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100] "말투만 바꿔도 통한다"… 세대간 소통·대화단절 피하려면

조진래 기자
입력일 2023-02-07 00:00 수정일 2023-02-07 00:00 발행일 2023-02-07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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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세대간 대화하는 법… 막말 망언 삼가고 상시 존대말도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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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갈수록 세대 간 소통 단절이 심하다. 어른들은 예전 경험과 가치를 지나치게 앞세우고 젊은이들은 세대 변화와 가치관의 다름을 인정 않는 꼰대로 치부하며 대화의 문을 닫는다. 서로의 차이를 알고 다름을 인정해야 세대 공존이 가능하지만 여의치 않다. 세대 간 소통의 절실함을 반영하듯, 최근 노인 세대와 젊은 세대 간 소통과 화법에 관한 신간들이 줄을 잇고 이다. 이를 통해 세대를 이해하는 대화와 소통의 방법을 알아보자.◇ 세대 갈등 넘으려면 어른부터 모범 보여야

글쓰기와 말하기 전문가 강원국 작가는 신간 ‘강원국의 결국은 말입니다’를 통해 노인 세대가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법을 제시한다. 그는 “어른이 먼저 모범을 보여 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아무리 배려 깊은 젊은이들이라도 세대 간 대화는 그만큼 어렵기에 노인들이 먼저 사려 깊은 대화의 자세와 행동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무엇보다 언어폭력이 자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나이나 신분에 상관없이 존댓말을 쓰는 습관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친근감의 표현이라며 반말을 일삼기 보다는 차라리 모두에게 존댓말을 쓰는 것이 훨씬 어른스럽다고 말한다. 차별적인 발언도 금해야 한다. 계급이나 성별, 나이 등을 이유로 함부로 대우해선 안된다는 것이다. 특히 성희롱이나 지역감정 발언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강 작가는 가장 심각한 것으로 ‘망언’을 들었다. 역사왜곡이나 반 인륜적 발언은 금도의 영역이라고 말한다. 자신도 네 가지 경우에 말을 조심한다고 고백한다. 화가 났을 때, 술을 마셨을 때, 인기응변의 유혹에 빠졌을 때, 그리고 자신이 수다를 떨고 있다고 생각할 때라고 한다. 그는 “말을 많이 하면 실수가 잦을 수 밖에 없는 것이 나이 먹는 징표일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젊은 세대와 소통하는 법을 노인들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우선은 상대방을 알아야 한다. 상대가 좋아하는 것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다. 대화가 재미 있어야 한다. 패러디든 흉내든 젊은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익살과 풍자감이 있으면 더더욱 좋다고 말한다. 간결함도 중요하다. 젊은이들은 어렵고 복잡한 것은 딱 질색이다. 단도직입적인 것이 좋다.

유행에 뒤쳐져서도 안된다. 대중의 입에 오르내리는 트렌드를 반영해 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눈여겨보고 대화의 소재로 가끔 써먹을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무엇보다 솔직해야 한다. 머리 굴리는 어른처럼 꼰대 같아 보이는 사람은 없다. 강 작가는 “이제 더 이상 아래 세대는 훈계와 위로, 동정에 목말라 하지 않는다. 이해를 바랄 뿐”이라고 말한다. 이들에게 변하라고 요구하기 보다는 이들을 이해하려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진정한 세대간 소통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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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게티이미지)

