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올 여름 역대급 장마 예보… '레인패션' 벌써 불티

양길모 기자
입력일 2023-06-07 07:05 수정일 2023-06-07 07:05 발행일 2023-06-07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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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시작된 장마
시민들이 서울 종로구 광화문역에서 우산을 쓰고 나오고 있다. (사진=연합)

 올해는 역대급 장마가 예상되는 가운데 여름 장마철을 대비한 용품들이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6~7월 강수량은 평년에 비해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7월 강수량은 평년(245.9~308.2㎜)보다 많거나 비슷할 확률이 각각 40%, 적을 확률이 20%로 비가 많이 올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분석했다. 6월과 8월도 평년과 비슷할 확률 50%, 많을 확률 30%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열대 태평양에서 발달하고 있는 엘니뇨의 영향으로 우리나라 부근에 많은 양의 수증기가 유입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기 때문이다. 

엘니뇨란 태평양 감시구역(위도는 남위 5도부터 북위 5도, 경도는 서경 170~120도인 구역)에서 해수면 온도가 3개월 이동평균으로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황이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을 일컫는다. 이 탓에 해수면 온도 상승으로 인한 대류 현상 및 저기압성 순환 형성 등의 요인으로 남쪽에 있는 수증기가 유입돼 강수 가능성을 높일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 엘니뇨가 왔던 2002년 7월 중순부터 8월 하순 남부지방 강수량은 최고 601.4㎜로 평년(343.7㎜)의 두 배 수준을 기록했다.

이에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는 올 여름 장마를 두고 “올 여름은 5일 빼고 계속 비가 온다더라”, “역대급 장마가 예상된다”, “이번 여름은 맑은 날이 며칠 안 된다”는 등의 말이 떠돌면서 ‘레인부츠’ 등 장마 패션 아이템을 찾는 고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패션 플랫폼 W컨셉은 5월 한 달간 레인부츠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배 이상 늘었다. 여성뿐 아니라 남성의 레인부츠도 약 20배 뛰며 모든 성별에서 고른 성장률을 보였다. 같은 기간 무신사와 지그재그의 레인부츠 매출 역시 각각 16배, 26배가량 급등했다.

5월 LF몰 내 ‘레인부츠’ 키워드 검색량은 전년 대비 26배, 전달 대비 6배 급증했으며 인기 검색어 상위에도 꾸준히 ‘레인부츠’, ‘핏플랍’ 등의 여름 슈즈 연관 키워드가 랭크되고 있다.

고객들의 관심은 판매로도 이어지고 있다. LF가 수입·판매하는 ‘핏플랍(FITFLOP)’의 레인부츠는 올해부터 S/S 시즌 전개를 시작하자마자 고객들의 높은 호응이 이어지고 있고, ‘바버(Barbour)’가 이번 시즌 새롭게 국내 전개하기 시작한 레인부츠 역시 4월 대비 5월 매출이 3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의도 더현대서울에 새로 매장을 연 영국 레인부츠 브랜드 ‘헌터’는 최근 월매출이 1억원을 넘어섰으며, 영국 특유의 기후를 고려한 웨어웨어를 선보이고 있는 ‘락피시웨더웨어’도 한남동에 이어 성수동에도 플래그십 스토어을 오픈하며 레인부츠 등 슈즈와 어패럴, 액세서리 매출이 늘어나고 있다.

LF의 풋웨어(Footwear) 사업부 관계자는 “핏플랍 레인부츠의 경우 5월 들어 예상 판매량 대비 350%나 앞지르며 빠른 속도로 판매가 되고 있어 시즌 종료 이전에 재고가 모두 소진될 것으로 예측된다”며 “올해 장마가 유난히 길어진다는 소식에 고객들이 미리부터 장마 준비에 나선 것으로 보이며, 개인의 취향과 용도에 따라 다양한 스타일의 제품들이 골고루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핏플랍 레인부츠 원더웰리
핏플랍 레인부츠 원더웰리 (사진=LF)

레인부츠가 갑갑한 이들이 레인부츠 대신 가볍게 신을 수 있는 EVA 고무 소재의 ‘러버(Rubber) 슈즈’도 인기다. 미국 어반 아웃도어 슈즈 ‘킨(KEEN)’의 ‘샨티(Shanti)’, ‘요기(Yogui)’ 등 고무 소재의 슬라이드 슬리퍼는 5월 들어 지난해 대비 매출이 2배 늘었으며, 지난달 대비해서는 80% 증가했다. 날씨가 유난히 변덕스러운 장마 시즌에는, 비가 오지 않을 때에도 스타일리시하게 연출할 수 있는 고무 소재의 신발이 어디에나 믹스매치 하기 간편하기 때문이다.

