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최다 영업점’ 우리은행, 생산성 제고는 또다른 숙제

공인호 기자
입력일 2023-10-18 13:38 수정일 2023-10-18 15:18 발행일 2023-10-19 9면
인쇄아이콘
23101819
 

우리은행이 KB국민은행을 제치고 ‘서울 최다’ 은행에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영업점 수는 곧 비용 증가를 의미하는 만큼 생산성 측면에서의 비교 열위는 불가피해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우리은행의 전체 영업점 수는 619개(출장소 제외)로 이 가운데 절반 가까이인 280개(45.2%)가 서울 지역에 집중돼 있다.

같은 기간 전통적인 소매금융 강자인 KB국민은행의 서울 영업점 수는 273개로 전체 영업점(701개)의 39% 수준이다. 이들 외에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의 서울 영업점 수는 266개, 219개로 각각 43.7%, 41.3%의 서울 편중을 나타냈다. 5대 은행에 포함되지만 농업인 지원에 특화된 농협은행의 서울 영업점 비중은 18.4%에 불과했다.

서울 영업점 규모에서 우리은행이 KB국민은행을 다시 앞지른 것은 2년여 만으로, 우리은행의 영업점 감소 폭이 상대적으로 적었던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실제 KB국민은행의 서울 영업점 수는 지난 한 해 동안 307개에서 273개로 34개 줄어든 반면, 우리은행은 293개에서 280개로 13개 줄어드는 데 그쳤다.

국내은행의 영업점 축소 움직임은 비대면·디지털 금융이 대세로 기운 영향도 있지만, ‘무점포 전략’을 기반으로 한 인터넷전문은행의 거센 공세에 따른 생존 전략이기도 하다.

은행 점포 유지를 위해서는 상가 임대료는 물론 인력 및 업무 시스템 구축에 따른 비용이 수반된다. 최근에는 디지털·자산관리 특화 점포가 인기를 끌면서 서울 지역을 중심으로 고비용 점포가 늘어나는 추세다.

이는 고스란히 인터넷전문은행과의 생산성 격차로 이어지고 있다. 올 상반기 우리은행 직원 1인당 이익(충당금 적립 전)은 1억5900만원으로 케이뱅크(3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 하나은행(2억1900만원)이 시중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2억원대를 기록했지만, 인터넷전문은행 3사 가운데 꼴찌인 카카오뱅크(2억5300만원)에도 뒤쳐졌다.

시중은행 입장에서 생산성 제고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영업점 축소가 불가피하지만 금융당국 으름장에 그마저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디지털 금융에 취약한 고령층 등을 위해서는 일정 규모의 영업점 유지는 필요하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우리은행의 경우 우리금융지주의 당국 밀착 행보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금융위원장 출신인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은 취임 직후 줄곧 금융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해 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상생금융의 선봉장을 자처하며 금융당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관료 출신 금융지주 수장을 둔 우리은행 입장에서는 생산성 제고와 공공성 사이에서 절묘한 묘책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숙제를 안게 됐다”고 말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