◇ 젊은이들도 전 세대와 소통하는 법 배워야강원국 작가는 “누구나 언젠가는 노인이 된다. 이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 어르신들과 소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젊은이들이 노인을 이해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여 주지 않으면 안된다고 조언한다. 그는 노인들의 인생 역정에 대한 과소평가가 그들을 더욱 외롭게 만든다고 지적한다. 열심히 살아온 지난 날이 평가절하되기 일쑤이기에 세상과의 대화 자체가 고역이며 대화의 단절이 고착화된다는 것이다.강 작가는 노인 세대가 직면하는 네 가지 어려움을 언급한다. 질병, 빈곤, 외로움 그리고 역할 상실이다. 이 가운데 앞의 세 가지는 의학 발전과 복지 확대, 노인 일자리 창출로 어느 정도 대처할 여지가 있지만 마지막의 외로움은 그렇지 못하다고 말한다. 특히 젊은 세대와의 대화 단절은 노인층의 소외와 고독을 더욱 깊어지게 만들고 있다고 우려한다.그는 어른 세대의 말을 잘 받아주는 방법을 소개한다. “아”나 “와” 같은 감탄사가 대화의 윤활유 역할을 톡톡히 한다고 얘기한다. 상대의 중요한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것도 좋다. “그렇게나요?” 하는 식이다. “말씀을 들어보니 그렇네요”라며 동의를 표하는 것도 좋다. 요점 정리를 해 주면서, 자신이 얘기를 잘 듣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도 좋다. 끝말 이어가기 식으로 상대방 말에 자기 말을 보태면서 대화를 이어가거나, 상대방 얘기에 자신과의 공통점을 찾아 ‘우리’로 묶어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정서적으로 공감하는 것도 좋은 대화법이라고 권한다.강 작가는 “해야 할 말은 하고, 해선 안될 말은 안하는 게 최선”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그리 쉽지 않다. 그래서 차선은 ‘해야 할 말은 못 하더라도, 해선 안되는 말이라도 안하는 것’이다. 최악은 ‘해야 할 말은 못하고, 해선 안되는 말만 지껄이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은 ‘해서는 안되는 말’이다. 말을 하면 직성이 풀이고 속이 후련하겠지만 모두에게 피해가 가는 일이니 삼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 말투만 바꿔도 사람이 달라보인다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의 저자 김범준은 “말투는 인격”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말투는 ‘본성’이 아니라 ‘버릇’이라고 말한다. 얼마든지 고칠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너와 내가 다르지 않음이 좋은 말투의 기본”이라고 강조한다. 존칭이나 논리보다 이런 마음가짐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말투 하나가 사람을 달리 보이게 한다며, “덕분입니다”라는 말 하나가 큰 신뢰를 가져다 준다고 강조한다.

김 작가는 좋은 말투, 진정성 있는 말투를 만들려면 말투에도 ‘메이크업’이 필요하다며 ‘3단계 메이크업’을 설명한다. 우선, 반성의 말투다. 자신의 과거를 언급하며 과오를 인정한다. 다음은 개선의 말투다. 반성에 구체성을 담아 상대에게 신뢰감을 준다. 마지막으로, 방향성의 말투다. 상대를 진심으로 위하는 마음이 담긴 말투가 상호 이해와 신뢰를 완성시켜 준다. 이 3단계 원칙은 세대간 대화에는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

노인 또는 상사는 어린 세대에게 자주 화 내거나 꾸짖는다. 김 작가는 이를 신체적 기능 저하에 따른 ‘말투의 노화 현상’이라고 정의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목청 높이기다. 나이 들수록 심해지는 ‘분노 조절 장애’의 전 단계일 수 있어 더욱 경계해야 한다. 아래 사람과 얘기할 때, 자신의 위치를 내세우는 말투도 조심하는 게 좋다고 지적한다. 무턱대고 “다 너 잘되라고 하는 얘기야”라는 식은 곤란하다는 얘기다.

그는 ‘버리고 삼가면 좋은 말투’도 소개한다. 상대방의 가치를 평가절하하는 경멸의 말투, “너는 몰라도 돼”라든가 “용건만 간단히”는 결국 세대와의 관계 단절을 가져올 수 밖에 없다고 말한다.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하면 돼) 식의 말투는 꼰대로 폄하되기 십상이다. 체계적인 변명보다는 차라리 단순한 사과가 더 효과적이다.

반면에 기분 좋은 말투는 상대에게 믿을 만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준다. 긍정적인 말투, 고민을 같이 공감해 주는 말투, 상대 요청을 거절하더라도 반드시 긍정적인 멘트를 주는 말투가 긍정적인 기운을 준다. 아래 사람을 혼 낼 때도 나중에 왜 그렇게 혼을 냈는지 잘 설명하고 다시 마음을 추스르도록 용기를 북돋아주는 말투와 행동이 세대 간 단절의 간극을 좁히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

조진래 기자 jjr201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