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횡재세 논란 中] 총선 앞두고 야권발 '정치금융'질타

공인호 기자
입력일 2023-11-20 08:44 수정일 2023-11-20 10:14 발행일 2023-11-2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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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 주도로 횡재세 법안 추진…형평성 및 실효성 논란 지속될 듯
민주당 최고위원회의<YONHAP NO-2319>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은행권을 상대로 ‘횡재세(초과이윤세)’를 추징하는 내용의 법안 추진에 나서면서 도 넘은 ‘정치금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20일 정치권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금융사의 ‘초과이익 환수’를 내용으로 하는 ‘금융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및 ‘부담금 관리 기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지난 5년간 평균 순이자수익의 120%를 초과하는 수익에 대해 최대 40%를 ‘상생금융 기여금’으로 징수하겠다게 개정안의 골자다. 민주당은 개정안 통과시 최대 2조원의 기여금을 징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대 40%’ 수치는 횡재세를 기도입한 해외 사례를 참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권내에서는 내년 총선을 앞둔 ‘표(票)퓰리즘’이란 비판과 함께 자유시장경제의 근간을 뒤흔드는 법안이라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은 지난 16일 성명서를 내고 “금융산업과 시장, 금융소비자에 미칠 막대한 영향을 생각하면 횡재세는 너무나 성급한 결론”이라고 주장했다.

은행권 안팎에서는 당장 이중과세 등 조세 형평성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개정안은 이를 피하고자 세금이 아닌 ‘부담금’ ‘기여금’이라는 명칭을 붙였지만, 강제적 징수라는 점에서 이율배반적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른 업종과의 형평성 논란도 불가피하다. 횡재세 대상으로 거론되는 정유·은행업계의 경우 코로나 팬데믹 기간 수익이 크게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폭리’라는 발상 자체가 업종의 특성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유업계의 경우 원유가격 변동성이, 은행은 시장금리 변동성이 수익구조에 큰 영향을 미치는데 금리와 유가 모두 외생 변수에 가깝다. 불확실성에 대한 리스크 관리 역량이 곧 ‘생존’과 직결되는 구조인데 추가이익에 대한 환수가 법제화될 경우 이들 산업의 경쟁력 추락은 불가피하다. 정유업계를 중심으로 코로나19 직후 수조원대 적자를 기록할 때는 모르쇠로 일관했던 정치권이 이제는 횡재세를 내놓으라는 것은 앞뒤가 안맞는 행태라는 볼멘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업종간 형평성 논란은 코로나 팬데믹의 수혜를 입은 제약업계로도 번지는 분위기다. 하지만 제약업계 역시 자칫 큰 손실을 볼 수 있는 ‘재고 리스크’를 떠안고 제품을 개발·판매했다는 점에서 횡재세 부과는 부당하다고 항변하고 있다.

사실 횡재세 도입 논란은 해외에서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다. 올 들어 스페인·헝가리·체코 등이 횡재세를 도입한 가운데, 지난 8월에는 이탈리아의 횡재세 도입 소식에 유럽 은행주들이 일제히 급락했다. ‘초과 이익의 40%’ 및 ‘1년 한시’ 도입이라는 단서 조항이 달렸지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들의 이탈을 막지 못했다.

하지만 미국을 비롯해 주요 선진국들의 경우 횡재세 도입에 신중한 모습이다. 지난해 석유회사들을 상대로 횡재세 부과를 추진했던 미국의 경우, 미 조세재단(Tax Foundation)이 초과이윤을 구분할 명확한 방법이 없고, 조세 왜곡을 발생시킨다는 점, 그리고 석유 생산량 감소로 인해 해외 의존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도입에 부정적 의견을 내기도 했다.

무엇보다 횡재세 도입의 실효성을 보장하기도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규제 회피를 위한 우회로 마련과 함께, 오히려 기존 사회공헌활동을 위축시키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실제 국내은행의 경우 서민금융 출연과 지역사회 공헌 등 은행연합회 차원의 공동 사회공헌 활동에 매년 1조원 가량을 쓰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강제적 횡재세 징수를 통해 서민금융 재원을 마련하겠다는 발상은 재정으로 해야 할 일을 민간에 떠넘기는 행태이다”고 여야를 꼬집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