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증권사 '예탁금 장사'등 불합리한 관행에 메스 들어

홍승해 기자
입력일 2023-03-02 11:10 수정일 2023-03-02 11:16 발행일 2023-03-03 9면
인쇄아이콘
ㅇㅇㅇ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사진=연합)

금융당국이 증권사들의 ‘예탁금 장사’에 메스를 들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일 투자자의 권익과 밀접히 관련된 예탁금 이용료율이나 주식대여 수수료율의 개선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달라고 증권업계에 공식적으로 요구했다.

증권사들은 고객들이 주식매수 대기자금 형식으로 맡겨놓은 고객예탁금을 한국증권금융에 신탁 또는 예치하면서 연간 최고 1.9%대 수익률을 챙기는데 정작 예탁금 주인인 고객들에게는 이용료율을 0.1~0.4% 정도 지급하는 것에 그치고 있어서다.

은행권의 예대차 마진을 이용한 이자장사와 같이 증권사들도 예탁금 장사를 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는 것이다.

최근 4년간 증권사들은 고객이 맡긴 예탁금으로 1조8000억원 넘게 벌어들였다.

이 금감원장은 이날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증권사 최고경영자와 간담회에서 “증권업계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견고해질 수 있도록 금융소비자의 눈높이에서 불합리한 업무 관행은 없는지 살펴봐 달라”고 밝혔다.

이 원장은 “투자자의 권익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예탁금 이용료율, 주식대여 수수료율 및 신용융자 이자율 산정 관행 개선 논의에도 각별한 관심을 가져달라”면서 “국내 증권사 리서치 보고서의 객관성과 신뢰성 제고도 개선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아울러 그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이 현실화하고 단기자금시장의 불안이 재발하는 등의 잠재위험요인에 대비해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하고 실효성 있는 비상계획을 탄탄하게 수립하는 등 위험관리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충분한 손실흡수능력을 갖춘 증권사는 자금조달이 원활하지 않은 취약 부문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공급하는 등 시장 안정에 큰 힘을 실어줄 것”을 당부했다.

이 원장은 증권산업이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수 있도록 순자본비율(NCR) 제도 종합 정비, 스트레스 상황을 반영한 유동성리스크 관리체계 개선 등을 준비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혁신적인 금융투자상품의 개발, 토큰증권 발행 등 경쟁력 제고에 힘써달라”면서 “금감원은 대체거래소(ATS)를 도입해 자본시장 내 다양한 경쟁을 촉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해외 사업 활성화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갔다. 이 원장은 “일부 증권사를 중심으로 해외 현지 법인을 설치하고, 영업력을 강화하는 등 국내 증권산업의 글로벌화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으나, 아직은 글로벌 IB에 비해 부족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해외시장진출 및 해외투자 확대가 증권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에 중요한 요소이기에 글로벌화에 힘써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 “우리 경제에는 성장잠재력이 높은 혁신기업 및 스타트업을 투자·육성하는 증권사 본연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면서 “부동산 투자에 편중된 그간의 영업 방식에서 벗어나 투자은행(IB) 업무를 통한 고부가가치 사업 역량 강화에 집중, 실물경제의 활력이 제고되도록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미래에셋증권 등 14개 증권사 대표들은 자본시장 신뢰 회복과 시장 안정에 주력하겠다면서, 증권업이 글로벌 수준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다양한 육성책이 필요하다고 건의했다.

구체적으로 단기자금시장 경색 상황에 대비해 안정적으로 유동성 공급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증권 금융의 자본력 및 역할 확대가 필요하며, 은행과 경쟁 촉진 등을 위해 법인 지급 결제 허용 및 외환 업무 범위 확대 등도 요구했다.

고령화 사회 수요에 대응하는 종합재산신탁 등 신탁상품 활성화를 위해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이날 건의 사항의 우선순위를 정해 긍정적인 방향으로 추진하는 한편,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경우 금융위원회 등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의할 방침이다.

홍승해 기자 hae810@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