외부의 물기는 차단하고 접지력이 좋아 쾌적하게 착용이 가능한 고어텍스 신발도 주목을 받고 있다. K2에서 출시한 ‘플라이하이크 퓨어’는 한국인 발볼에 딱 맞는 편안한 착화감은 물론 접지 면적이 20% 이상 넓어진 블록 패턴이 적용된 아웃솔로 우천 시 등 어떠한 상황에서도 최상의 접지력을 제공한다.

최근에는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들을 위해 이태리 마벨사의 사과 폐기물로 생산된 비건 가죽 ‘애플 스킨’, 수명을 다한 방화복·폐원단으로 제작한 메쉬 소재를 제품에 적용한 코오롱스포츠의 ‘#무브 어스’, 재활용 원사를 활용한 자카드 메쉬를 적용한 블랙야크 ‘343 ECO’ 등 우천 시에도 쾌적하게 착용 가능한 실용적인 고기능성 제품도 인기다.

고어텍스 관계자는 “슈퍼 엘니뇨 현상으로 올해 강수량이 평년보다 많은 것으로 예상도면서 외출 시 복장이나 신발에 대한 사람들의 고민이 늘어나고 있다”며 “레인부츠는 무겁고 투습이 전혀 되지 않아 장시간 착용 시 불쾌함을 느낄 수 있고, 고리형 샌들 등은 개방된 제품 구조로 인해 발에 상처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로 인한 감염 등에 매우 취약하다”라며 “외부의 물기는 차단하고, 접지력이 좋아 쾌적하게 착용이 가능한 고기능성 신발이 장마철 신발로 주목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레인부츠나 고기능성 신발 외에도 우산, 우비 등을 장마용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면서, 장마 관련 아이템 수요도 증가하고 있다.

락피쉬웨더웨어 2023 써머 레인 컬렉션
에이유브랜즈의 브랜드 락피쉬웨더웨어가 23 써머 레인 컬렉션과 함께 시즌 룩북을 공개했다. (사진=락피쉬웨더웨어)

카카오스타일이 운영하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지그재그는 5월 들어 레인부츠 거래액이 32배, 레인코트는 39배, 우산 5배 증가했으며, 11번가에서도 5월 한달 간 레인부츠 거래액 278%로 전년 대비 3.7배 급증한 가운데 곰팡이제거제 142%, 제습기 70%, 우산 35% 증가했다.

특히 언제 비가 올지 모르는 예측 불가능한 장마철 날씨에 휴대가 용이한 초경량·미니멀·나노사이즈의 ‘포켓 우산’이 인기를 끌고 있다. 접었을 때 길이가 15~20㎝, 무게 150~200g 정도인 초미니 사이즈 우산을 비롯해 휴대용 선풍기 역시 이른바 ‘크성비’(크기 대비 성능)를 앞세운 제품이 인기다.

30도를 웃도는 폭염과 함께 습도까지 높아지는 장마철을 대비해 뷰티업계에서도 피부 열감을 낮춰 주는 쿨링 패드, 마사지 오일 등이 주목을 받고 있다. 땀과 피지 분비가 많아지는 꿉꿉한 날씨에 대비해 라이온코리아의 ‘냉감테라피 아이스 데오 시트’는 5월 1~19일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5배 이상 증가했다. 피부 온도를 6도 낮춰주는 강력한 쿨링 효과로 피부에 닿는 순간 시원해져 더위를 식히고 싶을 때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어 인기다.

또한 하루종일 비가 내리는 장마철, 대부분의 사람들은 비를 맞아도 끄떡없는 레인부츠나 혹은 물에 신발이 젖어 망가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간편한 샌들 등 발이 노출되는 슈즈를 착용하는 경우가 많아 발의 붓기와 피로를 풀어주는 발 마사지 오일 등을 찾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라이온코리아 관계자는 “여름철에는 높은 온도와 습도, 자외선지수는 물론 장마철까지 이어지면서 여름용 뷰티제품을 적절히 이용하면 피부보호와 땀과 피지 분비로 인한 불쾌감을 줄여 장마철에도 보다 쾌적하게 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자랜드, 장마 대비 제습기 매장 매출
서울시내 한 가전 양판점에서 고객들이 제습기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전자랜드)

장마로 인한 습기를 제거하기 위해 제습기 수요도 증가했다. 위니아에 따르면 지난달 제습기 판매량은 1년 전에 비해 170% 증가했다. 올해 판매량이 작년 대비 1.2% 증가한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상승폭이다. 위닉스에서도 지난달 1~21일 제습기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147% 늘었다.

한 가전양판점 관계자는 “2020년부터 긴 장마 여파로 에어컨 수요가 부진한 반면, 제습기 같은 ‘장마 가전’들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며 “장마 기간 동안 높은 습도로 불편을 호소하는 소비자들이 많아지면서 제습기 시장도 살아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양길모 기자 yg102@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