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은행 충당금 부담…독일까, 약일까?

공인호 기자
입력일 2023-11-01 13:40 수정일 2023-11-01 14:03 발행일 2023-11-02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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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여신 대비 1% 불과…이익 훼손 불구 '횡재세' 부담 덜 듯
5대은행
[사진=각사]

국내은행의 대손충당금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당장 내년부터 대손준비금 추가 적립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른바 횡재세(초과이익 환수) 논란까지 겹치면서 ‘실적 쇼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국내 5대 은행의 NPL커버리지(대손충당금적립) 비율은 200%를 웃돌고 있다. 부실 위험이 높은 고정이하 여신 대비 2배 이상의 완충 자본을 별도로 적립해 둔 셈이다. 이들 은행은 이른바 ‘영끌’ 투자가 한창이던 지난 2021년 말 일제히 NPL커버리지 비율을 200%까지 끌어올리며 부동산 과열 우려에 대비했다.

표면적으로는 과거에 비해 자산건전성이 크게 나아진 것으로 보이지만, 향후 경기침체 우려와 함께 고금리 기조에 따른 취약차주 대출의 부실화 가능성을 감안하면 안심하긴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무엇보다 한동안 지속돼 온 급격한 대출자산 증가세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 지난 2015년 말 900조원이었던 5대 은행의 원화대출금 잔액은 매년 100조원 가까이 불어나 지난해 말 1400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이같은 대출 자산의 급격한 증가세에도 불구하고 5대 은행의 총여신 대비 NPL커버리지비율은 여전히 1% 안팎에 머물러 있다. 부동산 시장 경착륙과 함께 무려 1000조원(2금융권 포함)으로 추산되는 자영업 대출에서 연쇄부실이 발생할 경우 은행 역시 연체율이 급등할 수 있다.

이에 금융당국도 은행권을 향해 위기대응 태세를 주문하고 있다. 연일 사상최대 행진을 이어온 국내 4대 금융그룹(KB·신한·하나·우리)의 3분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10% 넘게 줄어든 것도 충당금 추가 적립 탓이다.

여기에 금융위원회는 당장 내년부터 ‘특별대손준비금 적립요구권’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특별대손준비금은 대손충당금 및 대손준비금과는 별도로 금융당국의 판단 하에 추가 적립을 요구할 수 있는 위기대응 완충자본이다.

은행들로서는 충당금 추가 적립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순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 벌써부터 배당주로서의 은행주에 대한 투자 매력이 크게 꺾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은행들로서는 특별대손준비금 적립 규모가 예상보다 클 경우 코로나19 이후 이어져온 ‘횡재세’ 논란에서는 다소 자유로워질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특별대손준비금이 도입되면 당장은 이익 훼손이 불가피해 시장 및 주주들로부터 외면받을 수 있다는 점은 부담 요인”이라며 “하지만 위기대응 능력 확보와 충당금의 환입 가능성을 고려하면 중장기적으로는 은행권에 긍정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