일 2023-11-30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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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금융노조]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금감원장의 ‘ELS 사태’ 언급에 대해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30일 성명서를 통해 “홍콩H지수 연계 ELS 상품의 대규모 손실 실현이 코 앞으로 다가왔다”며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증폭됐고 국민과 기업, 국가 모두가 리스크에 노출됐다”고 진단했다. 다만 “현 사태의 원인은 단순한 시장의 변동성 때문만은 아니다”라며 “당기순이익 순위 경쟁에 목매는 금융사 CEO와 ‘사람 잡는’ KPI, 그리고 금융당국의 예방시스템 부재가 합작한 참사”라고 지적했다.

특히 전날 이복현 금감원장의 ‘은행 자기 면피’ 발언에 대해서는 전형적인 ‘유체이탈’ 화법이라고 힐난했다.

전날 이 원장은 ‘고령자’들의 가입 규모가 크다는 점을 언급하며 “(은행들은) 자필 자서를 받고 녹취를 확보했다며 불완전 판매 요소가 없거나 소비자 피해 예방을 했다는 입장인 것 같다. 그러나 적합성 원칙이나 금융소비자보호법상 상품 판매 취지를 생각하면 자기 면피 조치를 했다는 것으로 들리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이에 노조는 “임기 내내 은행들에게 ‘이자장사’, ‘완전경쟁 필요’ 등을 주장하며 은행 비이자 수익을 늘리도록 경쟁을 부추긴 사람이 할 말은 아니다”라며 “감독당국 수장은 논평이나 하고 사후약방문식 조치와 징계나 하는 자리가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노조는 현 금융산업의 일선 현장을 비틀거리는 ‘그로기(Groggy)’ 상태로 빗대며 “대규모 점포 폐쇄로 인한 업무부하, 대출금리 인상에 항의하는 고객들, 숨통을 죄어 오는 영업목표로 죽을 지경인데, 대통령까지 나서 ‘은행 종노릇’, ‘갑질’을 외치고 야당까지 나서 ‘횡재세’를 주장한다”며 “이런 상황에서 ‘ELS 사태’까지 겹쳐 몇 달째 고객 대응에 시달리며 정신과 진료를 받거나, 휴직을 계획하거나, 심지어 퇴사까지 고민하는 직원이 한 둘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노조는 “해가 바뀌어 ELS 손실이 현실화되면 그야말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될 것”이라며 “노사, 피감·감독기관 모두의 냉철하고도 준비된 대응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권의 관점이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태 수습 과정에서 고객의 인권 그리고 완전, 불완전판매 불문 어떠한 직원에 대한 인권 침해도 있어서는 안 된다”며 “이제라도 비이자이익을 포함한 과도한 KPI 목표 배정과 투자상품 프로모션을 중단하고 은행간 당기순이익 과당경쟁을 멈출 실효성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