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사법리스크 上] “나 떨고 있니”…은행권 덮친 ‘사법 리스크’

공인호 기자
입력일 2023-11-27 16:46 수정일 2023-11-27 17:36 발행일 2023-11-28 9면
인쇄아이콘
함영주 회장 ‘무죄’ 판결 뒤집혀…DGB·카뱅 경영 불확실성↑
하나은행_본점1-tile
(왼쪽부터) 하나금융지주, DGB금융지주 사옥. [사진=각사]

사법 리스크가 은행, 증권, 보험 등 특정 업권을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불거지고 있다. 사법 리스크는 경영진의 과오 정도로 치부하기에는 파급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엄중함을 더한다. 최근 불거진 금융권 사법 리스크의 배경과 파장을 가늠해 본다. <편집자주>한동안 잠잠했던 은행권의 ‘사법 리스크’가 또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불거진 사법 리스크의 경우 그 파장이 경영진의 거취 문제에만 국한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에서 사안의 심각성을 더한다.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재차 부각되고 있다. 지난주 서울서부지법 형사항소1부는 함 회장에 대해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에게 1심의 ‘무죄’ 판결을 뒤집고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 등을 선고했다.사실 함 회장의 기소 건은 7년 가까이 지난 하나은행장 시절(2015~2016년)의 해묵은 이슈로, 일찌감치 함 회장 측의 항소 제기로 인한 최종심(3심)이 유력시 돼 왔다. 당시는 함 회장 뿐 아니라 KB·신한·우리은행 등도 유사한 논란에 휩싸이는 등 채용비리 이슈가 은행권을 뒤흔든 시기였다.다만 하나은행을 제외한 대부분 은행들은 관련 판결에서 벌금형 등으로 마무리 됐고, 당시 채용비리 혐의에 연루됐던 경영진들도 은행을 떠나면서 관련 리스크도 일단락됐다.반면 하나은행의 경우 지난 2022년 함 회장의 지주 회장 취임으로 사법 리스크의 여파가 지속되는 형국이다. 문제는 임기 중 함 회장에 대한 금고 이상의 집행유예가 확정될 경우 불명예 퇴진과 함께 리더십 공백에 따른 혼란이 뒤따를 수 있다는 점이다.공교롭게도 하나금융 출신인 김태오 DGB금융지주 회장도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상태다. 옛 외환은행 출신인 김 회장은 하나은행과의 합병 이후 줄곧 그룹 내 요직을 거치다 하나생명 대표직을 끝으로 그룹을 떠났다.김 회장이 6년째 이끌고 있는 대구은행의 경우 1000여 개에 달하는 불법 계좌개설 의혹이 사실로 확인됐다. 당시는 은행-증권 연계서비스 도입 등 김 회장 주도로 비대면 서비스 확대에 대한 영업압박이 거셌던 시기로, 김 회장 특유의 ‘성장 우선’ 경영이 부작용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외에도 김 회장은 캄보디아 현지법인 개설을 위해 현지 공무원들에게 로비자금을 건넨 혐의로 2021년 말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문제는 김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될 경우 자신의 거취 문제는 물론, 그룹 차원에서 사활을 걸고 있는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작업도 물거품이 될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자격을 심사 중인 금융당국도 ‘대주주 적격성’ 차원의 사법 리스크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카카오뱅크 오피스
[사진=카카오뱅크]

이 외에도 국내 1위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도 사법 리스크에 몸살을 앓고 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대주주인 카카오 법인 및 경영진들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 지분 27%를 소유하고 있는 카카오 대주주가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게 될 경우 대주주 자격을 박탈당하게 된다. 이럴 경우 10%를 초과하는 17% 지분에 대한 강제매각이 진행돼 카카오뱅크의 경영권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카카오 법인의 최종 유죄 확정되기까지는 최소 1년6개월의 시일이 소요되는 만큼 최악의 시나리오가 단기간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사법 리스크의 불확실성이 수년간 지속될 수 있다는 점에서 신사업 추진 등의 성장 전략에서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