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안펀드 재가동 돌입…증시 불안 해소될까?

장민서 기자
입력일 2022-10-04 13:44 수정일 2022-10-04 13:52 발행일 2022-10-05 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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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1%대 상승 출발<YONHAP NO-1786>
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모습.(사진=연합)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금융당국이 ‘증권시장 안정펀드’(증안펀드) 재가동에 돌입하면서 급락을 거듭하고 있는 증시가 반등할 수 있을 지 투자자들의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증안펀드 재가동을 위해 증권 유관 기관과 실무 협의 및 약정 절차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달 중순에 조성 작업을 마칠 계획이다.

조성 규모는 10조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기존에 조성했던 증안펀드에서 남은 1200억원과 한국거래소와 예탁결제원 등 증권 유관기관이 조성하는 7600억원 등 8800억원은 금융시장 급변동 시 선제적으로 투입이 가능한 상황이다.

증안펀드는 증시 안정을 위해 증권사·은행 등 금융회사와 유관기관들이 공동으로 마련한 기금으로 1990년 5월 주가 폭락에 대응하기 위해 등장한 증안기금을 모태로 한다. 증안펀드는 2003년 신용카드 대출 부실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에 조성된 바 있다. 2020년 3월에는 코로나19로 증시가 불안정해지면서 10조7000억원 규모로 조성됐으나 이후 주식시장이 반등하면서 실제로 사용하진 않았다. 증안펀드 자체는 아직 해산하지 않고 기존 운영틀은 유지하고 있다.

앞서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달 28일 금융감독원과 함께 개최한 금융시장 합동점검회의를 통해 “증안펀드 재가동 등 금융시장 변동성 완화 조치를 적기에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해달라”고 당부한 바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증안펀드 재가동 착수와 함께 공매도 금지도 함께 논의됐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 판 후 나중에 시장에서 사서 갚는 매매 기법으로 주가가 내려가야 수익을 낼 수 있기 때문에 일부 개인 투자자들은 공매도가 주가 하락의 주범이라고비판하고 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급격한 기준금리 인상 여파로 인해 국내 주식시장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코스피는 지난 9월 한 달간 316.56포인트(12.81%)나 급락했고, 2155.49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종가 기준 2020년 7월10일(2150.25) 이후 약 2년2개월 만에 최저치다.

미 연준의 금리 인상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와 달러 초강세 현상은 이달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가 증안펀드 재가동 착수에 나서면서 일각에서는 변동성이 커진 증시를 안정시킬 수 있다는 기대감을 갖는 분위기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증안펀드 재가동을 통해 증시 반등을 이끌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과거 증안펀드 출범 당시 주식시장도 ‘V’자 반등을 연출했던 경험이 있었으나 반등의 동력은 증안펀드 뿐만 아니라 정부와 중앙은행의 대규모 재정 및 통화 완화 정책이 컸다”면서 “현재는 고 인플레이션 문제로 인해 정부나 중앙은행이 부양책을 쓰기가 어렵다는 점이 과거와 차이점인 만큼 실제 증안펀드 가동으로 V자 반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한지영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다만 기술적 및 밸류에이션 지표상 역사적 하단에 근접해 있는 상황 속에서 새로운 수급이 유입되는 것이기 때문에 최소한 지수 하단을 지지하거나 하락을 완충시키는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한국은 증안펀드가 거론되고 있고, 외국도 시장에 부정적일 수 있는 채널들을 차단하려는 액션들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조치들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자체가 시장 변동성이 확대됐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조병현 팀장은 “외생적인 변수가 많기 때문에 이 같은 대응책들로 증시가 급반등할 것이라는 결론까지 연결시키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다만 대안책들이 하방을 지지해줄 수 있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한재혁 하나증권 연구원은 “과거에는 증안펀드가 들어왔을 때 투심이 괜찮아지고 저점을 받쳐주면서 증시 하단을 형성하거나 반등했는데, 당시 공통점들은 글로벌 이슈가 빨리 마무리되면서 올라가거나 한국만의 국지적인 문제였다”면서 “이번엔 미국을 제외한 나라들이 약세인 상황에서 (증안펀드로) 하단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재혁 연구원은 이어 “증안펀드의 이름처럼 최우선 목표가 증시 안정을 도모한다고 보고 있다”면서 “증시 변동성을 완화시켜서 시장의 하락을 막을 수 없더라도 그 안에서 파생되는 추가적인 악화를 막는 용도로 보고 있다”고 내다봤다.

하인환 KB증권 연구원은 “증안펀드 조성의 수급 효과를 무시할 수 없겠지만 증안펀드 때문에 증시가 반등할 것이라는 단순한 접근은 위험하다”면서 “현재 증시 하락의 가장 큰 배경인 인플레이션의 둔화 여부와 연준의 긴축이 결국 증시 반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이라고 이라고 전했다.

장민서 기자 msjang@viva100.com