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카드로 갚아도 됩니다”…‘제 3자 대위변제’ 유도는 불법

공인호 기자
입력일 2023-11-13 15:35 수정일 2023-11-13 15:44 발행일 2023-11-13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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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
[사진=연합뉴스]

# 휴대폰 요금을 장기 연체한 A씨는 한 신용정보사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신용카드 소지 여부를 묻는 추심직원의 질문에 ‘신용카드가 해지돼 없다’고 하자, 카드 주인의 동의만 있다면 타인의 신용카드로도 변제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하지만 이 같은 제 3자 대위변제는 불법이다. 13일 금융감독원은 이런 내용을 포함한 ‘주요 민원 사례로 알아보는 소비자 유의사항-채권추심(빚독촉)’편을 발간했다.

현재 금감원은 빈번하게 접수되는 민원의 처리결과를 금융권역별로 분석해 금융소비자가 유의해야 할 사항을 발굴·안내하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개인신용평가관리 관련 유의사항’을 배포한 바 있다.

특히 불법 사금융 문제로 인한 불법 추심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 ‘양형기준 상향’ 검토 지시를 할 정도로 심각한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근 금감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센터를 찾아 “(불법사금융은) 개인의 삶을 송두리째 짓밟고, 인권을 말살하고, 가정과 사회를 무너뜨리는 아주 악랄한 암적 존재”라고 맹비난했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 등의 영향으로 취약계층의 빚 상환 부담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다. 올 상반기 접수된 채권추심 관련 민원만 해도 2861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2308건)보다 553건(24%)이나 늘었다.

먼저 금감원은 앞선 사례와 같이 금전차용 등을 통해 채무 변제자금 마련을 강요하는 행위는 불법이며, 이 과정에서 공포나 불안감을 유발해 업무나 사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행위 역시 불법이라고 소개했다.

또 추심자가 소속 등을 밝히지 않거나 ‘압류·경매’, ‘민·형사 고발’ 등을 표시해 법률적 권한을 갖는 것처럼 안내하는 것도 불법 채권추심에 해당하며, 채무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이유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관련 내용을 고지하는 것 역시 불법이다.

아울러 정당한 사유 없이 야간(오후 9시부터 오전 8시까지)에 채무자의 집을 방문하거나 소리를 지르는 행위 역시 불법 추심행위에 해당한다.

금감원은 “폭행과 협박, 강요 등이 수반된 추심행위는 형사 범죄행위이므로 상황 발생 시 수사기관에 신고·고발 등의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에 대한 변제 독촉 역시 불법이므로 해당 신용정보사에 관련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으며, 만약 빚을 상환했다면 반드시 ‘채무변제확인서’를 수령할 것도 조언했다. 대부회사의 담당자 등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업무 관련 착오에 대비해가 위해서다.

금감원은 “채무변제를 완료한 경우 채권자 또는 채권추심자로부터 ‘채무변제확인서’를 교부받아 반드시 보관해야 한다”며 “채무의 감면을 받은 경우에도 감면 후 잔존채무 내역, 감면사유, 감면일자, 채권명 및 대표 직인이 날인된 ‘감면확인서’를 교부받아 보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외에도 연체 사실이 없는데도 추심통지를 받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어 금감원 등에 문의해 관련 경위를 파악할 것을 권고했다. 실제 B사의 경우 전산시스템 구축 과정에서 결과물의 품질에 대한 다툼으로 용역대금 정산이 완료되지 않자 신용정보사로부터 ‘채권추심 수임사실 통지서’를 받았다. 조사 결과 ‘신용조사’ 의뢰를 받은 추심담당자가 관련 내용을 과잉 해석하면서 발생한 해프닝으로 확인됐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