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라더니… 카카오뱅크 신뢰도 하락 우려 점증

공인호 기자
입력일 2023-10-24 13:28 수정일 2023-10-24 13:32 발행일 2023-10-24 99면
인쇄아이콘
정체성 논란에 대주주 리스크 악재 겹겹
PCM20220505000012002
[사진=카카오뱅크]

‘금융권 메기’를 자처하며 가파르게 성장해온 카카오뱅크가 대주주 리스크에 직면했다. 연체율 상승과 함께 정체성 논란 등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의 시세조종 의혹으로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전 이사회 의장이 금융당국의 조사 대상에 올랐다. 이미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 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만약 김 전 의장의 유죄가 확정될 경우 양벌 규정에 따라 카카오뱅크에 대한 카카오의 대주주 자격이 박탈당할 수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이날 여의도 63컨벤션에서 열린 ‘금융의 날’ 기념식 후 “최근 문제 된 건(카카오)에 대해서는 ‘법인’에 대한 처벌 여부 등을 적극적이고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김 전 의장은 카카오 지분 약 13%를 보유한 최대주주이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의 지분 27.17%를 보유 중이다. 카카오 외에는 한국투자증권과 국민연금공단이 각각 27.17%, 5.3%를 갖고 있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은 ‘대주주가 최근 5년간 조세법 처벌법,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공정거래법 등 위반으로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만약 카카오가 벌금형 이상 처벌을 받을 경우 대주주 보유 지분의 10% 초과분을 처분해야 한다. 이럴 경우 새로운 대주주가 나타나거나 한국투자증권이 카카오뱅크의 최대 주주가 된다.

만약 카카오의 대주주 자격이 박탈될 경우 카카오뱅크의 경영안정성은 물론, 대내외 신뢰도 추락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SNS(카카오톡)을 기반으로 급성장한 카카오의 전폭적 지원 아래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사안의 경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 이후 첫 대주주 리스크라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전반으로 평판 리스크가 확산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지난 2017년 1호 케이뱅크 출범 당시부터 대주주의 적절성을 두고 논쟁이 반복돼 왔다.

여기에 최근에는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 지원’이라는 본연의 역할보다 주택담보대출 및 전세대출 확대에 열을 올리면서 가계부채 증가세에 기름을 붓고 있다는 눈총도 받고 있다.

실제 지난 2018년 출범 직후 신용대출의 10% 수준이었던 카카오뱅크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올해 6월 말 기준 17조원을 넘어서며 이미 신용대출 잔액을 앞질렀다. 케이뱅크의 신용대출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중도 45%로 꾸준한 증가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토스뱅크 역시 주택담보대출 출시 시기를 조율 중이다.

고금리 기조가 지속되면서 인터넷전문은행의 연체율 상승도 발등의 불로 떨어졌다.

8월 말 기준 이들 3사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1.2%로, 이 가운데 중저신용대출 연체율은 2.8%까지 높아졌다. 여전히 0%대인 시중은행과 비교하면 가파른 상승세다. 연체율 방어를 위해서는 주택담보대출을 늘려야 하지만 정체성 논란 탓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한편, 대내외 악재가 겹치면서 카카오뱅크의 주가도 급전직하다. 경영진 리스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카카오는 연일 52주 신저가를 기록 중이며, 카카오뱅크 역시 대주주 리스크가 불거지며 급락세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23일 종가 기준 카카오뱅크 주가는 2만950원으로 2021년 8월 상장 직후 최고가인 9만4400원 대비 80% 가까이 추락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