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후회만 남은 결혼… 슬기로운 이혼 대처법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3-04-11 07:00 수정일 2023-04-11 07:00 발행일 2023-04-1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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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이혼(離婚), 안하는게 최선이지만 꼭 해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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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황혼이혼, 졸혼(卒婚) 같은 말이 늘고 있다. 이혼에 대한 인식도 많이 달라지고 있다. 어느 새 ‘어떻게 이혼하느냐’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누구나 백년해로를 꿈꾸며 결혼생활을 시작하지만 ‘이혼’이라는 현실을 받아들여 슬기롭게 헤쳐가는 것이 중요해졌다. 법무법인 승본의 김한빛 변호사가 최근 출간한 <이혼 디딤돌>을 참고해 ‘슬기로운 이혼 대처법’을 알아본다.

◇ 민법 재판상 이혼사유 6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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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시 ‘유책(有責) 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민법에 6가지의 중대 이혼사유를 규정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배우자의 부정행위’다. 간통이 아니더라도 ‘부부의 정조의무’에 충실하지 않은 일체의 행위가 포함된다. 아내 있는 남자가 다른 여자와 지속적인 교제관계를 맺었다면, 간통 확증 없어도 정조의 의무를 저버린 부정행위라는 서울가정법원 판례가 있다.

이혼소송을 청구하려면 부정행위를 안 날로부터 6개월, 부정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2년을 넘기면 안된다. 부정행위를 사전에 동의했거나 사후에 용서했다면 청구하지 못한다. 다만, 부정행위가 명확해 혼인관계가 파탄 났다면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2015년 2월 26일 헌법재판소가 간통죄 위헌 결정을 내렸지만, 이혼소송이나 상간소송 둥의 ‘민사적 책임’은 여전히 유효한 상태다.

배우자가 악의로 동거와 부양 협조의 의무를 버려도 이혼사유가 된다. 가출의 경우 부부공동생활을 폐지하기 위한 의사로 했다고 인정돼야 한다. 다음은 배우자나 그 직계가족에게서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 때다. 배우자의 부모(조부모)로부터 혼인관계의 지속을 강요하는 것이 가혹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폭행이나 학대, 모욕을 받은 경우다. 시누이의 이런 행동은 대상이 아니다.

자기 직계존속(부모나 조부모)이 배우자로부터 그런 대우를 받아도 이혼 청구사유가 된다. 폭행사실이 없는데도 장모를 폭행죄로 고소한 사위에 게 대법원이 ‘심히 부당하게 대우한 경우’라고 판결한 바 있다. 배우자 생사가 3년 이상 불분명해도 이혼청구 사유가 된다. 생사 불명의 원인은 중요치 않다. 이혼 판결 확정 후에 배우자 생존이 밝혀져도 이미 종료된 혼인관계는 원복 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기타 혼인을 계속하기 어려운 중대사유가 있을 때’다. 혼인생활을 계속 강제하는 것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이 되는 경우다. 혼인계속의사의 유무, 파탄 원인에 관한 책임 유무, 자녀의 유무, 이혼 후의 생활보장 등 여러 사정을 고려해 법원이 판단한다.

유책 배우자도 예외적으로 이혼청구를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상대방 역시 혼인관계를 계속할 의사가 없음이 명백한데도 ‘오기’나 ‘보복’으로 이혼에 불응하거나, 부부 쌍방의 책임이 같거나 경중을 가리기 힘든 경우 등이다. 별거기간이 매우 길어 혼인관계가 이미 완전히 파탄되어 회복될 여지가 없어 보이는 경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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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 위자료와 이혼 재산분할 어떻게?

이혼 위자료란 남녀에 상관없이 유책배우자에게 청구할 수 있는 손해배상이다. 상간녀·상간남은 물론 시부모나 장인·장모에게도 청구할 수 있다.

유책사유를 안 날로부터 3년, 유책사유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청구해야 한다. 협의 이혼 때도 가능하다. 위자료는 1000만~3000만 원 수준에서 가장 많이 결정된다.

재산분할 대상은 부부가 혼인기간 동안 공동으로 이룬 재산이다. 누구 명의냐는 중요치 않다. 하지만 실제 누구 노력으로 이뤄졌는지, 이를 증식시키거나 감소하는 것을 막았는지 등이 기여도 책정 시 고려된다. 증여나 상속 재산은 ‘특유재산’으로 분류되어 분할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해당 재산의 감소를 막았거나 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한 것이 증명되면 공동재산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재산분할의 기준 시점은 대체적으로는 혼인 파탄 시점이다. 이혼소송 제기 시점이나 별거·가출 시점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소송 승패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이니 잘 준비해야 한다.

분할 비율은 혼인 기간이나 이혼 경위, 당사자 연령, 부부 재산상태, 가사노동의 대가, 재혼 및 취업 가능성, 혼인생활의 비용부담 현황 등을 고려해 결정된다.

◇ 상간 소송과 위자료

상간 소송이란 피해 배우자의 정신적 고통에 해당하는 위자료나 손해배상을 지급하라는 소송이다. 성관계가 없는 연인관계에도 적용된다. 원고의 배우자가 기혼자란 사실을 피고가 몰랐다면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원고 배우자가 유부남 또는 유부녀가 아니라고 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받아들여지지 않을 수 있다. 원고의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난 상태라면 피고 책임이 인정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혼이 확정되지 않은 경우나 원고와 원고 배우자의 별거생활이 장기간으로 존재했다거나 하는 경우가 아니면 인정받기 힘들다.

상간 소송 위자료 액수는 원고 부부의 혼인관계가 길수록, 자녀가 있을수록 높아진다. 피고의 부정행위 정도는 ‘성 관계’ 존재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관계 횟수나 그 외 다른 부정행위가 얼마나 있었는지에 따라 액수가 달라진다. 피고의 부정행위가 발각된 이후에 보인 태도까지 십분 고려된다. 부정행위를 인정하는 않을수록 액수가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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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 친권자 및 양육자 지정, 면접교섭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친권과 이혼 양육권을 결정해야 한다. 대부분은 친권자와 양육자를 일치시킨다. 분리할 경우 자녀 양육에 불편함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모의 양육 적합성과 자녀와의 유대관계나 자녀의 의사 등을 기준으로 가정법원이 ‘자녀의 복리에 가장 득 되는 방향’으로 결정한다. 양육권자 변경이 필요하다고 판단되면 나중에 비양육자가 신청해 변경할 수도 있다.

양육비 산정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부모의 소득이다. 이혼 전과 동일한 수준의 양육환경을 유지시켜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소득이 없더라도 필요 최소한의 부분에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양육비는 감액이 가능하다. 비양육자의 소득이 줄어 경제력이 악화되는 경우다. 반대로 비양육자의 소득이 늘면 양육비 증액이 가능하다는 판례도 있다.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권은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당사자 청구나 가정법원 직권으로 제한되거나 배제 혹은 변경될 수 있다. 부모가 재혼해 자녀를 양자로 입양하면 면접교섭권은 종료된다. 정당한 이유없이 면접교섭 허용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가정법원을 통해 이행명령과 과태료를 강제할 수 있지만 상대방을 감치 신청할 수는 없다. 양육 공백으로 자녀의 복리를 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진래 기자 jjr895488@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