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신사업 추진한다고?…기업사냥꾼 표적 된 사모CB

박준형 기자
입력일 2023-07-25 15:11 수정일 2023-07-25 15:18 발행일 2023-07-26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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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사진=연합뉴스)

#1. A씨 등 3명은 코로나19 및 바이오 관련 허위의 신규사업을 추진하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신약 개발사 인수를 추진하고, 개발 중인 의약품의 임상시험 통과 가능성이 높다는 정보를 흘려 B사의 주가를 부양했다.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는 허위사실도 유포했다. 하지만 B사와 신약 개발사 간 양해각서(MOU)는 최종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3명은 B사가 발행했던 대규모 사모 전환사채(CB)를 주식으로 전환, 고가에 매도해 12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3명은 기업사냥꾼으로 악명 높았던 불공정거래 전력자로 드러났다.

#2. C사의 실질 사주와 기업사냥꾼 등 5명은 전환기일이 도래한 C사 사모CB를 이용해 부정거래에 나서기로 공모했다. 이들은 시세보다 현저히 낮은 가격으로 사모CB를 차명 인수한 뒤 다수의 투자자가 사모CB를 인수한 것처럼 허위 공시했다. 구체적 추진계획이 없음에도 코로나19 관련 신사업 진출을 사업목적에 추가하는 주주총회 소집 공고도 냈다. 이후 이들은 사모CB를 주식으로 전환해 고가에 매도, 차익으로 100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

25일 금융감독원에 적발된 사모CB 악용 불공정거래 사건에는 대부분 상습 불공정거래 전력자나 기업사냥꾼이 연루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허위로 신규사업에 진출하는 것처럼 속여 부정거래를 하거나 시세조종을 했다.

이들은 사모CB 발행이 용이하고 공시 규제 등이 상대적으로 완화돼 있는 점을 악용했다. 사모CB 발행·공시를 통해 대규모 자금조달 및 신사업 투자유치가 이뤄진 것처럼 가장한 것이다.

사모CB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이사회 결의만으로 발행이 가능하다. 증권신고서는 자금 사용목적, 회사 경영상황 및 영위 사업 등과 관련한 위험요인 등을 상세히 기재, 심사를 받아야 한다. 현재는 개선됐으나 상장기업이 CB·BW 발행대금을 현금 아닌 주식·부동산 등 실물자산으로 받는 ‘대용납입’과 관련해 구체적 정보를 기재할 의무도 없었다.

주가가 하락하는 경우 주식 전환 가격을 재조정하는 ‘리픽싱’ 옵션이 도입돼 있는 점도 사모CB가 기업사냥꾼의 주요 표적이 된 이유 중 하나다. 원칙적으로 최초 전환가액의 70%보다 낮추는 것은 금지돼 있으나 정관 등 기재 시 예외적으로 최저한도보다 하향 조정이 가능해 부당이득을 챙기는데 유리하다.

결국 실제 인수주체를 은폐하고 자금 추적을 어렵게 하면서 정상적인 기업 인수나 투자 유치로 위장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게 금감원 설명이다.

D사의 경우 전 대표이사 등 5명은 바이오 사업을 추진한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대규모 사모CB를 발행했다. 자금조달 목적에도 바이오 사업 추진으로 기재했다. 그러나 사모CB 인수자는 페이퍼 컴퍼니로 자금납입 능력이 없었고, 회사도 실제 사업 추진 의사가 없었다. 이들 5명은 허위의 호재성 상황을 연출해 주가를 띄워 고가 매도로 수백억 원을 챙길 수 있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모CB가 자본시장 중대 교란사범의 부당이득 취득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사모CB 공시 심사 강화와 회계처리 적정성을 점검해 자본시장 투명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jun89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