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조원+α조치 단기 효과… 한은 통화정책이 관건"

장민서 기자
입력일 2022-10-24 16:04 수정일 2022-10-24 16:07 발행일 2022-10-2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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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가는 정부가 자금시장 경색을 완화하기 위해 지난 주말 긴급하게 내놓은 ‘50조원+α’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 가동 결정이 채권시장의 단기적 안정에 기여할 것으로 일단 평가했다. 정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은 채권시장안정펀드(채안펀드) 20조원, 회사채·기업어음(CP) 매입 프로그램 16조원, 유동성증권사 지원 3조원, 주택도시보증공사(HUG)·주택금융공사 사업자 보증지원 10조원 등이다.

하지만 현재 채권시장 경색의 근본적 원인인 금리 인상이나 경기 침체 요인은 여전한 상황이기에 이번 조치가 장기적인 효과를 발휘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전문가들은 대체로 통화당국의 인플레이션을 잡기위한 통화정책의 주 기조가 바뀌지 않은 현 상황에서 이번 유동성 보강책은 그 한계가 있을 것으로 관측한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불거진 자금경색에 대해 기획재정부, 한국은행, 금융위원회 등 금융정책 당국뿐 아니라 행정안전부·국토교통부 등 관계 부처가 해당 이슈를 함께 점검하며 대응 방안을 제시한 점은 시장 안정에 기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50조원+α’라는 유동성 공급 규모에 대해서도 “시장에서 기대했던 수준을 상당한 정도로 반영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공 연구원은 “특히 이번 자금 경색의 직접적 ‘트리거’(도화선)가 됐던 레고랜드 사태를 겨냥해 지방자치단체들의 (지급 보증 의무 이행) 재확약을 끌어내고 정당별 분포가 다양한 지방정부들의 의견 조율을 유도했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자금시장 경색의 근본적 원인이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라는 점에서 이번 당국의 조치는 ‘단기적 해법’이라는 한계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당국이 기본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긴축정책을 기조로 삼으면서, 당장 시장의 급한 불을 끄기 위해 유동성 공급 정책을 내놓은 점을 꼬집은 것이다.

공 연구원은 “자금 경색은 시중금리가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글로벌 유동성 축소 등으로 꾸준히 상승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정책 당국의 대응이 향후 기조상 상충하는 문제도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성수 한화투자증권 연구원도 “단기적인 시장 안정은 기대해볼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요인, 한국은행이 변하지 않으면 이번 대책의 장기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전날 비상 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이번 시장안정화 방안은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중심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아진 것에 대한 미시조치라서 거시 통화정책 운영에 관한 전제 조건은 바뀌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지나 유진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당국의 각종 조치들이 나름 신속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이번 조치만으로 금리가 안정될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밝혔다.

그는 “채안펀드는 금융기관이 출자하는 방식으로 은행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며 “이미 자금 부족으로 채권을 발행하는 은행들이 채안펀드의 캐피탈 콜에 응할 자금 여력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캐피탈 콜에 응하기 위해 은행채 발행을 지속한다면 시장 안정화 조치의 효과는 떨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아울러 “금리 상승의 근본적인 원인은 해결되지 않았다. 물가 (상승세의) 정점을 확인하지 못하면 기조 전환 가능성은 높지 않다”면서 “당장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속도 조절을 언급할 가능성은 낮다. 11월에도 불안은 연장될 것”으로 전망했다.

장민서 기자 msjang@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