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실적 제동…어깨 무거워진 4대금융 수장

공인호 기자
입력일 2023-10-30 12:56 수정일 2023-10-30 21:31 발행일 2023-10-31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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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금융
4대 금융그룹 [사진=각사]

은행계 금융그룹의 호실적 기조에 제동이 걸리면서 4대 금융그룹 수장들의 어깨가 무거워지고 있다. 연체율 상승에 대비한 추가 충당금 적립과 함께 비은행 포트폴리오가 향후 성적표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지주를 시작으로 4대 금융그룹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됐다. 가장 먼저 성적표를 내놨던 KB금융은 지난 3분기(7~9월)에 1조373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전분기 대비 8.4% 줄었지만,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역대 최대치인 4조3704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4조383억원) 대비 8.2% 늘었다. 이같은 호실적은 ‘비은행’ 영토 확장이 주된 배경이 됐다는 평가다. KB금융도 40%에 근접하는 비은행 계열사의 수익 기여도를 호실적의 주된 배경으로 꼽으며 “그룹 비즈니스 다변화 노력에 힘입어 순수수료수익이 9000억원대를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이로써 윤종규 회장은 퇴임 직전까지 ‘사상 최대’ 실적 행진이라는 경영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윤 회장의 임기는 내달 20일까지로 양종희 KB금융 부회장이 바통을 이어받게 된다. 양 부회장의 경우 은행, 보험, 지주사 경험은 물론 윤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온 만큼 경영 연속성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윤종규 2기’라는 세간의 시각과 함께 임기 중 실적 방어라는 숙제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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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실적 기조가 이어진 KB금융과 달리 일부 금융그룹은 실적 개선에 제동이 걸렸다. 특히 진옥동 회장 취임 이후 두번째 분기 성적표를 받아든 신한금융의 경우 전년(1조6244억원) 대비 27% 가까이 줄어든 1조1921억원의 3분기 순이익을 발표했다. 이로써 올해 누적 순이익(3조8183억원)도 전년 대비 11.3% 줄었다.

통상 금융사들의 경우 새 수장이 취임하면 전임 CEO 시절의 일회성 비용을 털어내는 ‘빅베스’를 단행하는데, 실제 신한은행의 명예퇴직 비용과 신한투자증권의 사모펀드 사적화해 비용 등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임기 첫해의 빅베스는 이듬해 성적표의 뚜렷한 개선 효과로 이어진다.

하나금융 역시 전년(1조1253억원) 대비 15% 줄어든 9570억원의 3분기 순이익을 발표했다. 누적 순이익은 4.2% 증가한 2조9779억원으로 역대 최대였지만, 더욱 심화된 ‘은행 쏠림’이 해결 과제로 떠올랐다. 실제 하나은행의 누적 순이익은 2조7664억원으로 은행 부문 순이익 기여도가 93%에 달했다.

우리금융의 경우 전년 대비 0.1% 줄어든 3분기 순이익(8994억원)을 발표했다. 경쟁사와 비교해 양호한 성적표지만, 직전 분기의 실적 부진이 기저효과로 작용했다. 이로써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2조4383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2조6617억원)보다 8.4% 감소했다. 우리금융 역시 은행 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94%에 육박했다.

임기 중반을 보낸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과 올 초 취임한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으로서는 비은행 M&A(인수합병)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게 됐다. 하나금융이 실적 발표와 동시에 캐피탈 등 자회사 지분의 추가취득에 나선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가계부채 문제가 우리 경제의 최대 위협 요인으로 인식되는 만큼 은행의 충당금 부담은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며 “당분간은 비은행 부문이 금융그룹의 기초 체력을 판가름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