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요금 올라도 물가 영향 미미… 증권업계 "사실상 금리인상 끝났다"

홍승해 기자
입력일 2023-04-11 15:48 수정일 2023-04-11 17:52 발행일 2023-04-12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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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서 발언하는 이창용 총재 (사진=연합뉴스)

한국은행이 11일 통화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3.5%로 동결한 가운데, 증권가는 최종금리가 이 수준에서 동결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노무라증권 등 일각에서는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도 예상한다.

한은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은 과도한 기대라고 일축했음에도, 시장 전문가들은 대체로 한은이 하반기 금리 인하를 고민하기 시작할 것이라며 연내 현 수준의 금리 동결에 무게감을 둔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 및 시기에 대해 “상반기 물가 경로는 확신이 있는데 하반기 불확실성이 많아 확인하기 전까지 금리 인하 언급은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이 총재는 하반기 물가 경로에 불확실성이 많은 만큼 시장의 연내 금리인하 기대감도 부적절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증권가의 반응과 전망은 이 총재의 발언과 온도차가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2월과 4월 연속 동결 결정으로 최종금리가 3.5%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공고해졌다”며 “한은은 특별한 침체 징후나 신용위험 확산 징후가 나타나지 않으면 앞으로 5월, 7월까지 동결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기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은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유동성 축소 여파가 가시화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며 “추가 금리 인상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 역시 “은행 유동성 경색 상황이 마무리되고 있지만, 미국의 은행들은 대출에 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통화정책 긴축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며 “물가 상승률도 지속해 둔화할 것인 만큼 한은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은 작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은 한은이 하반기에는 금리 인하 고민을 시작할 것이라고 봤다.

김명실 연구원은 “7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2.5%로 연내 저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한은이 8월부터 금리인하를 단행하거나 인하 시기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안예하 키움증권 선임연구원도 최종금리 수준이 3.5%로 동결되고 올해 하반기 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는 기존 전망을 유지하면서 “경기 하강 우려가 커지며 점차 물가보다 금융 안정으로 시선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 선임연구원은 “오는 4분기 미국과 함께 금리 인하를 예상한다”며 “물가 하락을 확인하는 가운데, 고금리 여파가 점차 경기 둔화로 확인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기중 연구원은 “산유국의 추가 감산이나 국내 공공요금 인상 등 물가 상승 요인이 있지만 이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 여파로 연말로 갈수록 금리 인하 압력이 확대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씨티와 노무라증권 등 외국계도 한은이 오는 8월 금리 인하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다소 높은 수준의 물가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가 내수 부진으로 인해 장기화할 가능성이 가시화하는 7월부터 금리인하 필요성이 논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만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와 달리 “기준금리 인상이 끝났다는 평가로 채권시장이 강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금통위원들은 금리 인하를 염두에 두고 있지 않은 상황”이라며 기준금리 인하는 연내 이뤄질 가능성은 작고, 내년 1분기 중에나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