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시장 한파 오나…은행채 쏠림 심화

공인호 기자
입력일 2023-11-05 10:54 수정일 2023-11-05 10:54 발행일 2023-11-05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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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채·여전채 순발행 1년만에 최저
여의도 전경, 여의도 증권가 모습
[사진=연합뉴스]

10월 회사채 및 캐피탈채 순발행 규모가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발 국채금리 급등세와 함께 은행채 발행 한도 폐지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4일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지난 10월 한 달간 회사채(일반 회사채 기준)는 2조9493억원 순상환됐다. 이는 지난해 10월(5조4304원 순상환) 레고랜드 사태 이후 최대 규모다.

회사채가 순상환됐다는 것은 기업들이 벌어들인 돈으로 빚을 갚고 있어 현금흐름이 나아지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로도 해석되지만, 최근 크레딧시장이 약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수요 증발로 인해 신규 발행 자체가 어려워진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를 뜻하는 크레딧 스프레드(무보증·3년물·신용등급 AA- 기준)는 지난 9월 말 77.5bp(1bp=0.01%포인트)에서 10월 말엔 83.2bp로 5.7bp 확대됐다.

신용등급 AA급 이상의 우량기업도 민간 채권평가사들이 매긴 금리 평균(민평금리)보다 높은 금리에 회사채를 찍는 ‘오버 발행’ 사례가 속출하기도 했다.

AAA의 초우량 신용도를 갖추고 있는 SK텔레콤도 지난달 진행한 수요예측에서 3·5·7·10년 만기 회사채 가운데 3년물과 5년물 금리가 민평금리보다 높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자금 조달 대부분을 채권시장에 의존하고 있는 캐피탈사 등 여신전문 금융회사들의 조달 환경도 악화하고 있다.

신용등급 AA-인 기타금융채(여전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5%를 넘어선 데 이어 31일 5.275%까지 올랐다.

발행 규모도 줄어 10월 한 달간 캐피탈채는 5270억원어치가 순상환됐다. 이는 2조3000억여원이 순상환됐던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규모다.

이와 관련 증권업계는 이달 들어 여전채 금리가 오르고 발행이 감소하는 등 조달환경이 악화한 것은 은행채 발행 한도 제한 폐지 영향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은행채 발행은 지난달 크게 늘면서 10월 한 달 동안 7조4493억원이 순발행됐다.

10월 은행채 발행 규모(23조8500억원)는 만기물량인 16조4007억원의 145% 수준이다. 3분기까지 분기별 만기도래액의 125%로 묶여있던 은행채 발행 한도가 지난달부터 폐지되자 발행 물량이 크게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 지난달 강남구 청담동 호텔을 고급 주거시설로 개발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 새마을금고의 반대로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했다는 소식도 여전사 투자심리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