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매도 금지, 그림자는 없나…“자본시장 선진화 후퇴·금융당국 자충수”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3-11-06 13:18 수정일 2023-11-06 16:31 발행일 2023-11-07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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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장중 2,450선 위로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한 공매도 전면 금지가 시행된 첫날인 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코스피가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31.46p(1.33%) 오른 2399.8로 출발해 장중 2460선을 넘기기도 했다. (사진=연합뉴스)

공매도 전면금지 조치가 한국 증시는 물론 금융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이 주목된다. 금융당국이 공매도는 ‘글로벌 스탠다드’라는 당초 입장에서 전면 금지로 180도 선회하면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 지수 편입에 부정적인 영향과 함께 향후 정책당국에 자충수가 될 것이란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고 있어서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시장불확실성 확대와 함께 글로벌IB(투자은행)들의 대규모 불법 무차입 공매도 사례 적발 등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 전체 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다.

당초 코스피200, 코스닥150 편입 종목에 대해서만 공매도를 허용했던 것을 이날부터 코스피·코스닥·코넥스 전종목에 대해 공매도를 금지한 것이다.

공매도 전면금지 첫날 코스피는 전거래일보다 5%대 급등하며 2500선으로 올라왔고, 코스닥은 7%대 폭등해 830선에서 마감했다.

안영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공매도 전면금지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개인투자자를 중심으로 수급으로 연결되는 모습”이라며 “증시 거래대금이 증가하고, 증권사 브로커리지 수수료 수익 증가 요인이 되면서 증권업종에 긍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으로 보았다.

다만 공매도 금지조치로 인한 시장의 훈풍이 단기적인 영향에 그칠 수 있다는 예상이 적지 않다.

정다운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공매도 금지 사례로 봤을 때 지수단에서 영향이 있었다기 보다는 종목 차별화 정도의 영향이 있었다”며 “첫날인 이날도 주가가 워낙 많이 빠져있는 상태에서 공매도 금지가 시행되면서 개별종목들이 오르고 있지만 지수반등의 본격적이고 국면 전환의 시작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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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공매도 전면 금지조치는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때 시행된 바 있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20년 3월 공매도 금지 조치 이후 1개월, 3개월 뒤 각각 5%, 23% 반등했고 공매도 금지가 해제된 2021년 4월말까지 78% 반등했다”며 “그러나 당시는 코로나19에 따른 금융시장 및 실물경제 급락에 대응해 글로벌 중앙은행과 정부가 대규모 부양책을 내놓았던 시기로 주가반등을 공매도 금지 영향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짚었다. 강 연구원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는 공매도 금지 이후에도 1개월, 3개월 뒤 코스피 지수가 각각 20% 이상 추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안영준 연구원도 “단기적으로는 수급이 몰리면서 긍정적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상승하는 기조가 지속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고금리 상황 등) 매크로 영향을 더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보았다.

공매도 전면금지는 자본시장 선진화 후퇴로 중장기적으로 시장에 부정적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매도 거래를 제한하는 것은 유동성에 긍정적인 요인이 아니다”라며 “MSCI 지수 편입과는 반대방향이고, 거래 편의성과 접근성에서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가 신흥시장에서 선진시장으로 편입을 준비하는 상황에서 공매도 전면금지는 신흥시장 보다 더 아래단계에 있는 프런티어 마켓(신흥시장 보다 경제규모가 작고 개발 초기단계에 있는 시장)으로 볼 수 있게 하는 요인”이라며 “외국인 입장에서 국내 주식시장의 불투명성이 높아지고, 정책 일관성이 낮다는 점을 확인시켜주는 것으로, MSCI 선진시장 편입과는 멀어지는 정책 결정”이라고 평가했다.

박 이코노미스트는 “11월 FOMC 이후 주가가 다소 반등하려는 기미가 있었는데 공매도 금지 첫날 주가가 폭등하면서 일반 투자자 입장에선 그동안 주가가 좋지 않았던 원인이 공매도였다고 생각하고 앞으로도 주식시장이 좋지 않으면 공매도와 외국인 투자자 때문이라고 비난할 수 있는 안 좋은 사례를 만들게 돼 정책당국 입장에서도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