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야근? 반말? 퇴사 할게요"… 요즘 젊은 능력자, 참지 않고 사직서 던져요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3-03-21 07:00 수정일 2023-03-21 07:00 발행일 2023-03-21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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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회사에서 MZ세대와 더불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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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밀레니얼 세대와 Z세대를 통칭하는 MZ세대의 특징 가운데 하나가 ‘잦은 이직’이다. 특유의 자신감 혹은 눈 높이에 맞지 않는 처우 등이 큰 이유다. 더불어 ‘조용한 퇴사’도 일반화되고 있다. 실제 퇴사까진 않더라도, 언제든 퇴사할 결심에 기회만 노리며 자리를 지킨다. 직장인 절반이 ‘조용한 퇴사자’라는 미국 상황이 우리에게도 멀지 않은 현실이다. 능력 있는 신입은 줄줄이 나가고 이를 부러워 하며 조용한 퇴사를 준비하는 MZ세대는 늘고 있다. 조직의 안정과 성장을 위해 이제 MZ세대에 대한 이해를 높이고 이들과 더불어 함께 하는 방법을 찾아 나서야 할 때다.

◇ 자기 목소리를 모아내기 시작한 MZ세대

MZ세대 노조라고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가 지난달 21일 출범했다. 이미 10개 노조 체제로 확대되어 출범 이후 한 달여 만에 조직원이 1만 명에 이를 정도로 세 확장 속도가 예사롭지 않다. 노조의 새로운 시도를 꾀한다는 목표 아래 이들은 앞으로 정치투쟁 배제, 노조 회계투명성 강화와 함께 특히 ‘공정한 성과급제 정립’ 등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기존 노조의 지나친 정치적 성향을 배제하고, 젊은 근로자들의 복지와 처우 개선에 최우선 목적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이들이 낼 목소리에 관심이 모아진다.

당장 이들이 주목하는 것은 정부가 추진 중인 근로시간 개편 작업이다. 보건사회연구원이 작년 9월 20일부터 10월 7일까지 전국 만 19~59세 2만 2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최근 발표한 ‘일-생활 균형 실태’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는 이들 젊은 MZ세대 근로자들의 근로관을 대변해 준다. 이 조사에서 희망 주간근무 시간을 묻는 질문에 19~29세가 34.92시간, 30대는 36.32시간이라고 답했다. 최장 주 69시간 근무제를 추진하려던 정부도 MZ 노조를 비롯한 젊은층의 반발에 한 발 물러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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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 기업 문화가 바뀐다… 퇴직의 일상화

최근 젊은이들에게 ‘퇴사’란 능력자의 호기로운 행동이다. 자발적 퇴사는 ‘영전(榮轉)’으로 평가된다. 입사 2년 내에 MZ세대 절반 이상이 퇴사하거 있다. 경기가 회복되어 고용시장이 개선되면 언제든 회사를 나가겠다는 ‘잠재적 퇴직자’ 들이 수두룩하다. ‘퇴직의 일상화’다. 왠만 하면 정년까지 버티려는 기성세대와 달리 MZ세대는 일과 삶의 균형, 즉 ‘워라밸’에 대한 불만족 때문에 자주 이직을 결심한다. 불안한 미래, 조직 내 갈등, 업무 몰입의 어려움 등으로 속속 짐을 싼다. 귀책사유가 어디에 있든 젊은 세대의 이른, 잦은 퇴직은 기업 경영에 마이너스다.

MZ세대 구성원들도 끝까지 자신을 지켜줄 회사가 없음을 잘 안다. 조직과 개인의 성공은 별개임을 절감한다. 따라서 이들은 나이나 연차보다 능력을 인정받고 그에 걸 맞는 보상을 받길 원한다. 이들은 ‘꼰대 문화’로 대변되는 수직적 문화를 거부한다.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문화를 원한다. 자신과 회사가 함께 성장하길 바라며, 무엇보다 일이 즐거워야 한다. 자신의 적성과 능력을 발휘하며 돈 벌 수 있는 곳이 널려 있다고 생각하는 능력 있는 젊은이들이 늘면서, 단기간에 직장을 옮기는 ‘잡호핑(Job-Hopping)족’도 속출하고 있다.

