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자금난 겪는 증권사 지원 제2채안펀드 조성추진… 일각 반발도

장민서 기자
입력일 2022-10-26 14:18 수정일 2022-10-26 14:21 발행일 2022-10-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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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여의도 증권가 전경. 위 기사와 관련 없음.(사진=연합뉴스)

자금난에 처한 증권사들을 위해 금융당국이 3조원 가량의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최대 1조원 규모의 ‘제2 채권시장안정펀드’ 조성 등을 논의중이다.

2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25일 관계기관들과 한국증권금융을 통한 증권사 유동성 지원 방안 논의를 통해 기준과 시행 방식을 정했으며 이날부터 3조원의 추가 유동성 지원을 본격적으로 집행한다.

앞서 정부는 지난 23일 50조원 이상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신속히 시행하겠다고 밝히면서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대출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차환에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에 대해 한국증권금융이 우선 자체 재원을 활용해 3조원 규모의 유동성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한국증권금융은 증권사와 환매조건부채권(RP) 거래, 증권 담보대출 등의 방식으로 자금을 공급할 방침이다. 특히 RP 거래시 담보 제공대상 증권을 기존 국공채나 통안채, 은행채를 비롯해 우량 회사채(신용등급 AA이상)까지 허용키로 했다.

또 증권 담보대출 시 담보로 제공할 수 있는 증권 범위에도 △우량 회사채(AA 이상) △우량 CP(A1 이상) △예금형 ABCP △중금채를 추가할 계획이다.

지난 18일부터 연말까지 증권사에서 만기가 도래하는 유동화증권(ABSTB, ABCP) 발행 잔액 은 약 27조원이다. PF 유동화증권들이 팔리지 않는다면 증권사가 직접 매입을 해야 한다. 이에 일부 중소형 증권사를 둘러싸고 자금난 루머가 돌기도 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도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책 논의에 착수했다. 대형 증권사 중심으로 제2채안펀드를 조성해 중소형사를 지원하는 방안과 증권사들이 신용보강한 PF ABCP 등을 스스로 매입해 시장 유동성에 숨통을 틔워주는 방안 등이 거론되고 있다.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이날 금융투자협회에서 관련 방안을 집중 논의했다.

지원 방식으로 유동성 위기에 놓인 중소형 증권사를 위해 각 증권사별로 각 500억~1500억원 가량 지원해 최대 1조원 규모의 제2 채안펀드를 꾸려 지원하는 방안과 주요 증권사들이 신용 보강했던 PF ABCP를 자체 자금으로 매입하고 대신 시중의 자금이 중소형 PF ABCP로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선 24일에도 나재철 금투협회장 주재로 한 긴급회의를 개최해 단기자금시장 경색 해소를 논의했는데, 이 자리에서 제2 채안펀드 방안이 거론됐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신한투자증권·키움증권·NH투자증권·한국투자증권·메리츠증권·하나증권·삼성증권·KB증권 등 9곳으로 전해졌다.

다만 증권사들은 제2 채안펀드 조성에 대해 입장 차를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정부의 요구에 부응하는 형식이라 관치금융의 논란이 일고 대형사의 경우는 같은 업계의 다른 회사 지원을 위해 자금 출자를 승인하면 대표이사는 배임 혐의를 받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우려한다.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는 자금 지원받는 자체가 자금난을 인정하는 격이라 고민스럽다는 표정도 읽힌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강력한 안정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니라 증권사에 책임을 지라고 하니 좋게 보는 것은 아닌 분위기”라고 밝혔다.

장민서 기자 msj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