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리스크에…단기자금 장기대출 전환하고, 위험값 완화 연장

박준형 기자
입력일 2023-05-24 15:44 수정일 2023-05-24 16:11 발행일 2023-05-24 9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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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부동산PF 관련 증권사 리스크 완화 조치 발표
부실자산 조기상각 추진·PF-ABCP 매입 프로그램 연장도
얼어붙은 채권시장, 부동산 자금조달도 비상<YONHAP NO-4173>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단기성 자금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장기성 대출로 전환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증권사가 자사 보증 PF-ABCP를 직접 매입할 경우 재무건전성 지표인 순자본비율(NCR) 위험값을 완화하는 조치도 연장한다. 증권사의 부동산 PF 연체율이 10%를 넘는 등 부실화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이 증권사 건전성 관리에 나선 것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24일 부동산 PF 관련 증권사의 리스크를 완화하기 위한 조치를 발표했다. 증권사 PF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 4조5000억원으로, 연체율이 10.38%에 달한다. 이는 2021년 말 기준 3.71%에 비해 약 3배 급증한 것이다.

우선 통상 만기가 3개월 이하인 PF-ABCP를 만기가 일치하는 장기 대출로 유도한다. 만기 불일치 문제를 해소해 단기 금융시장 경색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현재 부동산 사업장의 만기는 1~3년인데 반해 여기에 자금을 공급하는 PF-ABCP는 1~3개월이라 지속적 차환이 필요한 만기 불일치 문제가 존재한다.

금융당국은 증권사들이 장기 대출로 전환할 경우 대출에 적용하는 NCR 위험값을 100%에서 32%로 완화하기로 했다. 현재 20조원이 넘는 증권사 부동산 관련 유동화증권 중 약 4조9000억원이 연내 대출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증권사가 이미 추정손실로 분류한 PF 부실채권의 신속한 상각도 추진한다. 증권사가 빠른 시일 내 금감원에 상각을 신청하면, 금감원이 신속 심사, 승인한다는 것이다. 상각 조치가 이뤄지면 해당 채권 자체가 연체에서 빠지기 때문에 연체율을 관리하는 효과가 있다.

지난해 말부터 가동 중인 증권사 보증 PF-ABCP 매입 프로그램은 내년 2월까지, 자사 보증 PF-ABCP를 직접 매입할 경우 NCR 위험값을 완화하는 조치는 올해 말까지 각각 연장 운영한다.

증권사 보증 PF-ABCP 매입 프로그램은 ABCP 매입을 전담하는 특수목적법인(SPC)이 증권사 신청을 받아 이를 매입해주는 방식이다. 증권사 보증 PF-ABCP를 차환하지 못해 직접 매입하고 장기간 보유했을 때 적용되는 NCR 위험값은 100%였으나, 지난해 하반기부터 32%가 적용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 말 단기 시장 경색 시 증권사들이 위험값 관리를 위해 유동화증권을 투매해 시장금리를 급상승시키고 차환 여건을 악화시키는 악순환을 차단하는 데 큰 효과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은 부동산 PF 관련 NCR 위험값 적용방식을 전면 개선할 방침이다. 현재는 대출 형태로 자금이 공급되면 100%, ABCP 형태로 공급되면 18%가 적용되고 있다. 앞으로는 회사규모에 따른 실질적 위험감내능력과 사업단계, 변제순위 등 실질 리스크를 감안해 새 기준을 만들겠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금융당국은 올해 내 부동산 PF 관련 NCR 위험값 개선 세부방안을 확정하고, 부동산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구체적 적용 시기를 결정할 예정이다.

박준형 기자 jun89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