어렵게 취직하고는 곧바로 퇴준생(퇴직준비생)을 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직장이 삶의 전부였던 기성세대로선 이해하기 힘들다. 무모해 보이지만 대담하게 사표를 쓰는 게 MZ세대다. ‘가족 같은 회사’라는 감상적 설득도 안 통한다. 희생과 헌신을 강요하는 ‘꼼수’로 이해한다. 직원의 빈번한 이직은 회사 평판을 갉아 먹기에, MZ세대를 잡지 못하면 회사의 미래도 장담 못한다. 기성세대가 MZ세대를 이해하고 그 변화무쌍한 트렌드를 따라가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조직의 지속가능성이 장담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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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Z세대와 더불어 사는 법

‘조용한 퇴사’를 쓴 이호건 박사는 “이제 선배들이 MZ세대의 꿈과 목표를 돕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이 ‘몸 따로 마음 따로’인 직장 생활을 하지 않도록, 그들의 관점과 태도를 인정하고 그들에게서 배우면서 융합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나아가 이들로부터 미래에 닥칠 위험에 미리 대비하고 유연하게 삶을 살아가는 현명함을 배울 필요가 있다고도 말한다. ‘워라블(work-life blending)’, 즉 일과 삶을 융합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도록 그들을 지원하고 함께 할 것을 주문한다. 피할 수 없는 현실을 받아들이라는 것이다.

능력 있는 젊은 직원이 퇴사하려 할 때 금전적 보상을 최고의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호건 박사는 그들에게 다양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이 훨씬 좋은 방안이라고 조언한다. ‘시간 선택권’ 등 회사에서 무언가 스스로 바꿀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책임감도 갖게 하고 회사가 자신에게 신경 써주고 있음을 느끼게 해 주라고 말한다. ‘워라블’을 개인에게 주는 혜택 차원을 넘어 조직 경쟁력의 원천으로 삼으라는 것이다.

직장 내 ‘멘토’ 제도의 정비도 절실하다. 많은 상사나 선배들이 멘토를 자처하지만 정작 MZ세대로부터 인정받는 멘토는 많지 않다. 일만 시키고 자신은 빠지거나, 아예 실력 자체를 인정받지 못하는 이들이 수두룩하다. MZ세대의 진정한 멘토가 되려면 실력부터 갖춰 믿음을 주어야 한다. 멘티의 요청이 있을 때에 한해 엄정한 기준 아래 멘토를 지정해 주는 내부 규율이 중요하다. 아무나 인생 선배나 인생 멘토가 될 수는 없는 일이다.

MZ세대 직원들에게 ‘직원 경험’을 일깨워주는 것도 중요하다. 직원의 행복감과 긍정성, 직장생활의 활력을 높여 줌으로써 ‘아침에 눈을 뜨면 출근하고 싶은 조직’을 만들도록 애쓰라는 것이다. 이를 잘 관리하는 기업은 그렇지 못한 기업에 비해 생산성과 수익이 평균 4배 이상 높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런 문화는 잠재적 구직자들에게도 좋은 평판으로 각인되어 더 많은 인재를 불러 모으는 비결이 된다. MZ세대 능력자들을 내보내지 않고, 오히려 더 좋은 인재들을 데려올 훌륭한 카드가 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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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꼰대’가 퇴직을 더 부른다

최근 조직이 젊어지면서 MZ세대와 나이 차이가 많지 않은 젊은 책임자들이 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같은 젊은 세대 중에 ‘젊은 꼰대’가 속출하고 있다. 아무리 꼰대가 ‘나이 불문’이라고는 하지만 늘 자신은 옳고 상대는 틀리며, 다른 의견을 불편해 하고, 변화를 받아들이는 데 소극적인 젊은 꼰대는 MZ 세대의 퇴직을 부추기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자신이 쌓은 경험을 ‘능력’이라고 착각하는 이런 젊은 책임자들에게 MZ세대는 더욱 큰 실망감을 갖는다.

‘젊은 꼰대가 온다’를 쓴 HRD(인적자원개발) 전문가인 이민영 작가는 젊은이들에게 진정한 멘토가 되려면 실력으로 존경을 받고, 끊임없이 배우려 노력하고, 자기계발에 힘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점에서 ‘존경’은 ‘권리’가 아니라 ‘성취’라고 말한다. 존경받는 상사나 선배가 되려면 배우기를 게을리 말고, 배울 것이 있으면 언제든 후배에게도 물어보는 열린 마인드가 있어야 한다는 얘기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면 ‘역멘토’를 찾아 보완하고 갈고 닦는 노력이 있어야 MZ세대를 아우르며 함께 갈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