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가 은행 종노릇?…은행권 부담속 “정부가 나서야”주장도

공인호 기자
입력일 2023-10-31 11:01 수정일 2023-10-31 11:08 발행일 2023-11-01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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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 완화로 가계대출 증가 전환…“민생회복 위한 예산확보 필요”
시위
[사진=금융정의연대]

급격히 늘어난 가계부채가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요인으로 인식되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또다시 은행권에 대한 날 선 비판에 나섰다. 윤 대통령의 ‘자영업자들의 은행 종노릇’ 발언은 은행 등 금융권에게 부담으로 다가오고 소상공인 등 민간단체들은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31일 정부 및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고금리’ 기조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의 애로를 전하는 자리에서 ‘마치 은행의 종노릇을 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이에 시장에서는 은행권을 상대로 한 ‘횡재세’ 도입 가능성이 재차 불거졌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은행권의 이른바 ‘상생금융’부담이 한층 커질 것 같다”고 봤다. 윤 대통령은 31일 시정연설에서는 “서민 금융 공급 확대를 통해 고금리 장기화에 따른 부담 완화 노력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은행에 대한 윤 대통령의 부정적 언급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올해 초에도 윤 대통령은 은행권의 성과급 잔치 논란을 언급하며 ‘은행 서비스는 사실상 공공재’라고 언급했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크게 늘어난 이자이익의 반대급부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한 것이지만, 정부가 내세워온 자유시장 경제 기조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이와 관련 대통령실은 “현장의 목소리를 국무위원, 다른 국민에게 전달하는 차원에서 나온 이야기”라며 “어떠한 정책과 직접 연결짓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 말씀한 대로 거듭된 국민의 절규가 있다면 이에 응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임무”라고 덧붙였다.

일단, 정부의 인식처럼 국내 자영업은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국내은행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43%로 3년 6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랐다.

특히 소상공인들이 주로 이용하는 신용대출과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각각 0.76%, 0.50%로 주택담보대출(0.24%), 대기업대출(0.13%)에 비해 크게 높다.

2금융권을 포함하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역대 최대인 1043조원에 달하며, 같은 기간 연체액은 7조3000억원에 이른다. 특히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지난해 말 0.65%에서 3월 말 1.00%, 6월 말 1.15%로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여기에 코로나19 이후 이어져온 자영업자들의 대출상환 유예 조치가 지난달 종료되면서 연체율이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처럼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이 더해지면서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2024년 금융산업 전망 보고서’에서 “최근 고금리가 지속되면서 중소기업과 가계여신, 비은행업권 대출의 연체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며 “특히 자영업자 대출 부실 방지를 위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 단체들도 정부 차원의 정책적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최근 금융소비자 및 소상공인·자영업자 단체는 자영업자 부채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기자회견 및 국회 앞 릴레이 시위를 진행하기도 했다.

이강훈 민변민생경제위원회 위원장은 “주택경기 부양을 위해 대출 규제를 완화했던 정부가 오히려 은행들이 경쟁적으로 가계부채 증가세를 주도했다고 주장한다”며 “현 정부 들어 늘어난 가계부채는 윤석열 정부가 주도한 책임이 크다”고 꼬집었다.

이어 “IMF 등은 한국 정부의 긴축정책 기조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며 “민간 대출은 갚을 수 있는 만큼, 공적 금융은 무주택·저소득 서민들에게 빌려줘야 하고, 정부의 예산 확보를 통해 복지와 민생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