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행적 돌려막기?…금감원, KB-하나증권 불법거래 의혹 적발

박준형 기자
입력일 2023-05-23 15:10 수정일 2023-05-23 17:43 발행일 2023-05-24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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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 표지석
(사진=연합뉴스)
KB증권이 단기 자산에 투자한다고 해놓고 장기 채권에 투자한 뒤 수익률이 떨어지자 하나증권과 불법적 거래를 한 의혹으로 금융감독원에 적발됐다. 금감원은 KB증권이 자본시장법 위반소지가 있는 것으로 보고 증권사들 ‘채권 수익률 돌려막기’ 관행에 대해 전수 검사할 계획이다.
23일 금융투자업계와 금감원에 따르면 KB증권은 법인 고객에게 단기성 랩어카운트 상품을 판매하고 자산을 운용하는 과정에서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장기 채권을 사들인 의혹을 받고 있다. 랩어카운트는 증권사가 고객의 돈을 맡아 운용하는 자산관리 서비스다.
KB증권은 하나증권에 있는 KB증권 신탁 계정을 이용해 자사 법인 고객 계좌에 있던 채권을 평가손실 이전 장부가로 사들여 수익률을 높인 의혹도 받고 있다. 기준금리 급등으로 채권 가격이 폭락하면서 수익률을 맞출 수 없게 되자 하나증권과 손을 잡은 것이다.
금감원은 KB증권과 하나증권에 대한 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 여부를 들여다볼 계획이다.
아울러 만기가 도래했거나 중도 해지를 요청한 고객에게 새 고객으로부터 받은 자금을 주거나, 대규모 평가손실이 날 경우 증권사끼리 서로 채권을 사주는 돌려막기식 영업 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검사 대상을 증권업계 전체로 확대할 방침이다.
채권 거래 시 장부에 곧바로 기재하지 않고 일정시간 보관(파킹)하도록 한 뒤 결제하는 방식을 썼는지도 검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거래 사실을 숨기고 있다가 금리가 내려 채권 가격이 오를 때 장부에 기록하면 실제보다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위법 여부는 검사해봐야 알겠지만 일단 ‘껍데기(거래흐름)’만 봤을 땐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다”며 “검사 대상 확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지만, (돌려막기가) 업계에 관행적으로 만연해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박준형 기자 jun897@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