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분기 금리정점 전후로 대규모 유동성 위기 가능성…금융시장안정화기구 정비해야”

김수환 기자
입력일 2022-10-26 10:05 수정일 2022-10-26 10:38 발행일 2022-10-27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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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 결과 발표하는 추경호 경제부총리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비상 거시경제 금융회의를 마친 뒤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기준금리 인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년 1분기 금리가 정점에 도달하는 시점을 전후로 대규모 유동성 위기가 또다시 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정부가 금융시장안정화 기구를 미리 정비해 선제적으로 대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26일 황세운 자본연 선임연구위원은 본지와 통화에서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시장의 유동성이 경색되면서 경기침체가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경기침체가 오면 기업실적과 자산가격들이 조정을 받을 수 있고, 금융회사들의 유동성은 지금보다 더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황세운 선임연구위원은 “내년 1분기께 금리의 정점이 올 가능성이 높고, 금리정점이 나타나는 시기 전후, 즉 1분기 말에서 2분기초쯤 유동성 경색 국면이 또다시 나타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자본시장 포커스’ 최근호에서 채안펀드(채권시장안정펀드), P-CBO(프라이머리 채권담보부증권), 회사채신속인수제도, 증안펀드(증권시장안정펀드) 등 국내 금융당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와 미국의 자본시장상품 매입 프로그램을 비교한 뒤 “재원 마련과 위험부담 측면에서 (국내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매뉴얼화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위기상황에서는 대부분의 금융회사가 유동성 경색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금융회사로부터의 출연을 통한 재원마련은 신속성 측면에서 떨어지고 대규모 자금마련에도 한계가 있다”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들은 민간금융회사들에 자금마련에 대한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인 연준이 발권력을 동원해 재원을 공급하는 방식을 선택했다”고 짚었다.

우리나라는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재원마련을 민간금융회사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데 출연금 배분이나 동의와 같은 다자간 의견조율 절차가 필요하게 돼 신속성이 중요한 금융위기나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중앙은행에 의한 재원마련이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금융시장안정화기구의 운영과정에서 현실화될 수 있는 신용위험도 미국은 재정당국(재무부)에서 부담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기구에 출연하는 민간금융회사로 전이될 수 있다.

신용위험 부담을 정부가 떠안으면 도덕적 해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으나, 위기상황에서는 시장기능의 유지에 훨씬 높은 우선순위를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의 금융시장안정화기구는 시장별로 세분화되어 있고 단기자금시장에 대한 개입을 가장 신속히 실행하는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시장별 세분화 수준이 낮고 단기자금시장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 편”이라며 “미국은 유동성 지원에 대한 비용을 가산금리 책정을 통해 가격에 반영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가산금리 부과가 사실상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은 주식시장으로의 개입은 일반적으로 하지 않는 반면, 국내는 주식시장으로의 개입이 이뤄진다”고도 언급했다.

황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시장안정화기구 실행 방법과 절차가 매뉴얼화되어 있느냐 아니냐는 분초를 다투는 위기상황에서 기업의 생사를 가르는 중요한 차이를 만들 수 있다”며 “제도개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수환 기자 ksh@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